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sbs월화 드라마 야왕은 언제부터인가 하류의 복수를 보게 되는게 아니라 오늘은 또 주다해가 어떤 걸로 한 껀(?)을 하게 될까? 그녀의 악행을 기대하며 보는 드라마가 되었다. 분명 하류는 주다해의 악행을 저지하게 위해 전력투구하지만 언제나 주다해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처럼 하류의 복수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업그레이드 된 욕망을 위해 악행을 업그레이드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악행은 대통령후보 조차 그럴듯 하게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한낱 백학 그룹의 비리 뒷처리나 하던 석태일 변호사는 미래 창조당의 대통령 후보로써, 그것도 후보를 단일화하여 대선에 나서게 되었다.

3월 19일,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려 했으나 벽에 부딪치게 되자, 석태일은 주다해를 닥달하고 주다해는 자신을 믿어달라는 말로 석태일을 진정시키고, 그 길로 백학을 찾아간다. 그리곤 용돈을 받으러 왔다며 백도경이 자신을 찔렀던 사실과, 백창학이 그의 매제를 살해해 자살로 위장했단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50억을 뜯어낸다. 50억은 골프 가방에 나누어 담긴 채 미래 창조당에 전달됐고, 석태일이 당의 후광을 업고 단일화하여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데 밑거름이 된다.

그런 뒷거래를 알게 된 석태일의 딸 석수정은 아버지를 찾아가 절규한다. 이런 분이 아니지 않냐고, 자신의 이름을 '수정'이라 지은 것처럼 당당하고 깨끗한 분 아니셨냐고? 하지만 그런 우문에 석태일은 정치란 것이 그런 것이라고 현답을 내린다.

 

이전에도 석태일-백학의 커넥션을 통해 정치란 것이 돈, 이른바 정치 자금이 없으면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정치인과 기업인의 커넥션이란 게 불가피한 것이다라는 <야왕>의 설정은 시청자들이 이미 수많은 실제 사례를 통해 확인했던 사실이니 새삼 덧붙일 이유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드라마 상에서 이면에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석태일이라는 후보는 변호사 출신의 딸 조차도 오해를 할 정도로 청렴결백한 야당의 정치인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심지어 그는 대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통해 야당의 유일한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

그런데 그 과정이 보여지는 것과 달리, 오로지 '돈' 에 의한 것이라는 게 드라마 <야왕>의 결론이다. 정치인의 색깔, 그가 내건 슬로건, 그가 하는 정치적 행위, 이딴 공적 행위는 쇼고, 결국 이면에 흐르는 돈이 핵심이며, 그런 돈의 커넥션을 위해서는 협박 정도 일삼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사과 상자로 배달되는 돈은 순수한 '협찬(?)' 정도로 딸 앞에서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건 주다해가 자기가 죽인 전남편의 집을 찾아가 돈을 요구할 정도의 악행을 눈깜짝 하지 않고 저지른다는 것이지만, 시청자들이 그 과정을 통해 암묵적으로 학습하게 되는 것은 정치 = 돈이라는 교리이다.

 

 

 

더구나 얼마 전 선거 과정에서 야당은 대선 후보 단일화라 과정을 겪었다. 지난한 과정을 통해 어렵게 대통령 후보를 단일화 시켰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에게도, 후보를 넘겨준 사람에게도 좋은 평가만을 남기지는 않은 채 대통령을 여당의 후보에게로 넘겨 주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겪은 지가 얼마되지도 않아서, 이제 드라마에서, 야당의 대통령 선거 과정을 들먹이며, 마치 돈만 있으면 대통령 후보 단일화쯤이야 하는 식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하필 하고 많은 사안을 놔두고, 돈을 가지고 단일화라니! 드라마의 내용상 굳이 '단일화'라는 걸 내걸지 않아도 됐는데.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설정을 통해 주다해의 악행을 설명하고자 했지만, 마치 얼마전 구설수에 올랐던 조선시대의 명장 이순신을 주말 드라마 여주인공 이름으로 써서,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굳이 가져다 쓰지 않아도 될 정치적 사안을 들먹임으로써, 실제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통을 담보해 냈던 과정을 지극히 '세속적인 딜'의 과정으로 폄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그건 흔히 술자리에서나, 택시를 타면 만날 수 있는 정치에 대한 세속적인 편견, 까짓 결국 돈이야 라던가, 누가 돈을 덜 써서 그랬대라던가, 스폰까지 들먹이는 구설들의 연장 선상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정작, 이번 선거를 결정지었던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어설픈 피해의식이 불러온 섣부른 결론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래서 주다해의 악행의 도구로 쓰인 '석태일 대통령 후보 단일화'가 씁쓸하다.

by meditator 2013. 3. 20.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