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적 성격이 보다 강한 kbs2tv에 대표적 육아 예능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있다면, 그 보다 교양적 성격이 강한 kbs1tv에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30분부터 방영하는 <엄마의 탄생>이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가 육아를 전담하는 이벤트적 성격이 강한 육아 예능이라면, <엄마의 탄생>은 아기의 임신, 출산, 육아 과정을, 육아의 직접적 담당자인 엄마를 중심으로 그려내는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지향한다. 하지만,  kbs1의 편성이고, 시사 교양이라는 구분에도 불구하고, 막상 지켜본 <엄마의 탄생>은 이제는 빼곡히 채워져가는 육아 예능의 남은 행간을 채우는 또 하나의 관찰 예능적 성격이 강하다. 


<엄마의 탄생>이 시작부터 화제성을 끌기 시작한 것은, 바로 어렵게 아이를 가진 강원래-김송 부부의 출산 과정을 담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이제 개편과 함께 수요일 저녁으로 시간을 옮긴 <엄마의 탄생>은 강원래-김송 부부의 재등장으로 다시 화제성을 이어가고자 하고, 그런 제작진의 판단이 옳았음을 동시간대 1위의 성적표로 증명한다. 어쨋든 여전히 '육아 예능'은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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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타뉴스)

9월 17일 방영된 <엄마의 탄생>은 세 개의 꼭지로 진행되었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박지윤이 mc를 보는 가운데, 엄마가 아닌, 세 아빠가 자리를 함께 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육아 과정을 지켜본다. 
첫 번 째 꼭지로 등장한 것은, 화제의 강원래-김송 부부이다. 감격의 출산 과정을 거쳐, 이제는 슈퍼 베이기가 된 우람한 강원래- 김송 부부의 2세 강선을 키우는 과정이 그려진다. 집안 서열 1위로 막말도 불사하던 카리스마 가장 강원래는 사라지고, 아들 선이와, 그에게 모든 관심이 쏠린 아내 김송이 중심이 되어버린 육아가 중심이 된 가정의 밀려난 아빠 강원래의 적응기가 그것이다. 아이를 돌보며 갖은 감탄사와, 즐거운 비명, 그리고 아이와 대화를 빙자한 갖은 희한한 육성을 발산하는 아내를 외계인 보듯하면서도, 밀려난 자신의 처지에 불만을 가지기는 커녕, 아이로 인해, 그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고 그리고 기쁘게 감내해 가는 달라진 아빠 강원래를 만날 수 있다. 

강원래- 김송의 출산 과정에서의 화제성을 이어가려는 듯, 두 번째 꼭지의 부모는 아직 출산을 앞둔 염경환-서현정 부부이다. 9월 17일 방영분에서, 염경환과 그의 큰 아들이 태어날 아기를 위해 신생아용 침대를 직접 만드는 과정은, 이미 다수의 육아 예능에서 등장했던 이벤트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여유가 없었던 환경에서 첫째를 키우고, 그 보다 여유가 생긴 환경에서 침대까지 만들어 줄 수 있는 염경환의 형편이, 평범한 침대 만들기를 잔잔한 감동으로 이끈다. 작은 아기 침대에 들어가 있는 큰 아들을 보며, 그리고 아내가 보관해 온 큰 아들의 배냇옷을 다시 보며, 여유가 없어 침대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큰 아이에게 미안해 하는 염경환 부부의 회고가, 뻔한 이벤트에 다른 질감을 부여한다. 

그러나 뜻밖에도 9월 17일 방영분의 백미는 이제 7개월이 되어가는 지아를 키우는 여현수-정혜미 부부의 이야기이다. 육아책을 선생님처럼 신봉하던 엄마 정혜미, 하지만, 그런 모범생같은 엄마의 이면에는, 첫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노심초사가 드리워져 있다. 혹시나 아이가 잘못될까 하는 불안감에 아이를 띠어 놓지 못하는 첫 아이 엄마 정혜미의 불안감이, 결국 스스로 기는 것을 연습할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한, 성장발달 검사의 부진으로 이어지자, 부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육아 방식을 고민한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장치를 마련하고, 부부는 딸 지아를 혼자 앉혀보는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앉혀 놓기가 무섭게 쓰러지는 지아를 보고, 엉마는 늘 그랬듯이 달려가 일으켜 주려고 하지만, 아빠 여현수는 소아과 의사의 충고를 들며 그런 엄마를 제지한다. 아빠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해 하는 엄마, 하지만, 그런 엄마의 고뇌(?)가무색하게 몇 번을 넘어지던 지아는, 허리를 쭉 펴고, 팔로 지탱하며 스스로 앉아 보인다. 결국 엄마의 과보호가 아이가 스스로 발육할 수 있는 상황을 막았음을 지아 스스로 증명해내 보인다. 

(사진; 스포츠 월드)

여현수-정혜미네 가족의 해프닝은 그저 과보호 엄마의 웃픈 상황이 아니다. 첫 아이를 키우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두고 벌일 수 있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요, 거기에는 앞으로 내 아이를 어떤 육아관을 가지고 키워가야 할 것인가라는 부모의 육아 철학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담겨있다. 
'육아', 말 그대로 아이를 보살피고 키우는 것이지만, 지아가 넘어지면서 스스로 앉는 법을 터득해 내듯이, 때로는 그 아이를 키운다는 말 속에는, 그 아이가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용기(?)도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 이제 아이를 낳아도 하나 정도씩만 낳는 것이 관행이 되어가는 현재의 대한민국 육아 상황에서, 여현수-정혜미 부부의 해프닝은 '보호'가 아닌, 진정한 '육아'가 무엇인가에 대해, 모두가 한번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렇게 여현수-정혜미 부부의 육아 과정을, 그저 예능적 재미가 아니라, 육아의 진지한 고민으로 들여다 볼 때, <엄마의 탄생>은 한낮 관찰 예능의 경계를 넘어선다. 

프로그램 중에서도 나왔듯이, 한번 입었던 옷이 벌써 작아서 입을 수 없듯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의 육아 과정은, 프리즘처럼 다채롭다. 아직 출산전부터 시작하여, 생후 5개월, 7개월, 비록 몇 개월의 차이이지만, 엄마의 뱃속에서 부터, 스스로 앉을 수 있게 되기 까지, 성인의 몇 십년 보다도 더 다이내믹한 과정이 보여진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범람하는 육아 예능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서 빽빽거리고 울며 보채지 않는, 남의 집 아이 키우는 걸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by meditator 2014. 9. 18.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