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이세영, 서하준, 이규형, 정려원, 현재 작품을 하고 있는 배우들이다. 박은빈, 서현진, 소지섭, 이종석은 얼마전 종영을 한 작품의 배우들이다. 이름만으로도 내로라하는 배우들, 이들 배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맞다, 바로 그들이 작품 속 분한 캐릭터가 모두 '변호사'이다. 9월 23일부터 sbs를 통해 시작된 <천원짜리 변호사>는 2015년 sbs극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동네 변호사 조들호>와의 표절 문제로 몇 년간 발목이 묶였던 작품이다. 그간의 고전이 무색하게 <천원짜리 변호사>는 전작 <오늘의 웹툰>의 1%대의 시청률이 무색하게 대번에 8%가 넘는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변호사들이 난무하는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가 인기를 끄는 건 이 작품을 이끄는 주인공이 '연기'와 '흥행'에 있어 입증된 배우인 남궁민인 점도 있지만, 1,2회에서 보여주듯이 단 돈 천원에 서민들의 아픔을 속시원하게 달래주는 서민형 변호사의 등장이라는 점이다. 

서민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변호사라면 <법대로 사랑하라>의 김유리 역의 이세영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전직 검사인 김정호의 건물의 세입자인 김유리는 '로카페'를 열어 동네 주민들의 법률 상담과 해결을 자임하고 나선다. 

<검사 내전>, <마녀의 법정> 등을 통해 법조인 캐릭터로 인기를 얻은 바 있는 정려원은 디즈니 플러스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에서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노착희 변호사로 등장한다. 그녀의 상대역 역시 꼿히면 돌진하는 변호사 좌시백(이규형 분)이다. 일일드라마도 빠지지 않는다. mbc의 일일드라마 <비밀의 집>에서 주인공 우지환(서하준 분)은 어머니의 실종을 밝히기 위해 '흙수저 변호사'라는 자신의 직분을 십분 이용한다. 

이처럼 최근 변호사가 주인공인 작품들은 그들이 변호사라는 직분을 이용하여 '홍길동'처럼 세상의 불의와 맞선다. 그를 위해서 <빅마우스>의 이창호(이종석 분)는 감옥도 마다하지 않는다. '법정은 수술실같다'는 모토 아래, 의사 출신 변호사가 된 한이한(소지섭 분)은 마치 양 날의 칼처럼 의학과 법을 양 손에 쥐고 휘둘러 '의학 카르텔'의 민낯을 벗겨낸다. 

심지어 <닥터 로이어>가 방영될 당시, 동시간대 sbs에서도 변호사가 주인공인 <왜 오수재인가>가 방영되며 인기를 끌었다. 로펌 최고 변호사였던 오수재는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에 맞서 그녀가 가진 '법'이라는 무기로 전지전능한 능력을 뽐낸다. 동시간대 드라마 모두가 변호사가 주인공인 시절, 이 정도면 변호사 '만능시대'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최근에 가장 화제가 된 변호사 드라마라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따라올 드라마가 없을 듯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 그녀가 가진 '한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 남다른 기억력을 살려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을 했고, 한바다의 신참 변호사로 활약한다. 드라마는 변호사가 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허들을 낮춘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 뿐만 아니라, 동성애, 여성의 차별 등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사연을 그녀가 수임한 사건을 통해 세상에 전한다. 

그에 앞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 분)라는 '특별한 캐릭터'로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변호사 홍자영(전여빈 분)과 함께 법과 법의 경계를 넘어선 활약을 통해 인기를 끌었던 <빈센조>역시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의 범주에 들어간다. 

 

 

검사도 많다
그런데 홍길동 같은 존재는 변호사만 있는 게 아니다.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돌아온 도경수가 택한 작품은 kbs2의 <진검승부>이다. 거기서 그는 '불량 검사'가 되어 부와 권력이 만든 성역, 그 안의 악의 무리들을 속시원하게 깨부순다고 한다. <진검 승부>가 방영되면 kbs2 드라마는 월화수목 모두  변호사이거나 검사이거나, '법'이라는 장르 드라마들로 채워진다. 

검사는 또 있다. 2019년 <시크릿 부티크> 이후 역시나 오랜만에 복귀한 김선아는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에서 로펌 대표인 할아버지와 법과 대학 교수인 어머니의 계보를 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 검사가 되었다. 

검사이거나,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들,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다 적어도 한 곳에서는 변호사나 검사를 만나게 된다. 우스개 소리로 현실에서 거의 만날 일이 없는 변호사와 검사들이 드라마에서는 '판을 친다'. 

이처럼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변호사나 검사들은 한결같이 '정의'롭다. 한때는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의 노착희나, <빈센조>의 홍차영처럼 돈앞에 영혼을 팔던 변호사라 하더라도 운명적 사건을 겪으며 2014년 <개과천선>의 김석주(김명민 분)처럼 '개과천선'을 하여 정의의 사도가 된다. 그리고 그들의 맞은 편에는 언제나 법과 결탁한 부의 '카르텔'이 있다. 그리고 그 카르텔은 애꿏은 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제국을 공고히 하려 한다. 이런 '제국', '카르텔'에 맞서 극중 주인공들은 홀홀단신, 혹은 그들 주변의 조력자들의 도움을 얻어 '조자룡의 칼'처럼 '법'을 휘둘러 이 거대한 제국을, 카르텔을 붕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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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에 대한 갈증인가 안이함인가 
이야기의 소재나 구성은 달라도 시작은 보잘 것 없어도 언제나 정의는 승리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앞서 2014년의 <개과천선>이나, 2016년의 <동네 변호사 조들호> 때만 해도 가끔 화제를 끌던 '법조인'들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왜 이렇게 범람하게 되었을까? kbs2의 월화수목을 휩쓸고, mbc의 <닥터 로이어>를 <빅마우스>가 이어받듯이 시청자들은 매일 법조인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열혈 검사 이준기의 거침없는 활약을 다룬 sbs 금토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의 바톤을 이어받은 건 <왜 오수재인가>의 변호사 오수재이다. 그런데 10%대의 높은 시청률로 박수를 받던 이들 드라마의 후속작으로 '직장인의 애환'을 그리겠다는 포부를 내보인 <오늘의 웹툰>은 안타깝게도 1%대의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리고 이제 다시 변호사 남궁민이 이끈 <천원짜리 변호사>는 첫 방부터 8% 고지를 넘는다. 이처럼 여전히 시청자들이 시청률로 호응하는 바 법조인 드라마는 끊임없이 만들어 지게 된다.

또한 '정의'에 대한 여전한 사회적 갈증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변호사이거나, 검사라 하더라도 기존의 '법' 카르텔로 부터 튕겨져 나온 인물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악의 속성을 잘 알면서 동시에 그들을 '정의롭게 무찌를 '법'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법정에 서서 그들을 통쾌하게 '단죄'하는 카타르시스는 여전히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이다. 

하지만 이건 동시에 여전히 우리 사회가 정의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고, 또 다른 면에서는 '정의'를 구현해내는 '서사'에 있어 드라마 제작진들이 '안이'하다는 지점이기도 하다. 법정에서 호기롭게 상대 악을 응징하는 쾌감, 그건 현실에서 여전히 '환타지'의 영역이다. 즉 여전히 드라마가 말하고픈 '정의'는 담론을 넘어서는 구체성에 있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들은 서사를 통해 법적인 정의를 구현하려 애쓰지만, 그런 법조인 드라마들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우려가 되고 있는 '법 전횡 시대'에 대한 본의 아닌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되는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by meditator 2022. 9. 28.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