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방영된 <인간의 조건>에서는 각자 휴가를 즐기던 멤버들이 모처럼 한 집에 모여 늦잠에 빠져있는 아침, 느닷없이 엠블랙의 이준이 방문을 한다. 이유인즉, 자신의 그룹이 활동을 끝내고 휴가라, <인간의 조건>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생뚱맞은 아이돌 게스트의 출현에 멤버들은 조금은 낯을 가리거나, 남의 집에 찾아오면서 빈 손으로 왔다고 타박을 하며 경계를 허물어 가면서, 예의 그 가족적인 따스함으로 게스트 이준을 <인간의 조건>안에 녹아들게 만든다. 

그리고 그날 하루 이준은 <인간의 조건> 멤버들과 함께 긴 하루를 보낸다. 

(사진; sstv)

<인간의 조건>에는 종종 아이돌 게스트들이 방문한다. 17일 방영분의 이준이 그랬고, 그 이전에 전기 없이 살기 미션 중에는 2pm이 단체로 혹은 친구의 자격으로 개인 멤버가 방문을 하기도 했었고, 뜬금없이 예은이 자신의 강아지와 함께 <인간의 조건>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와 먹방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같은 아이돌들이지만 그들 각자의 캐릭터에 따라 멤버들의 반응 혹은 멤버들과의 합이 달라진다. 여자 아이돌이었던 예은은 남자들만 드글거리는 집에 말 그대로 '꽃'처럼 등장해, '공주'처럼 대접을 받다 갔고, 2pm은 전기 없이 모시 옷을 입고 버티는 미션에 합류해 땀을 흘렸다. 그리고 이제 이준도 멤버들과 함께 해보고 싶었던 일 하는 휴가 미션에 도전을 한다. 

아이돌이건, 그렇지 않건 게스트의 첫 등장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의 관건이 되는 것은 '개연성'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아이돌 게스트의 등장은 17일 방영분의 이준의 등장처럼, 이유불문, 뜬금없이 나오니까,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처음 <인간의 조건>을 시작하고 집을 떠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함께 모여 사는 게 낯설던 시절 개그맨 후배 신보라한테 놀러오라고 하다가, 그녀와 같은 소속사인 이유로 등장했던 에일리는 그나마 기승전결이 있는 셈이다. 허경환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임슬옹의 등장도 그럴 듯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를 넘어선 아이돌 게스트의 등장은 대부분 안타깝게도 프로그램의 흐름을 깨뜨리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돌이 나오면 어느 프로그램이던지, 아이돌이란 프리미엄을 인정하고 대접하면서 들어가게 되는데, 그런 멤버들의 접고 들어가는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까지 공유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가에 있어서는 회의적인 면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나 누가 누군지 이름을 기억하기기조차 어려운 아이돌이 범람하는 이즈음엔. 더더욱 아이돌의 프리미엄이란 냉소의 대상이기가 십상이다.  
게다가 <인간의 조건> 박성호처럼 낯을 가리는 멤버는 생경한 아이돌의 등장으로 얼음이 되어버려 원래의 활약조차도 제대로 펼쳐보이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게스트의 존재가 기존 멤버와의 시너지를 만들어야 되는데 그 반대의 효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젠 화제성도 그닥이다. 결국 아이돌을 출연시키는 것은 그들을 통해 1회성이라도 화제를 끌어모으려고 하는 것인데, 김준호의 자평대로 닉쿤이 모시옷을 입었지만 화제는 되지 않았고, 분홍색 미션 티를 리폼해 입은 이준 편의 시청률이 그걸 증명한다. 


(사진; 마이데일리)


비단 이런 경우는 <인간의 조건>만이 아니다. sm 소속의 신생 아이돌 그룹 exo는 sm 소속 연예인들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면 어느 곳이나 얼굴을 비춰 자신들을 알리기에 분주하다. <불후의 명곡> 게스트는 애교일 정도로,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태민과 함께 등장하는가 하면, <나 혼자 산다>에서 강타의 소속사 후배로 나타난다. 문제는 그룹 exo 팬들이야 우리 오빠가 자주 나와서 좋았겠지만, 그들의 출연이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태민과 강타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의문을 낳는다. 
<우리결혼했어요>의  exo처럼 지금의 남편보다 태민보다 멋있어보이게 등장하는 후배들은 역효과도 이런 역효과가 없다. 
더구나 최근 <나 혼자 산다>의 경우는 애초에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독거남의 삶을 조명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넘쳐나는 게스트들로 인해 프로그램의 방향 조차 모호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결국 exo는 그런 분위기를 몰아가는데 일조한 셈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조건>도 마찬가지다. 최근 생각보다 여의치 않는 시청률을 1회성 게스트의 출연으로 만회해보려는 시도를 하지만, 그건 외려 <인간의 조건>의 본연의 취지를 흐뜨러뜨리는 꼼수가 되어버리는 듯 하다. 

이제 와 새삼 당연한 것처럼 되어가고 있는 아이돌 게스트의 출연을 문제삼는 것은 우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이나, <나 혼자 산다> 그리고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이미 출연진들의 합이 이루어져 있고, 그들간의 시너지가 우선이 되어야 할 프로그램에서 섣부른 게스트의 출연은 심사숙고 해봐야 할 지점이다. 왜냐하면 생각만큼 홍보도 되지 않고, 멤버들의 합마저 흐트려뜨리고, 프로그램의 흐름마져 깨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테니까. 이제 더 이상 아이돌 게스트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by meditator 2013. 8. 18.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