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 우리가 간과하고 넘어가는 각종 사회적 문제들을 '실종'이라는 사건을 매개로 풀어내고자 하는 <실종 느와르 M>, 드디어 이들이 다루고 있는 '사회적 실종'이 '정리해고에 닿았다.


한 소녀가 실종되었다. 가족도 없는 그녀는 자신의 실종을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알린다. 2주 전에 경찰에 누군가 자신을 쫓아다닌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것이다. 
흔히 이슈가 되는 인터넷 영상들이 그러하듯, 사람들은 호기심에 그 영상을 찾아보고, 우려를 표하는 댓글에서 부터, '차라리 죽어라' 등의 잔인한 댓글 까지로 관심을 표명한다. 그렇게 관심거리가 된 영상을 소녀의 친구가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수사하기로 한 이유, 단 한 가지, 만약에 그녀가 죽게 되면, 2주 전에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묵과하는 바람에 죽었다는 그 혐의(?)를 벗기 위해서이다. 




한 사람의 실종을 통해 밝혀지는 해고 노동자들의 죽음
미대 4학년 조만간 유학을 떠나려고 했던 이지은의 짐은 단촐했다. 그런데 겨우 한 상자 남짓의 유일한 짐이 빠져나간 그녀의 방 한쪽, 작은 아틀리에에 수채화로 그려진 네 장의 그림이 남겨져 있다. 그 그림을 추적해 들어가던 형사들, 뜻밖에도 거기서 죽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컨네이너 박스에서 목 매달아 죽은 남자, 그리고 저수지 주변에서 홀로 차 안에서 죽어간 사람, 그리고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 남자, 그림은 이들 세 사람이 죽은 그 상황을 그대로 남겼다. 그리고 남은 마지막 호수가, 거기서 죽은 사람을 찾아헤매다 뜻밖에도 앞서 죽은 세 사람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아니 죽은 세 사람만이 아니다. 사라진 이지은의 아버지까지 네 사람이 죽었다. 이들의 과거를 추적하던 '실종'팀은 그들이 한때 한 공장에서 형님, 아우 형제처럼 지내던 사이라는 것을 밝힌다. 그리고 6개월전 아버지가 죽고 나서 장례식에 그들은,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 동료들이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억울하게 생각한 이지은이 회사 동료들을 찾아다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이지은은 '실종자'에서 사건을 조작한 '용의자'가 되고. 

하지만, 드라마는 사건을 한번 더 뒤집는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동료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버지는 정리 해고에 맞서 함께 파업에 참여했던 동료들을 두고 홀로 파업전성에서 이탈했고, 회사 낸 신망이 두터웠던 아버지를 따라 파업 대열을 흐트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이탈에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딸의 소망이 있었다. 그러나 파업 현장에서 이탈한 아버지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동료들을 향해 새총까지 쏘아대던 그는 결국 '수면 장애'까지 일으키며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에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하였다. 

아버지만이 아니다. 이지은이 '삼촌'이라 불렀던 파업에 참가했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회사측 수십억 손해 배상을 견디지 못해 아내가 자살한 동료는 아파트 창에 몸을 던졌다. 다른 동료들 역시 해고 이후의 삶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실종'팀이 이지은이 남긴 그림을 통해 찾아간 이지은의 아버지와 형제같던 동료들은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지은은 그런 아버지와 삼촌들의 죽음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던 자신의 욕심'때문이라고 자책했다는 것이다. 

'실종자'였다가, 실종 조작 사건의 용의자였던 이지은, 그녀는 결국 필리핀 킬러의 손에 희생된 이 사건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고만다. 겨우겨우 찾아간 마지막 그림의 호숫가, 그녀는 이미 킬러의 손에 희생된 이후였다. 그리고 그녀가 희생된 날은 아버지가 다녔던 공장 해고 노동자들이 해고 무효 소송 판결이 나던 날이었다. 대법원 판결은 결국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회사측의 해고는 정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죽일거라며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죽음을 알린 소녀 덕에, 아버지와 동료들의 죽음을 세상을 알아주기 시작했다. 비록 법의 판결은 회사 측이 정당하고 났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삼촌들같은 희생자가 있었음을 알게되었다. 

결국 사건은 이지은에 의한 자작극임이 드러난다. 아니 드러났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실종팀' 중 유일하게 길수현(김강우 분)가 이지은의 핸드폰에 온 메시지를 통해 마지막 살인 청부가 이지은 자신에 의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녀의 이어폰 줄이 끊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진서준(조보아 분) 역시 낌새를 눈치챘다. 그래서일까? 길수현은 '실종자가 죽었는데 어떻게 사건을 종식시키냐'며 혹시나 그녀의 죽음이, 그녀로 인해 해고 노동자의 처지가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된 것을 우려한 회사측의 농간일지도 모른다고 분노하는 오대영(박휘순 분)과 다르게 사건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예고된 실종사건'을 통해 '정리해고 살인'을 알리다
늘 그렇듯 <실종 느와르 M>은 질문을 던지고 끝난다. 사건의 진실을 향해 분노하는 오대영의 뜻에 따라 끝내 이지은의 자작극이었다는 진실을 밝혀야 했을까? 아니, 죽어간 이지은 앞에서 홀로 눈물을 흘렸던 길수현의 판단처럼 이지은의 결정을 존중해야 했을까? 몸으로 뛰는 형사 오대영과 머리로 그려가는 전직 FBI 요원 김수현의 캐릭터만큼 대비되는 그들의 가치관처럼, <실종 느와르 M>은 스스로 자신이 목숨을 던져가며 아버지와 삼촌들의 죽음을 알리려 한 이지은의 결정에 대한 판단을 시청자의 몫으로 남긴다. 

아니,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진 건, 비단 사건에 대한 판단만이 아니다. '아무도 죽인 사람은 없다지만, 죽어가는 사람이 속출하는 해고 살인', '예고된 살인' 편을 통해 우리가 만나는 것은 '쌍용 자동차 정리 해고' 등의 노동 현장의 살인적 현실이다. 2009년에 시작된 '쌍용 자동차 해고 무효 소송, 2014년 법원은 사측의 해고가 정당했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동료를 배신했다는 자책감에 견디지 못하고, 혹은 회사측이 가한 살인적인 손해 배상 소송에 못이겨, 그리고 절망감에 못이겨 28명의 희생자를 낳았다.그리고  우리 사회 누구도 그들의 죽음에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실종 느와르 M> 6회, '예고된 살인'은 극중 자신을 킬러의 손에 희생양으로 던져 아버지와 삼촌들의 죽음을 알리고자 한 이지은처럼, 우리 사회가 잊고 있는 '쌍용 자동차'를 비롯하여 '정리 해고 살인' 위기에 몰린 노동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 유례가 없는 '해고 살인', 아무도 죽인 사람은 없다지만, 누구나 죽인 사람을 알고 있는 사건, 스스로 자신을 죽인  이지은의 마지막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아빠가 죽은 것도 삼촌들이 죽은 것도 나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도저히 버틸 수도 살 수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들은 정말 잘못이 없을까요? 사람이 죽는데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잖아요. 그래서 죽기 전에 제가 그릴 수 있는 마지막 그림을 그렸어요. 아빠의 죽음도, 아저씨들의 자살도 결국은 결국은 살인이니까 기억해 주세요. 이 죽음들을.......이제 죽지 말아요'
'


by meditator 2015. 5. 3.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