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그럴 지도 모른다. 아직도 해? 라고. 2009년에 시작해 벌써 햇수로 8년 째,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금요일 밤, 아니 금요일이라고도 말하기 민망한 밤 12시하고도 한참 넘은 30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스케는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켜왔다. 마치 그 예전에는 <수요 예술 무대>를 비롯하여 '음악'이 목적이었던 무대들이 늦은 밤이라도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었다. 


하지만 마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홍대 앞 인디 뮤지션들의 무대가 사라지듯, '시청률'이라는 방송의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은 '음악'만이 목적이었던 프로그램들을 하나 둘씩 잠식하고 이젠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물론 '음악' 프로그램들이 없는 건 아니다. <뮤직 뱅크> 등도 건재하고, <복면 가왕>처럼 새롭게 인기를 끈느 프로그램들도 눈에 띤다. 하지만 아이돌도, 아이돌이 아닌 가수들이 온전히 자신의 노래만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제 <유희열의 스케치북>만이 생존해 있다. 이제 '노래'도 예능이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마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상승한 임대로에도 불구하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는 홍대 앞 공연장과도 같다. 



10년 생존을 위한 야심찬 포석 
애국가 시청률보다도 낮은 1,2%의 시청률로 안간힘을 쓰던 <유희열의 스케치북>, 처음엔 프로그램의 '품격'을 위해 버티던 '아이돌' 등에게 무대를 공개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건 프로그램의 성격을 하향평준화시키며, '유스케'만의 고집에 애착을 가지던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아이돌 위주의 프로그램인 <뮤직 뱅크>등이 낮은 시청률을 고집하듯, 생각 외로 그들의 합류가 <유희열의 스케치북> 시청률엔 도움이 안됐다. 이제 노래도 '복면'을 쓰거나, 남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하거나 해야 볼거리가 되는 세상에, 일찌기 그런 시도를 앞서서 했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늦은 밤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위기의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이제 10주년이라는 원대한 꿈을 향한 새로운 포석을 둔다. 그 방식은 '음악'이 예능이어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원론적'인 방식의 접근이다. 바로 '월간 유스케'의 형식을 띤 한 가수의 온전한 콘서트로 꾸며진 한 시간이다. 



월간 유스케, 익숙한 용어의 조합이다. 그렇다. 일찌기 월간 윤종신이 있었다. 2010년 4월부터 시작하여 2016년 10월 50호가 된 윤종신의 디지털 싱글 앨범이다. 이는 기존의 앨범 단위로 신곡을 발표하는 것이 뉴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그 의미가 퇴화해 가자,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 소통하고자 아티스트 윤종신이 마련한 플랫폼이다. 과연 예능인으로서 분주한 윤종신이 가능할까?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이제 햇수로 6년째, 50에 이르렀다. 

이렇듯 월간 윤종신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유연한 적응이듯이, 10월 29일 첫 선을 보인 <월간 유스케> 역시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서의 새로운 모색이다. 우선 그간 애매했던 불금의 밤 대신, 조금 더 여유로운 토요일 밤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그리고 매달 한번씩 한 아티스트가 온전히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특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그간에도 신곡을 낸 뮤지션이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음악을 서너곡씩 불러주는 코너가 있었다. <월간 유스케>는 그런 코너의 확장판이다. 최근 내노라하는 가창력있는 가수들이 설 무대라는게 듀엣으로 부르거나, 타인의 곡을 재해석해서 부르거나, 일반인과 함께 해야만 가능한 상황에서, 월간 유스케는 오히려 그런 흐름에 역행하는 가장 본원적인 음악 프로그램으로서의 선택을 한다. 



창간호, 그 이름값에 걸맞았던 박효신 
그리고 그 첫 무대는, 야심찬 포석답게 최근 7집 앨범 <I am a dreamer>로 앨범 차트를 석권한 박효신이다. 무엇보다 박효신의 무대는 방송 출연이 흔하지 않은 그의 7년만의 방송 출연이라는 점, 거기에 199년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통해 방송을 데뷔했던 그의 기념비적인 복귀라는 점에서 '월간 유스케"의 창간호에 걸맞는 무대가 되었다.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는 밤을 뜨겁게 달군 그의 콘서트는 지난 야생화 앨범에 이어 다시 그와 작업을 한 정재일의 피아노 반주에 맞춘 그의 새 앨범의 '꿈',  '홈(home)' 등의 신곡과 이전 앨범의 야생화 그리고 군대 가기전 앨범의 히트곡들이 메들리로 불리워졌다. 이날 박효신의 방송은 이미 그의 콘서트가 거의 10분만에 매진되듯, 5만 여명의 신청자로 화제가 되었고, 바뀐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의 출연만으로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는 등 그간 아쉬웠던 유스케의 화제성을 단번에 회복시켰다. 음원이 아니고서는 그의 음악을 듣기 힘들었던 사람들은 그의 달라진 음색에 갑론을박하며 그의 복귀를 반겼고, 덕분에 창간호, 거기에 월간 유스케라는 야심찬 포석이 헛된 시도가 아니었음을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증명했다. 그저 숙제는 이런 박효신의 화제성을 이을 다음 호, 그리고 특집이 아닌 유희열의 스케치북만의 입지를 예능으로서의 음악이 융성한 시대에 마련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6. 10. 30. 0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