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추징금 1672억을 내지 않고 버틴 결과, 2013년 9월 그의 두 아들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가진 돈이 단돈 29만원 밖에 없다며 버티던 전직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가 그의 두 아들에게로 향하고, 밤을 세워 조사를 받게 되고, 자칫하면 조만간 감옥에 들어갈 처지가 되자, 마지 못해 자녀들이 가진 부동산을 내어놓는 것으로 추징금을 갚겠다고 나섰다. 철면피한 아버지를 둔 덕에 아들들은 졸지에 전국민의 눈총을 받으며 검찰을 들락거리게 된 것이다. 아니다. 부도덕한 아버지를 둔 덕에, 어쩌면 멀쩡한 사람으로 살 수 있을 지도 모를 기회를 박탈당하고(?), 그 부도덕의 대를 이어, 비밀리에 비자금을 해외에 빼돌려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그림을 사모아 은닉 재산을 지키는 대를 이은 부도덕한 사람으로 거듭나 결국 검찰청 건물을 들락거리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 결과를 놓고 아들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선 감수해야 할 부도덕한 관례라 생각할까? 아들의 삶을 가장 좌지우지 하는 건, 아버지의, 아버지의 세대가 살아온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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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하 스캔들)>이란 드라마의 정점은 장태하가 그의 진짜 아들이 누군인 줄 알게 되었을 때라고 생각되었다. 모든 진실을 알게되어 자기 자신의 욕망 때문에 자기 아들을 죽이려 했다는 그 충격적 진실 앞에 무너지고 참회할 장태하를 자연스레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은중이, 하명근 형사가 유괴한 아이가, 진짜 장은중이었음을, 그리고 그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려 했음을 알고 나서도 장태하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참회하기는 커녕, 자신의 핏줄을 속였다는 분노, 자신의 핏줄을 빼았겼다는 결핍감으로 인해 더더욱 극악무도한 욕망의 화신으로 변해간다. 아내의 남편이자, 은인이던 장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 재산을 빼돌린 부도덕한 인간을, 죽어가는 아이가 있는 건물 무더기를 불도저로 밀어버린 파렴치범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건물의 부실을 알리는 직원을 죽인 살인자를 너무 만만하게 보았었던 거 같다. 
마치 인지상정으로 전직 대통령인데 설마 추징금을 띵겨 먹겠어? 하는 상식의 선에서 기대를 하던 국민들이 아들들을 법정에 세우려는 극한의 수순을 밟아야, 겨우 땅뙈기를 내놓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수법을 써야만 했듯이, 부도덕한 아버지들에게, 인간적인 참회와 반성이란 개나 물어갈 이야기였던 듯하다. 
결국 그런 장태하의 반성없는 폭주하는 기관차같은 욕망은, 그의 친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뻔 하더니, 이제 겨우 찾은 친아들로 하여금, 자신을 길러준 유괴범에게 총구를 들이밀게 만든다. 친아버지가 길러 준 아버지를 없애는 불상사를 대신하기 위해, 아들이 미리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꼴이다. 결국 범죄의 아비가, 아들을 다시 범죄로 몰아넣는다. 

하은중이 장은중임이 밝혀진 이후, 날뛰는 장태하와, 모든 처벌을 달게 감수하려는 하명근이라는 두 아버지의 다른 선택 사이로, 또 다른 삶을 선택하는 두 아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일들은 대를 이어 되풀이 되는 것이다.
비록 유괴범이었지만, 자신의 아들을 죽인 장태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아들을 유괴하고, 윤화영이 가짜 장은중을 내세운 바람에 장은중을 돌려주지 못한 하명근은, 이제는 하은중이 되어버린 장은중이 '아버지'라고 부를 때마다 몸서리를 치면서도, 그를 결국 자신의 아들로 품어내는 인고의 과정을 겪어 냈다. 그래서, 이제 장은중으로 돌아가겠다는 하은중은 여전히 의협심이 강한 형사 그대로이다. 
반면, 진짜 장은중이 돌아오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부모도, 집도, 직업도 잃어버리게 된 장은중은, 그의 작은 어머니의 마음 속 소리를 그대로 뇌되인다. 어느 누가 감히 태하 그룹의 그 거대한 재산을 포기하겠냐고. 장태하가 아들 바보라며 키워낸 아들은 어느새 장태하처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려 드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장은중이 된 하은중에 의해 구해져 하명근의 집에 누워, 하명근이 떠주는 죽을 먹으며 흘린 윤화영의 눈물에서 유괴는 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 나쁜 일임에도, 유괴범의 아들로 자라나 다행히도 엄마를 구할 수 있는 아들이 된 하은중이 떠올라 보는 사람의 눈시울마저 시큰거린다. 그 시간 엄마가 숨어있는 곳을 아버지에게 알리며 자신의 생사를 딜하는 가짜 장은중과 달리 말이다. 

(사진; 한국 경제)

<스캔들>은 선정적인 제목, 불량스러운 부제와 달리, 10시 드라마로는 근자에 보기 드물게, 막장의 요소도, 연기의 부조화도 없는, 게다가 우리 시대를 상징적으로 설명해내고, 고민하게 만드는 명작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막장의 향연이라고 불리웠던 전작에 비해서도 시청률이 낮고, 같은 날 말도 안되는 스토리라 비난받고 있는 같은 방송국의 9시 드라마보다도 시청률이 낮다. 말이 되지 않건, 멀쩡하던 연기자들을 단칼에 쳐내도, 자극적 스토리만 있으면 관심을 끌 수 있는게 역시나 시청률의 정답인 듯하다. 그저 부디 이런 좋은 작품의 뒤에 시청률의 욕심에 다시 막장으로 회귀하지나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한편에선, 우리 시대의 진실을 부도덕한 방식이지만 충격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스캔들>이 이나마 선전하는 게 어딘가 싶다. 비록 주말 시청률 1위는 아니더라도,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며, 쭈욱 자신이 하고픈 바를 마지막 까지 통쾌하게 풀어내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3. 9. 16. 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