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편의 불륜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불륜이라도 새로이 시작된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 대한 반응은 앞서 방영된 <공항 가는 길>에 대한 반응과 온도 차가 난다. 김하늘, 이상윤 주연의 <공항 가는 길>은 방영 전부터 '불륜'을 미화하는 것이냐는 '정서적 반발'에 부딪쳤다. 제작진은 부디 예단하지 말고 작품을 보고 판단해 달라 읍소하며 이 작품에 대한 거부감을 진화하는데 고심했다. 하지만, 같은 불륜을 다루는데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는 그런 풍문이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제목에서 부터 노골적으로 아내가 바람을 핀다는데? 벌써 '불륜'에 익숙해 진 걸까? 아니 그것보다는 로맨틱한 멜로로 그려진 불륜인 듯한 <공항 가는 길>과 달리, 피해자 남편 도현우(이선균 분)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적 상황을 고심한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jtbc 금토 드라마, 이는 이미 2007년 일본에서 방영된 바 있는 동명의 드라마 리메이크 작이다. 일찌기 <여왕의 교실(2013)>에서부터 최근 김희애 주연의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의 반응에서도 보여지듯이 한국적 실정에 맞지 않은 무리한 각색의 일본 드라마는 시청률은 물론, 출연한 배우들에게조차 부담을 안기며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에 어두운 기운만 불어넣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한국적 상황에 맞게 외주 제작사의 피디 도현우와 슈퍼우먼인 그의 아내 정수연(송지효 분)라는 현실적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또한 아내가 바람을 피게 된다는 도현우의 개인적 위기와 그가 소속된 외주 제작자가 지금껏 해오던 영화 프로그램 대신 '자극적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불륜을 소재로 한 아침 방송을 준비하게 되는 것으로 '불륜'을 끌어들인다. 거기에 도현우의 친구이자, 이웃 사무실을 쓰고있는 바람둥이 최윤기(김희원 분)을 등장시켜 '불륜'을 다각화시킨다. 일본 원작 드라마가 있음을 알고 보면 상당히 '일본 드라마적' 설정이지만, 1회에서 부터 이선균 특유의 권태로운 생활인으로서의 연기 톤을 앞세워 아내의 불륜을 끌어들인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그 자체로 한국적 상황에 걸맞는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진다. 



의도치않게 아내의 불륜으로 의심된 문자를 보게된 남편 도현우, 기존 한국 드라마가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아내의 '배신감'에 촛점을 맞추거나, 지금 방영되고 있는 <공항 가는 길>처럼 불륜보다는 사랑을 부각한 드라마들이었던 데 반해,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최근 변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흐름(?)에 맞추어 신선하게도 피해자가 된 남편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정작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더욱 신선하게 만드는 것은 피해자 남편보다, 그가 아내의 바람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이 드라마가 2007년작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것이라지만, 일본 드라마 역시 2005년 한국에서도 발간된 바 있는 동명의 소설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리얼 스토리'이다. 고민과 답변을 주고 받는 일본의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 goahead란 아이디로 올린 고민에 2주만에 1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고, 언론에 화제가 되어 '부부의 사랑'에 대해 일본 사회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다. 

네티즌과 함께 불륜을 고민하다. 
한국 버전의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역시 원작 리얼 스토리의 방식을 고스란히 옮겨온다. 고민 상담 사이트 대신, 최근 우리 사회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디씨 인사이드의 주식 갤러리라는 익숙한 인터넷 공간을 배경으로 도현우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익명의 인터넷 게시판에 고민을 털어놓은 남편, 그리고 그가 소속된 불륜 프로그램에 고민을 호소해온 남편, 이 상황은 '해프닝'이지만, 정작 자신의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을 수 없는 우리 사회 남자들의 막막한 사회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술자리에서 가장 솔직한 듯하지만, 정작 자기 가정의 솔직한 이면을 고백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지지 못한 남자들의 현실적 모습을 드라마는 솔직하게 까발린다. 



또한 그런 익명의 게시판에 토로된 남편의 고민에 연달아 달리는 댓글들의 양상은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한 사람들이라는 너무도 익숙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묘한 공감대를 얻어 간다. 함께 한강에 가자부터, 시시껄렁한 농당 따먹기, 그리고 가장 진지한 댓글까지, 현재 각 인터넷 게시판의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한 모습을 드라마는 복기한다. 드라마는 주, 조연 배우들과 함께, 그 댓글을 다는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우리 시대의 풍경을 묘사해 간다. 그러면서,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도현우 개인의 바람에서 마치 그 예전 이웃집 사건에 감놔라 배놔라 했던 마을 주민처럼, 인터넷 마을의 이웃들의 참견을 통해 부터 우리 시대의 만화경으로 구도를 확장해 간다. 정작 도현우 본인은 심각하지만, 막상 드라마를 보다보면 그의 심각함보다 그에게 참견하는 직장 동료를 비롯한 미지의 이웃들의 면면이 더더욱 관심을 끄는 인터넷판 시트콤이랄까. 

<송곳(2015)>으로 잠시 외도를 했던 <올드 미스 다이어리>와 <청담동 살아요>의 김석윤 피디가 연출이라 하면 그도 그럴만 하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처음 이선균-송지효로 시작된 한 가족의 평지풍파는 김희원-예지원을 넘어, 이선균 네 사무실 식구들로, 이제 김영옥, 김혜옥, 우현 등의 쟁쟁한 특별 출연진들의 네티즌들로 확대되며 신선한 드라마적 시도가 된다. 도현우네 가정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직간접적 참견들을 통해, 우유부단하고 찌질한 도현우는 부화뇌동하며, 아내의 불륜을 추적해 간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원작 리얼 스토리가 익명의 게시판 댓글들을 통해 부부의 사랑을 생각해 보았듯이, 도현우 역시 주변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며 분노와 배신을 넘어, 불륜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도현우네가 만드는 '불륜' 프로그램과 함께 이런 일련의 해프닝들이 이혼율 세계 1위 우리 사회에서 현실이 된 '불륜'을 생각해 보게 만들고 있다. 
by meditator 2016. 11. 5. 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