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는 루이 13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뒤마의 소설이다. 1844년에 씌여진 이 소설은, 원작이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계속 재연됨은 물론, 원안을 기초로 한 다양한 버전의 '삼총사'가 만들어져 왔다. 여러 아이돌들이 달타냥이 되어, 지금도 어디선가 막을 올리고 있는 '삼총사' 뮤지컬이 바로 그것이며, 폴w 앤더슨 감독의 '삼총사'는 3d 버전으로 화려하게 재탄생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시대를 막론하고, 여전히 '삼총사'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타락한 권력에 저항하는 의협심 강한 네 젊은이의 좌충우돌 열혈 투쟁기가 아마도 가장 핵심적인 이유일 것이다. 또한 삼총사와 달타냥 네 명이 선보이는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 역시, 유명세의 한 이유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 그 '고전' 삼총사가, 2014년 텔레비젼을 통해 등장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선하고도, 인조 대왕 시절이다. 


조선에는 몇몇 유명세를 치루는 임금님이 계시다. 27분의 임금님 중 일찌기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를 시작으로 하여, 한글을 만드신 세종 대왕이 한때 인기를 끄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서 가장 대세를 이루는 건 아마도, 드라마, 영화를 섭렵하고 계신 '정조' 임금님이실 것이다. 이성계나, 세종 대왕이, 순기능의 권력의 상징이라면, 정조 임금님은, 그런 분들과 달리, 아버지를 뒤주에 여의시고, 할아버님 치하에서 숨죽여 살다, 왕이 되어, 할아버지의 치세와는 다른 길을 걸은 '개혁 군주'라는데, 하지만, 마치 3일 천하인 것처럼, 별로 길지 않은 치세로 인해, 더더욱 드라마틱한 운명의 인물로 종종 우리 곁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인물들은 임금님만 계신 것은 아니다. 왕이 되었으나, 그의 앞서가는 '사대'라는 틀을 벗어난 정치적 식견, 하지만, 그런 정치적 식견에도 불구하고, 근시안적인 권력 전횡으로 말미암아, 한때 왕이었던 자리에서 쫓겨난 광해군도 게시고, 뜻을 펴보지도 못한 채 아비에 의해 죽임을 당한, 정조의 아버지 사도 세자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분들에 비해, 소현세자는, 비록 역사적으로는 병사라고 기록되지만, 이젠 그보다는 아버지에 의한 독살이라는 야설이 더 신빙성이 높아지는(이덕일, 조선왕 독살 사건), 결국 사도세자 못지 않은 불운의 세자였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적 관심에서 벗어나있던 인물이었다. 바로 이 소현세자가, 화제를 모았던 <나인>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tvn의 새 역사극, <삼총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드라마틱했던 그의 삶에 비해, 늦은 등장이라 할 만하다. 

삼총사
(사진; tv데일리)

첫 선을 보인 <삼총사>에서도 중국인 첩자를 통해 해외 동향을 전해듣는 소현 세자가 등장하듯이, 소현 세자는 당시 조선에서는 드물게, 세계사적 식견이 깨인 인물이었다. 무능한 아버지 인조 대왕을 대신하여 전장에 나섰으며, 전쟁 후 볼모로 잡혀가 청에서 생활하면서, 사대주의에 찌든 조선을 넘어서는 정치적 안목을 키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의 선경지명 덕분에, 왕의 자리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인물이다. 그의 죽음과 함께 조선이 사대주의와, 척신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었던 몇 번의 기회 중 하나도 함께 사라진 것이다. 바로 이런 소현세자의 드라마틱한 삶을 리슐리외 추기경의 전횡에 맞선 의협심 강한 청년들의 이야기 <삼총사>를 빌려와,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 

드라마 <삼총사>의 첫 회는, 소설 <삼총사>의 첫 회를 보존한다. 시골뜨기 달타냥이 파리로 올라와 왕실 근위대가 되고자 하나, 돈을 잃고, 뜻하지 않게 삼총사와 마주치게 되는 이야기가, 강원도 고성에서 무과를 보기 위해 올라온 박달냥의 스토리로 둔갑한다. 그 역시 거리에서 돈을 잃고, 겨우 남은 돈으로 찾아든 주막에서, 급제 예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야습에 의협심으로 맞서다 '삼총사'를 조우한다. 시골뜨기 달타냥과 한때 흠모했던 여인이 세자빈이 된 것도 모른채 그녀를 얻기 위해 무과를 보러 올라온 박달냥은 묘하게도 다른 듯 같다. 또한, 왕실 근위대 삼총사와, 세자와 그의 익위사 허승포와 안민서 역시 다르지 않다. 더구나, 첫 회 부터 넉살좋은 포르토스를 원작 못지 않게 해석해 낸 양동근의 연기는 그 잠깐의 장면에서도 역시 양동근이라는 감탄을 불러온다. <나인>에 이어 다시 한번 합류한 이진욱의 세자 포스도 만만치 않고. 박달냥의 정용화나, 안민서의 정해인도 이물감이 없다. 

비극적 인물 소현세자를 다루지만, 유쾌상쾌 통쾌했던 원작 삼총사처럼,  첫 회를 통해 본, <삼총사>는 미래의'비극'은 우선 제쳐두고, 멋진 사내들의 조우와 활약에 우선 방점을 둔 드라마가 될 듯하다. 그리고  수작으로 평판이 자자했던 <나인>이 모작의 그늘로 인해 그 명성에 흠집이 생긴 것과 달리, 아예 이번에 제작진은 <삼총사>를 대놓고 불러온다. 그리고 순조로운 첫 회, <삼총사>를 통해, 사라진 인물, 그저 왕이 되기에 실패한 채 아비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만 불운의 소현 세자가 멋들어진 역사적 인물로 거듭날 것 같은 기대가 든다. 


by meditator 2014. 8. 18. 0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