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밤 10시 10분 mbc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시네마틱드라마 SF8>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기술 발전'을 통해 완전한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시네마틱드라마 SF8>를 이끌고 있는 건 한국 영화 감독 조합이다. 대표 민규동 감독은 “지난 2년간 회원 감독들의 창작 기회를 확장해줄 쇼트 폼 영화 플랫폼을 찾고 있던 터에, 웨이브 쪽에서 제안이 왔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시도인 것 같아 수락했다'고 밝히고 있다. 

 

 

TV와 영화 감독의 만남은 윈윈? 
tv와 영화 감독들의 만남은 tv라는 플랫폼과 영화 감독들 모두에게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최근 공중파 3사 드라마는 '공중파'라는 대표성이 무색하게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낮은 성과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흥미로운 콘텐츠의 부재이다. 그런 면에서 기존의 드라마 창작자들이 아닌 영화 감독들의 참여는 궁지에 몰린 tv 드라마 콘텐츠에 물꼬를 터줄 가능성이 컸다. 

감독들 역시 '윈윈'이다. '감독조합에 따르면 소속 감독 361명 중 50%가 연봉 2천만원 이하다. 그중 35%는 연봉이 1천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영화계는 산업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감독들에겐 작품을 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허스토리> 민규동 감독, <패션왕> 오기환 감독,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장철수 감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 <나를 잊지 말아요> 이윤정 감독, <아워 바디> 한가람 감독, <죄 많은 소녀> 김의석 감독 등이 참여한 <시네마틱드라마 SF8>, 작품명만 들어도 알만큼 내로라하는 감독들이지만 이들의 새로운 작품을 스크린으로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구나 '근 미래'라는 SF적 설정은 그간 드라마에서나, 스크린에서도 드물었던 새로운 시도이다. SF적 주제 아래 내로라 하는 감독의 예측불허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만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시네마틱드라마 SF8>의 의의는 크다. 하지만 단막극이 고전하고 있는 드라마 시장이라지만 거창했던 취지가 무색하게 1% 대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는 점은 장르나 실험성, 그리고 영화적인 접근 등에 있어 많은 숙제를 남긴다. 

그런 면에서 9월 18일 방영한 장철수 감독의 <하얀 까마귀>는 <시네마틱드라마 SF8>의 빛과 그림자를 그대로 보여준다. <김복남 살인 사건>으로 그해 신인 감독상을 휩쓸었던 장철수 감독은 이후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지만 그 이후 감독의 작품을 관객들은 만나지 못했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들어간 BJ
오랜만에 돌아온 장철수 감독이 선택한 장르는 '게임', 그 중에서도 가상 현실 게임 VR이다. 8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BJ 주노(안희연 분), 하지만 어느날 접속한 동창이란 구독자로 인해 '과거'가 논란이 되고 그녀가 애써 쌓았던 인기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빠진다. 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주노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VR게임 IOM2(inside of mind)참여한다. 

뇌를 자극하여 개개인의 트라우마에 맞춰 유저 맞춤형 공포를 제공하는 게임, 그 게임의 1라운드에서 주노가 눈을 뜬 곳은 바로 그녀의 과거 조작 논란이 된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이다. 거기서 주노는 지나간 과거에서 '백아영'이란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 미션을 받아든다. 

라운드가 거듭될 수록, 그리고 처음 실현한 장치로 인한 오류와,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는 BJ 주노의 오기로 인해 단순하게 백아영 찾기였던 게임은 아영과 준오의 우정, 그 복잡한 개인사로 헤집어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백아영과 장준오(이세희 분),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백아영이 퍼트린 '거짓말'로 인해 궁지에 몰린 장준오는 스스로 목숨을 거두고 마는 사건이 발생한다. 

준오처럼 머리를 기르고, 준오처럼 화장을 하고, 마치 자신이 준오인 듯 준오만이 아는 개인사를 자신의 글에 천연덕스럽게 쓴 아영, 그런 아영을 준오가 다그치자 아영은 준오가 고등학생이 차마 할 수 없는 일을 했다며 외려  준오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드러난 '질시''의 너머에는 청계천 철거라는 가족사가 숨어있다. 철거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가정이 붕괴된 아영, 반면, 그 '철거'를 통해 부를 축적한 집안의 준오, '질투'라는 사춘기 소녀의 감정 밑바닥에는 용서할 수 없는 '상실'의 고통이 숨겨져 있다. 거기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준오를 통해 '해소'하고자 했던 아영의 '욕망'이 더해져 결국 준오로 하여금 옥상에 서게 만든다. 

과연, 그 과거의 '아영'은 누구일까? 게임은 계속 BJ주노에게 아영을 묻는다. 심지어 처음 시연한 게임 과정에서 과열로 인해 방송국이 불이 나고 게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BJ주노가 뇌사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도 등장한 게임 조력자는 여전히 추궁을 멈추지 않는다. 

<시네마틱드라마 SF8>의 여타 작품들에서도 그랬지만 <하얀 까마귀> 역시 SF, 증강 현실이라는 첨단의 장치를 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인간의 질곡은 원초적이다.   철거 뒤의 잔해같은 가족사, 그리고 끊임없이 비교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정, 그 모든 것들이 한 소녀의 죽음을 초래했고, 또 다른 소녀에게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는 '가면'을 씌웠다. 

6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어느 하나 중점을 두지 않은 것이 없다는 감독의 말이 과언이 아니듯, 증강 현실 게임이라는 첨단의 영역과 '트라우마' 속 과거의 학창 시절은 겹겹이 겹쳐진다. 한 술 더 떠서 화재로 인한 게임 중단이 진실인가, 그 역시도 게임 속 트라우마를 충동하는 장치인가에 이르면 혼란스러워진다. 거기에 수업 시간 선생님의 입을 통해 등장한 '아폴론에 의해 거짓말을 했다고 까맣게 타서 죽임을 당한 원래 하얗던 까마귀'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게임 속의 '배경 서사'로 작동하여 수시로 인간 까마귀떼를 등장시키며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의욕적인, 혹은 60분이라는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속에 과욕이랄 수도 있는 중층적 서사 구조와 거기에 밑바탕이 된 신화, 그를 구현한 미래의 증강 현실은 1%에 못미치는 시청률의 결과로 볼 때 시청자들에게 '인식 오류'나 혹은 불친절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진 하여 안타깝다. 





by meditator 2020. 9. 19.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