바닷가 마을에서의 리얼리티 예능으로 단 2회 만에 <삼시세끼> 어촌편은 케이블임에도 시청률 10%를 넘보며 화제의 방송이 되었다. 하지만 물가로 간 예능은 <삼시세끼> 어촌편만이 아니다. <정글의 법칙 with 프렌드>는 신비의 섬 팔라우를 찾았다. 그뿐이 아니다. 1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용감한 가족> 역시 캄보디아의 톤샤레프 호수를 찾았다. 공교롭게도 금요일 밤 찾아든 세 편의 예능이 모두 물가를 프로그램의 배경으로 삼았다. 물가를 배경으로 한다지만, 각 프로그램 별로 다른 특징을 지닌다. <삼시세끼> 어촌편이 목포에서 배를 타고 여섯 시간이나 가는 외딴 섬 만재도에서의 삼시 세끼 먹방에 촛점을 맞춘다면, <정글의 법칙>은 언제나 그래왔듯, 살길이 막막해 보이는 정글에서의 날 것으로서의 생존기를 담았다. 그렇다면, 후발주자인, <용감한 가족>은 어땠을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용감한 가족>의 출연진은 가상의 가족 형태를 띠고 구성되었다. 시골 머슴 출신 아버지 이문식, 심태후라 불려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엄마 심혜진, 언제나 씩씩하고 밝은 맏딸 최정원, 자상한 아들 강민혁, 그리고 막내딸 설현에, 천덕꾸러기 삼촌 역할을 하는 박명수까지, 대가족이, 캄보디아의 거대한 호수 톤샤레프의 수상가옥 촌에 둥지를 튼다.

 

'가족'의 형태로 구성된 예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mbc에서 <사남 일녀>를 통해 연예인들이 형, 동생이 되어,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들을 만나러 간다는 예능을 구현했었다. 현재 화요일 밤 11시 sbs의 <룸메이트>도 한 집에 살면서 대안 가족을 이루는 연예인 예능을 지향하고 있다. 그와는 좀 경우가 다르지만, 장근석이 하차한 ,<삼시세끼>의 경우도, 차승원과 유해진을 차줌마와, 바다 사나이로 캐릭터를 만들면서, 부부의 상으로 맞추어 내고자 유도한다. 그런 면에서, 출연진의 면면은 새롭지만, 야심차게 시도한 <용감한 가족>의 가족 형태가 결코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신선하지 않지만, 그 가족들이 보이는 모습은 새로운가? 안타깝게도, '수상 가옥'에 산다는 것 외에는 다 어디선가 본 것들이다. 동남아 국가에서 말 한 마디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으며 사는 모습은  이미 강호동을 앞세운 <맨발의 친구들>을 통해 그다지 대중적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거기에 톤샤레프 호수의 수상 가옥이란 조건은 신선하지만, 낯선 가족들이 모여 이물감을 느끼다, 함께 밥 해먹고 부대끼며 어느 틈에 한 가족처럼 변해가는 모습은, 이미 <룸메이트>나, 심지어 <나 혼자 산다>에서 조차 익숙한 광경이다. 톤샤레프 호수라는 삶의 조건에서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아야 하고, 그래서 첫 날 허탕을 치고, 그곳에서 신기한 고기잡이 과정을 담는 것은, 굳이 외국을 나가지 않아도, 이미 <삼시 세끼>에서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아쉽게도, 출연진의 면면과 함께 하는 호흡이 적절하지도 않다. 출연진 각자는 충분히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만, 2회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이 사람들이, 연기를 하는 것인지, 리얼리티를 하는 것인지, 애매한 어색함들이 프로그램을 가득 메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색한 사람은 뜻밖에도 예능에서 잔뼈가 굵은 박명수이다. 새삼 유재석이 그의 옆에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그가 보이는 각각의 액션, 리액션은 어색하거나, 튀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도무지 주변에서 조율해주거나, 해명해 주는 사람이 없이, 그의 행동은 늘 생뚱맞을 뿐이다. 설현의 머리를 밀치는 해프닝도 그런 무리수의 연장 선상에서 발생한 것이다. <무한도전>에서야 그런 박명수가 이해되고 그러려니 하지만, 새로운 가족, 새로운 환경에서도 여전히 <무도>의 거성처럼 행동하니 불편한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예능도, 시트콤도 아닌 어정쩡한 분위기를 내리 연출하고 있는 출연자들을 보면서, 이 연기 잘 하는 이문식과 심혜진, 그리고 똑부러지는 최정원에, 주말 드라마등을 통해 호의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는 강민혁, 그리고 아이돌 그룹이지만 연기도 시작하고 있다는 설현이라는 멤버를 데리고, 이 어디선가 본듯한 뻔한 리얼리티 예능을 만들 것이 아니라, 차라리 드라마를 한 편 찍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그런 생각을 강력하게 하는 건, 막장이라 해도 시청률이 무난하게 나왔던 <사랑과 전쟁>을 폐지하고, 일요일 밤 늦게라도 감지덕지했던 <드라마 스페셜>조차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게 만든 상황에서, 겨우 만들어 낸 것이, 이렇게 어정쩡한 예능이기 때문이다. 2015년에 들어, kbs는 야심차게 새로운 예능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 중 어느 것도, <드라마 스페셜>을 대신할 만한 깜냥이 되는 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고전 중인 주중 kbs 드라마의 미래를 위해서도, 어설픈 예능 여러 편보다, 신선한 <드라마 스페셜> 한 편이 더 낫지 않을까.

 

나영석 피디의 예능을 통해 연기자들의 새로운 면이 부각되면서, 너도나도 다수의 연기자들이 예능의 수혜를 받고자 산과 바다로, 그리고 심지어 군대로까지 뛰어든다. 가수들이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예능이 필수가 되어가듯이, 이러다 연기자도 비슷한 상황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자신을 알리려는 연기자들, 그리고 좀 재밌어 보이는 연기자들이 너도 나도 예능의 한 자리를 꿰어찬다. 하지만, 복벌복의 결과를 낳고 있다. 지명도를 높이는 것이 광고로 이어질 지는 모르나, 그것이 곧 연기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용감한 가족>이 톤샤레프라는 이방의 수상가옥을 배경으로 뻔한 예능을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찮게 캄보디아에 살게 된 가족의 생존기였다면, 조금 더 신선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실소가 나오는 계란 한 알을 둘러싼 가족의 신경전도, 아메리카노 한 잔을 갈구하는 정황도, 좀 더 실감나게 다가왔을 것이다. 뻔히 짜고 치는 예능인 줄 알면서, 지레 심각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가족의 위기를 어거지로라도 만들려고 애쓰는 <용감한 가족>이 하나도 용감해 보이기는 커녕, 안쓰러워 한 마디 덧붙이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1. 31. 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