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mbc와 sbs에서 새로 시작하는 금토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이 '동일'하다. '변호사'다. mbc의 <닥터 로이어>에서는 모처럼 돌아온 소지섭이 변호사 한이한이 되어 등장한다. 반면, sbs의 <왜 오수재인가>에서는 서현진이 제목의 그 '오수재 변호사'가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변호사'인데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 난감하다. 의사였으나 변호사가 된 한이한, 변호사였으나 이제 서중대 로스쿨 리갈 클리닉 장을 자임하고 나선 오수재, 그들은 저마다 신변상의 불이익을 겪으며 자신이 하던 '일터'에서 본의 아니게 쫓겨난 처지가 되었다. 

 

 

법정은 수술실과도 같다. 
소지섭이 분한 한이한은 그 하나도 어렵다는 일반 외과와 흉부외과 두 개의 전문의 자격증을 지닌 더블 보드(doubLe-board )였다. '괴물 칼잡이'라는 별명답게 반석 병원의 수술실에서 날렸다. 강행군의 수술 일정에서도 끄덕없이, 그리고 위기의 상황에서도 결단력있는 시술로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그는 '고스트 닥터'이기도 했다. 반석 병원 원장 대신, 그리고 그의 아들이 저질러놓은 상황을 수습하는 그림자였다. 빚을 갚겠다던 원장, 원장 아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이한에게 흉부외과 과장 자리가 온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연인 금석영(임수향 분) 동생의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날, 한밤중에 불려가 했던 의문의 수술 후 한이한은 모든 걸 잃었다. 그에게 '최고'라고 칭송하던 이들이 법정에서 무리한 수술을 한 협잡꾼으로 한이한을 몰았다. 

의사직을 잃고 그로 인해 감옥까지 다녀온 한이한이 드라마의 첫 회, 변호사가 되어 등장한다. 더구나, 수술실에서 그의 퍼스트이자, 둘도 없는 친구라 여겼던 박기태의 법정에 나타난다. 선고를 받던 박기태가 쓰러지자 느닷없이 등장한 한이한이 가방을 열고 메스를 꺼내 응급집도를 하는가 싶더니, 자신을 소개하기를 그의 변호사란다. 자신을 '배신'한 이를 변호하는 전직 의사, <닥터 로이어>는 자신이 한 수술이 올가미가 되어 모든 것을 잃은 전직 의사였던 변호사를 내세워 의료 사고 속 진실을 캐내고자 한다. 

제가 알아서 돌아갈게요
반면 오수재는 이미 TK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스타변호사이다. 말이 최태국(허준호 분)이 대표이지, TK로펌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오수재의 손을 통해 승소한다. 하지만 그녀가 고졸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 그런 가운데 그녀가 몰아부쳤던 피의자가 자살을 하고, 그걸 방조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인다. 

오수재는 스스로 서중대 리갈 클리닉장을 자원한다. '읍참마속', 서중대 리갈 클리닉장을 통해 실추된 자신의 이미지를 다시 재고하고 TK로펌에 돌아가 그녀가 원하던 대표 자리와 700억이 걸린 한수 바이오 매각 총괄을 완수하겠노라고 장담한다. 

'독한 년, 재수없는 년, 싸가지 없는 년,'이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끄덕없는 오수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집안의 가장과도 같은 존재다.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입지전적인 인물로 능력있는 변호사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는 <닥터 로이어>의 한이한 역시 마찬가지다. 의료 사고로 인해 가족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의 시신을 한이한이 거두었다. 그리고 '고스트 닥터'를 자임하며 그 자신의 능력으로 '흉부외과 과장'의 고지를 거머쥐려 했다. 

 

 
또 이경영? 
한이한과 오수재, 두 사람은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만으로 한 계단씩 올라와 정상의 자리에 서려던 인물들이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술실의 괴물같은 한이한의 실력도, TK로펌의 대표 변호사 자리를 넘보는 오수재의 능력도 그들을 '수단'으로만 쓰려는 법, 의학계 카르텔 앞에서는 역부족이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서 악의 축 조태섭이던 이경영은 드라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후속작 <왜 오수재인가>에 한수 그룹 회장으로 등장한다. 그와 TK로펌의 최태국, 대선후보 이인수는 고향 선후배 사이로 만난 정,재계 카르텔을 형성한다. 그런데 이경영의 '열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동시간대 방영하는 <닥터 로이어>에서는 한이한의 모든 것을 빼앗은 과거 반석재단의 병원장이자, 현재 복지부 장관 내정자이다. 

흔히 회자되는 말로, '또경영'이라는 말처럼 전작, 동시간대 방영작에서 이경영은 활보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이경영'이 익히 분해오던 그 캐릭터로 '악'의 세력이 다 설명된다. 반석 재단 이사장의 딸과 결혼 후 흉부외과 과장 자리를 거쳐 오늘의 반석 재단을 만든 사람, 하지만 위기의 재단 상황에서 의문의 인물에게 이미 한이한이 수술했던 금이영 동생의 심장을 불법적으로 제공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왕국 반석재단을 지킨다. 또한 그 사실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그 수술에 참여했던 한이한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 <왜 오수재인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경영이 분한 한수그룹의 한수 바이오를 매각하여 정치자금으로 쓸 거라는 '비밀'은 오수재에게 '뇌관'으로 작용한다. 그녀가 거머쥔 한수그룹의 비자금 문서가, 곧 더는 그녀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레드 카드'가 된 것이다. 

입지전적인 인물, 한이한과 오수재, 그들은 스스로 능력자이지만, 그들이 잡은 줄은 썩은 줄이다. 그 줄을 잡고 오르려다 나뒹군 두 사람, 그래서 한이한은 변호사가 되었고, 오수재는 로스쿨 리갈클리닉 장이 되었다. 여전히 그들은 '먼치킨' 캐릭터이지만, 오수재 말대로 그들은 '바닥'에서부터 다시 자신의 힘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올라가야 할 곳이 어딜까? 한이한은 왜 자신을 '배신'한 이들을 '변호'하려는 것일까? 오수재의 뜻대로 다시 TK로펌의 대표 변호사가 되는 것일까? 

한이한의 모든 것을 빼앗가 간 수술, 그 수술은 이미 이식된 심장을 꺼내 다른 이에게 이식하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것이었지만 그것을 한이한은 증명할 길이 없었다. 이제 그는 '메스' 대신 법정에 서서, 자신이 다하지 못한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운다. 그런 그의 맞은 편에는 동생을 잃고 의료 사고를 일으키고도 말 한 마디로 빠져나가는 이들을 '징죄'하려는 검사 금옥영이 있다. 마치 외나무 다리 위에서 만난 '원수'가 된 두 사람, 이들 두 사람이 서로 맞은 편에 서서 도달하는 '법정의 진실'은 고스트 닥터로 살아온 한이한의 '참회' 과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오수재의 '참회'는 사랑으로? 국선 변호인 시절 오수재가 믿어주었던 소년은 자라 이제 로스쿨 학생이 되었고, 능력있지만 '심장'을 잃은 오수재에게 자꾸 당신을 믿는다며 그녀의 '양심'을 찌른다. 성범죄의 피의자에게 '자신을 변호사로 쓰지 않았'기에 이길 수 없다고 냉소하던 그녀는 이제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 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편에 선다. 자신의 능력만을 믿던 그녀에게 그녀를 둘러싼 상황이 다른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 '나만 잘 나가'하던 이들, '나만 잘 되면 돼'하던 이들의 '능력자 버전 개과천선'을 다룰 드라마, 경쟁작을 넘어 두 드라마의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22. 6. 9.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