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두 편의 새로운 예능이 선보였다. kbs2의 <밥상의 신>과 mbc의 <컬투의 어처구니>가 그것이다. 


두 편 중 kbs2의 <밥상의 신>은 지난 설 명절 특집으로 방영되었던 <밥상의 신>이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이다. 파일럿으로 방영되었던 설 특집과 동일하게 mc인 신동엽이 입맛이 까다로운 왕의 컨셉으로 등장하고, 여러 게스트가 문제를 맞추어 음식을 먹는 방식을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단지, 설 특집이 설 특집 답게 팔도 음식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면, 4월 10일 방영된 첫 회는 봄을 맞이하여 만물이 소생하는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나른해 지는 봄이라는 계절에 맞춘 '활력'을 주는 음식들이 첫 선을 보였다.

함께 하는 게스트들의 면면도 달라졌다. 설 특집에서 보조 mc였던 강민경 대신에, 장항선이 대령 숙수로서 왕인 신동엽의 옆에 자리잡고 예의 구성진 목소리로 음식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설 특집에서 함께 했던 김준현과 박신혜가 양 진영의 대표로 굳건하게 자리잡은 것과 달리, 설특집에서 함께 했던 김신영, 최양락, 홍진영, 김종민 등 대신에, 김준호, 신보라, 한상진, 보라가 양 진영에 합류함으로써 설특집의 산만함을 정돈시켰다. 


언제나 그렇듯 먹방이 대세인 시대에, <밥상의 신>은 이미 설 특집에서 동시간대 매번 명절마다 인기를 끌었던 mbc의 <아이돌 풋살 양궁 선수권 대회>와,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스타 vs. 국민 도전자 페이스 오프>를 누르고 동시간대 1위로 기선을 제압했었다. 그에 이어 목요일 저녁 8시 55분에 편성된 <밥상의 신>은 아마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순항을 할 듯이 보인다. 

그에 반해 mbc의 <컬투의 어처구니>는 방송 마지막, 컬투와 mc 최희가 다시 만나고싶어요를 간절하게 소망하듯 mbc가 이 프로그램에 이어 3주동안 방영될 파일럿 프로그램 중 하나인 운명이다. 다음 주에 방영될 강호동의 <별바라기>와 전현무의 <연애 고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컬투의 어처구니>는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프로그램의 제목인 어처구니에 대한 해석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너무나 예상 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히다는 어처구니란 단어의 뜻에 맞게 봉만대, 김동현, 박철 등의 여섯 어처구니 헌터들이 소개하는 세상의 이상하고 특이한 현상과 사람들에 대한 소개 프로그램이다. 

그 특징에 맞게 첫 파일럿 프로그램에 소개된 내용은 이미 sns를 통해 유명해진 포항의 폭탄주 제조 아줌마에서 부터, 세계 7대 인형녀 중 한 사람인 우크라이나의 인형녀 아나스타샤, 고려 시대 공부 비버에서 부터 오늘날의 공부 감옥, 그리고 세계 최대의 피자에, 7000 만원에 상당하는 운석 등까지 다양한 분야의 희한한 것들이 소개되었다. 

사실 <컬투의 어처구니>는 새로운 명칭을 달고 등장했지만 프로그램의 컨셉은 2월 28일 종영된 매주 월요일 부터 금요일까지 8시 55분에 방영되었던 <컬투의 베란다 쇼>를 압축시켜놓은 듯했다. 내용으로 따지자면 고려 시대 이규보의 공부 비법이나, 운석 에피소드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연상되었고, 우크라이나 인형녀는 역시나 종영된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에 등장했을 법한 인물이었다. 심지어, sns에서 화자되는 폭탄주 제조 아줌마의 등장은, 단 몇 회만에 종영한 tvn의 <공유 tv 좋아요>가 떠올려 졌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다른 내용을 다루었던 <컬투 베란다 쇼>의 엑기스 버전이랄까. 하지만, 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던 프로그램 중 화룡점정을 모아놓았는데, 안타깝게도 <컬투 어처구니>는 산만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닥터 후의 전화 박스 깜짝쇼가 무색하리만치. 

게다가 함께 한 어처구니 헌터들의 면면도 파일럿이라는 시험대에 어울렸는가 질문해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미 <라디오 스타>를 통해 그 예능감을 뽐냈던 봉만대 감독을 제외하고는, 박철, 김창렬 등은 재밌지만 신선하지 않았고, <마녀 사냥>에서 펄펄 날던 곽정은이나 ufc 선수 김동현은 안타깝게도 어처구니 헌터라기엔 어쩐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했다. 

(사진; 뉴스엔 )

물론 익숙한 것들을 모아놓은 것은 <컬투의 어처구니>만은 아니다. <밥상의 신> 역시 설 특집 <밥상의 신>을 보지 않았더라도, 서로 편을 갈라 음식과 관련된 퀴즈를 맞추고, 맞춘 편만 음식을 맛보는 먹방을 선보이는 방식이 새롭기 보다는 분명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한 것들이다. 오히려, 우리에게 익숙한 먹방과, 그것과 관련된 퀴즈를 맞추고, 이긴 편만 먹으며 의기양양하는 그 방식의 친숙함이, 결국 돌고 돌아 뻔한 음식들임에도 <생생 정보통>의 먹방이 매번 화제가 되는 것처럼, 그 시간대의 <밥상의 신>에겐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내용만 익숙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조건>을 통해 이미 호흡을 함께 했던 김준현, 김준호의 콤비는 신선하지 않았지만, <개그콘서트>에 이어 <인간의 조건>을 함께 했던 환상의 호흡은 <밥상의 신>의 예능적 재미를 한껏 부추겨 주었다. 상대편 박신혜, 한상진, 보라는 개그맨들 팀만큼 재미를 주지는 않았지만, 신선한 면모와 진지함으로 <밥상의 신>의 균형추를 맞춘다. 

단지 그 익숙한 것들이, 8시 50분이라는 시간에 안착함으로써 익숙하지만, 그 시간대에 큰 무리없이 어울릴만한 것들이라는 느낌을 주는 반면, <컬투의 어처구니>는 과연 이 프로그램이 다음주 강호동, 그 다음 주 전현무를 상대로 승산이 있을 것인가에서 부터, 만약에 고정이 된다해도 유재석의 <해피 투게더>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데 의문 부호가 찍힌다. 차라리 그 전에 하던 대로, 8시 55분의 자리에 있었더라면 잡다하지만 저런 신기한 내용들을 관심있어할 누군가를 호청자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깐 아쉬움이 들었다. 그저 살벌한 목요 예능의 서바이벌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내용에 걸맞는 제 자리를 잘 찾아갈 수 있는 기회가, <컬투 어처구니>에게 주어지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4. 4. 11.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