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이 떠나간 자리, 그 거대한 구멍을 과연 누가 메꿀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첫 회만 녹화하고, 신해철을 떠나 보낸 <속사정 쌀롱>의 숨겨진 과제였다. 이제는 트렌디한 인물이 아닌 논란의 대상이 된 에네스 카야까지 출연시켜, 시치미 뚝 떼고 하는 그의 거짓말의 화려한 언변을 더해보았지만, 첫 회 자신의 경험담까지 내보이며 진정성있게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했던 신해철의 진중함을 대신할 사람은 없었다. 

6회, 이런 <속사정 쌀롱>의 고민을 해결할 대체재로 찾은 건, 요즘 한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영화 평론가 허지웅과,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여자 mc 모델계의 김구라라 평가받는 이현이였다.
그리고 이들의 등장과 함께, <속사정 쌀롱> 자체도 색깔을 변화시킨다. 

신해철이 함께 했던 첫 회, 그리고 새로운 mc진이 보강되기 전까지만 해도, 진중권의 학문적 설명이 곁들여진 심리 실험이 프로그램의 메인 코너를 차지했다. 진중권이 원고를 보며, 유수 어느 대학 실험진의 이론을 들먹일 때마다. 제 아무리 장동민이 '또 외국 대학이냐고?' 퉁바리를 줘도, 확고한 이론에 밑바탕을 둔 이론은 어김없이 등장하였고, 그런 이론에 밑바탕을 둔 심리 상황 실험, 거기에 곁들인 mc와 게스트들의 토크가 주된 이야깃거리였다. '예능'이라기보다는, <비타민>식의  '에듀테인먼트'에 가까웠달까.

`속사정 쌀롱` 이현이, `눈 앞에서 600만원 사기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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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첫 시도가, 허지웅, 이현이의 등장으로 변화되었다. 학자적 권위를 내세우며 국내외 유수의 심리 실험을 소개하던 진중권도, 이제는 그저 토크쇼에서 살아남아야 할 예능 mc진의 일원일 뿐이다. 인문학적 지식이 드러나 보이던, 심리토크쇼는, 여전히 '심리'적 상황에 한 발을 담그되, 예능적 성격을 강화시켰다.

진중권의 박학한 소개에 곁들인 각종 심리 실험은, 그런 아카데믹한 성격을 벗어던지고, 새로 보강된 mc 이현이를 상대로 한 '비호감 실험'을 하듯, 보다 일상성을 강조한 친숙한 '심리'로 변모되었다. 이전의 <속사정 쌀롱>의 심리학이 학과 과정으로서의 강의를 그대로 전달해낸 듯한 느낌을 주었다면, 이제 변모된 <속사정 쌀롱>의 '심리학'은 숙성된 자기 것이 된'심리학'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국 대학 연구진이 이렇게 말했대를 기반으로 한 <비타민>류의 심리실험은, 이현이를 상대로 달라진 상황에서 변화된 mc진의 호감도나, 7회 mc진의 지갑을 정신과 의사가 분석해 주는 토크쇼 안으로 천착된 심리적 상황으로, 보다 mc진의 토크를 강화시킨 것이다. 

덕분에, 제 아무리 장동민이 반발해도, 늘상 진중권이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 같았던 mc진의 형태는, 이제, 그날의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라디오 스타>가 연상되는 토크쇼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미 <마녀 사냥>을 통해 단련되어, 이제는 논객이라기 보다는, 예능 mc로서 적응된 허지웅의 존재는 적절한 선택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제는 가르치는 선생과 말 안듣는 학생 같았던 장동민은 동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막연한 심리는 '자기 합리화'의 아이콘 윤종신과, '자격지심'의 아이콘 장동민이 등장하면서, 남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친근하게 다가오게 되었다. 

`속사정 쌀롱` 진중권 vs 허지웅, `폭행전과 이혼남` 두고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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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7회, 두번 째 코너, '사생활의 천재'에서, 가정 폭력으로 이혼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연 속의 남자를 두고 벌인 진중권, 허지웅 두 논객의, sns가 아닌 스튜디오 배틀은 <속사정 쌀롱>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귀한 장면이 되었다. 
스튜디오에 mc로 앉아있는 진중권을 보고 허지웅이, 자신이 갖은 욕을 먹고 tv에 오자, 진중권은 레드카펫을 밟고 왔다고 하듯, 이전의 상황에서 앙금이 남은 듯한 두 사람은 결국, 폭력의 경험을 가진 이혼남 사건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만다. 폭력은 사적 영역을 넘어 사회적 영역이라며 이런 사람은 '배제'시켜야 한다는 진중권과, 그런 진중권의 격한 언어적 표현에 '발끈'하는 허지웅의 설전은,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sns의 논객마저도 품어내는, <속사정 쌀롱>의 예능적 한 표현이 되었다. 아니, sns의 논객마저 '예능'이 되어가는 세상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 맞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아직은 '예능'이 낯설어 자주 눈치를 보고, 종종 생경한 언어를 선보이며, 그럼에도 그의 언설은 녹슬지 않은 진중권과, 그가 먹은 '예능'물이, 그를 한때의 논객이나, 평론가 보다, mc가 더 어울려 보이게 된 허지웅의 노련함, 그리고 여전히 자기 이야기에만 충실한 두 사람 사이에서, 정교하게 균형을 잡아주는 윤종신의 노회함, 그런 쟁쟁한 mc진에 결코 주눅들지 않은 장동민의 솔직함과 호쾌함, 여성임을 의식하지 않게 어우러져 들어간 이현이의 능숙함까지, 새롭게 진용을 짠, <속사정 쌀롱>은 한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심리'을 양념으로 친 토크쇼가 되었다. 무엇을 배운다는 호기심은 유지하되, 부담감은 덜어내고, 조금은 '고상한 듯한' 토크쇼를 보기 위한 선택재가 되었다. 

단지 아쉬운 것은, 7회 게스트 유상무의 존재에서 보여지듯이, 물론 그가 장동민과 막역한 사이라는 걸 전제 한다 해도, 한국말을 잘 하는 유상무와, 그 자리에 앉았던 한 주를 비운 mc 강남의 차이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강남이 요즘 트렌디한 인물이라 해도, 아직은 한국말에 서툰 그가,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껏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어, 종종 토크의 흐름이 끊어지던 것과 달리, 한국말을 넉넉히 알아듣고, 거기에 보탤 수 있는 유상무의 존재는, 아직은 이방인인 mc 강남의 존재를 숙제로 남겼다. 


by meditator 2014. 12. 15.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