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6일 <문제적 남자>가 첫 출격을 하였을 때, 이 예능은 재미는 차치하고, 카이스트, 한양대 공대, 연세대 출신의 연예인, 서울대에 재학중인 외국인에, 아이큐 148에 독학으로 다진 외국어 실력을 가진 아이돌들이 풀어대는 대기업 입사 시험 문제와 시험 문제 못지 않은 냉정한 시험관들의 평가로 인해 '학력 사회 스트레스'를 자아내곤 했다. 


마치 잘난 이들의 더 잘남을 뽐내는 전시장같던 <문제적 남자>는 고난이도의 이과형 문제들이 등장하면서 문과 라인인 전현무, 김지석이 허당스런 모습을 노정하며 비로소 인간적인 공감대와 예능적 재미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만의 문제적 리그였던 <문제적 남자>는 전현무의 좌충우돌 자기 중심주의와, 외국 유학생이면서도 외국어에 약한 김지석의 허당스런 매력, 거기에 주말 드라마 속 주인공이면서도 여전히 공대생같은 하석진에, 문제를 풀 때는 저돌적이지만 언제그랬냐는 듯 새색시같아지는 이장원, 똑부러지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소녀같은 타일러 라쉬, 아이돌이란 존재가 무색하게 가장 소탈하고 솔직한 랩 몬스터까지 출연진들의 매력과, 그들 지인들의 색다른 면모가 더해지며 <문제적 남자>는 '문제있는(?)' 예능의 딜레마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삼성 고시를 넘어 싱가포르 수학 문제를 넘나들며 문제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해도, 6월 18일 시청자 대상 시짓기 장원 작품, 아?, 아!, 아......, 아~ 처럼, 공감보다는 '이질감'을 벗어나김 힘든 <문제적 남자>의 문제들은 이 프로그램을 정체하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제 아무리 다양하다 한들, 아?와 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정체하던 <문제적 남자>는 출연자들의 지기를 초대한 게스트 출연으로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하더니, 6월 11일 게스트로 이기우가 출연한 16회에는 출연자들이 문제를 맞히는 순서에 따라 배역이 정해지고, 그 배역에 맞춰 <문제적 남자> 홍보 광고를 찍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 아줌마같은 스튜어디스로 변화한 전현무에서, 긴 머리에 짙은 화장을 하고 아줌마 복장을 한 포장마차 주인 김지석에, 소녀같은 외모에 털이 숭숭난 다리를 드러낸 타일러 러쉬까지 문제푸는 예능의 경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문제적 남자>가 18일 17회에서 꺼내든 카드는 '문학' 그 중에서도 '시'이다. 
그간 <문제적 남자>를 통해 등장했던 출연자들의 어록을 한 편의 시화로 변화시켜 전시회처럼 꾸민 프롤로그를 지나, kbs1의 <우리말 겨루기>에 등장했던 초성으로 우리 속담 알아맞추기, 맞춤법 문제 등으로 몸을 푼 이후 시집 서울시의 작가 하상욱을 초대해 본격 시의 세계로 돌입한다.

시인 하상욱을 통해 시도된 <문제적 남자>의 변화
sns을 통해 일본의 하이쿠와 같은 짧은 시 속에 담긴 풍부한 의미로 젊은 세대에게 찬사를 받고 있는 하상욱 시인. 그는 자신의 시를 특별한 감성이 아니라,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시도때도 없이 느끼는 일상의 '평범한 감성'에의 공감을 주장한다. 아마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요즘'
사람들이 하상욱에 환호하는 이유는, 문학은 죽었다고 선언되는 문단 문학 시대에, <문제적 남자>에도 자신의 시집을 거부한 바 있는 타일러 라쉬에서 시집을 팔러 나왔다며, 거창한 '시인' 대신 '시팔이'라 자칭하는 시인의 소박한 존재론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눈높이를 '평범함'에 맞춘 시인은 그 소개에 이어, 랩 몬스터와 겨루었던 sns 상의 베틀을 소개하며, 그의 만만함을 배가시킨다. 그리고 이어 시작된 '하상욱 식 시의 세계'로의 입문, 그것은 그의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공감'을 자아내게 하는 시들의 제목 알아맞추기이다. '방법이 없잖아 하라면 해야지'라는 시에 '납세'로 시작된 국민의 4대 의무 운운에서 부터 시작하여 '약관 동의'의 원제에 이르르는 과정은, 그 어떤 수수께끼보다도 짜릿하고, 흥미진진했다. 

그렇게 하상욱 시인의 시세계, 단 두 줄로 전달되는 '촌철살인'의 쉬우면서도 뜻밖의 공감을 위한 시로의 진입은 한 발 더 나아가 이 프로그램을 위해 600여 편의 네티즌들이 보낸 하상욱 식 백일장에 대한 선발과, 출연자들이 직접 지어본 시로 마무리된다. 



공교롭게도 누구나 한 편의 시를 지을 수 있다는 시팔이 하상욱이 등장한 <문제적 남자>의 방송분은 문단의 거장이 된 한 작가의 표절 시비가 대중들에게 공론화되는 시점과 겹친다. 그 작가가 표절했던 일본 문단 작가의 구절이, 그 작가와 그 작가를 비호한 출판사의 엇나간 사랑으로 비꼬아진 문장으로 탈바꿈하여 인터넷을 떠돌 때, 여전히 작가와 출판사는 하늘을 가리고 그 누군가처럼 자신을 지지하는 독자들의 여린 감성에 호소한다. 그렇게 그들만의 리그가 된 문학의 현실태가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그 지점에서, '시팔이'가 된 당대 최고 인기 시인은 기꺼이 예능에 등장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짧은 시로 세상과 소통한다. 그의 문학성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 그 누군가의 몫이겠지만, <문제적 남자>에서 함께 한 하상욱의 짧은 시, 그리고 그를 본딴 출연자와 네티즌의 시들은, 문학 본연의 소명을 다한다. 

당대의 이야기를 당대의 언어와, 당대의 방식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젊은 시인, 그리고 그의 기꺼운 예능 출연, 이렇게 예능으로 온 문학을 통해, 그저 그들만의 리그같았던 <문제적 남자> 역시 다양한 '뇌섹'의 변주 가능성을 연다. 6월 18일 방송으로 저래서 오래 가겠어? 했던 <문제적 남자>가 '두고볼만 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by meditator 2015. 6. 19. 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