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문제, <맨발의 친구들>에서 최고의 밥도둑으로 꼽은 '전복 장아찌'를 만들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그래도 요즘 시장이나 마트에 가보면 전복이 예전에 비해 꽤나 많이 싸졌다며 매번 '세일'이라며 파는 중이다. 그런데 그 가격이,  낯부끄러운 천원 깍은 9900원에 큰 건 두 개에, 작은 건 네, 다섯개까지 들어 있다. 이른바 라면에 넣어먹어 라면 전복이라는 별명이 붙은, 아주 작은 것들은 열 개 정도 들어있는데, 그 크기가 정말 큰 강낭콩만하다. <맨발의 친구들(이하 맨친)>에 나오는 전복의 크기는, 이 중, 제일 비싼, 한 두어 개 들은 정도의 것이다. 

 그런 전복을 사다가 사다가 집에서 제일 많이 해먹는 것이 죽이다. 예전에 조상들이 죽이나 국을 해먹은 이유가 뭐겠는가? 넉넉치 못한 형편에 적은 재료에 쌀이나 물을 넣어 여럿이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고안해 낸 요리가 바로 죽이나 국인 것이다. 음식점에 가서 전복죽이라고 나와도, 참기름 맛에 그저 전복이 지나간 듯한 음식이 나와도 우리는 전복이 비싸니 그러려니 한다. 몇 해 전에 비싼 전복 대신에 다른 해물을 넣고 전복죽이라 속인 것도 다 비싼 전복 탓이었다. 
그렇다면 이 전복으로 장아찌를 담그려면? 아니 장아찌를 담그고 자시고, 우선 맛을 본다며 <맨친> 멤버들이 한 두개씩 집어 먹은 것만 비용으로 쳐도 몇 만원이 훌떡 지나가 버린다. 
그런 비싼 전복으로 만든 장아찌가 밥도둑이란다. 



유통·소비자
배춧값 급등…aT ‘특급소방수’로 등판고랭지배추 풀고, 비축물량‧사이버직거래로 가격안정 유도
강근주 기자  |  kkjoo0912@dtoday.co.kr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승인 2013.09.08  14:06:47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네이버구글msn
[일간투데이 강근주 기자] 기상 변화로 급등했던 배춧값이 9월 이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석과 김장철의 배춧값 안정을 위해 수매비축량으로 배추 수급조절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차독백이를 넣었는데, 어떻게 맛이 없을 수가 있어!'
<맨친>이 아니더라도 텔레비젼에 나오는 된장찌개에는 종종 '차돌박이'가 등장한다. 그러면 그걸 보던 친정 엄마는, 마치 그간 엄마표 된장찌개에 대한 자격지심이라도 느끼셨는지,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던지신다. 그렇다, 허긴 '차돌박이' 넣은 된장찌개 해먹는 집이 어디 그리 흔하겠는가. 한우 차돌박이는 구워 먹기도 비싸서 못사먹는데. 아마, 대부분 집에서 된장 찌개를 끓이면 대부분, 멸치 몇 마리 던져 넣어 끓인 물에 된장 풀어 끓인 레시피가 대부분 아닐까?

<맨친>의 흐드러진 '집밥' 먹방이 남기는 문제점은 저녁 시간, 먹고, 또 먹고, 또 먹어대는 '과식'을 부르는 식습관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도, 명색이 집밥이라며, 전혀 집밥일 수 없는 음식들을 들이대는데서 오는 위화감이 더 크다. 

요리 연구가 이혜정 씨 집의 요리에서, 모든 과일 등으로 효소를 담가 그것으로 요리의 맛을 낸다는 요리 비버까지는 배울만 했다. 하지만, 그 효소를 넣어 만들었다며 즐비하게 나오는 요리는 결코 '집밥'이 아니다. 갈치 조림의 갈치는, 요즘 한참 일본 방사능으로 어민들까지 나와서 세일을 하며 판매를 독려하는 마트의 제주산 갈치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크기였다. 줄잡아 한마리에 5만원은넘어보이고조금 덧붙이면 10만원짜리는 되어 보였다. 그 정도인데, 무슨 양념을 한들 맛이 없겠는가. 

아니 그 보다도 더 서민들의 입장에서 속상한 건, 어느 집을 가나 푸짐하게 만들어 내는 묵은지 김치찜이다. 9월이다. 작년에 김장을 많이 해놓는다 해도, 김장 김치도 떨어져갈 시점이다. 그게 아니라면 김치를 담가 먹어야 하는데, 요즘 배추 값이 얼만인 줄 아는가? 고냉지 배추가 나와서 내렸다고 하는데 한 포기 7,8000원이다. 그나마 만원을 넘어가던 가격이 내린게 그 정도다. 하도 배춧값이 오르니, 김치 냉장고 회사가 다 떨고 있다는데, 김치 냉장고에 가득한 묵은지라니.언감생심이다.

맨발의친구들
(사진; tv데일리)

<맨친>의 취지는 좋았다. 집밥을 먹어보고 그 중 맛있는 것을 혼자 사는 친구에게 가져다 준다는 취지는 따뜻했다. 아침방송 같은 먹거리 소개 방송에서 조금 진화한 거 같기도 했었다. 하지만, 김나운, 홍진경, 이혜정의 음식이 정말 집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집에서 한 상에 전복 장아찌에, 몇 만원하는 갈치 조림에, 묵은 김치찜에, 차독박이 된장찌개를 차려서 먹을까? 이건 잔칫상도 상다리가 부러질 지경의 경지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진 사람들에게 힘든 문제가 바로 먹고 사는 문제라는 결과가 나왔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그저 먹는 것만도 버거운 시기에, 이런 걸 '집밥'의 먹방으로 들이밀 면, 진짜 곤란하다. 


게다가 매번 대뜸 남의 집 음식을 맛있게 보일려고 덥석 맨손으로 집어 먹는 것고 좀 그런데다가, 설거지 먹방이라며 이미 배무르게 먹은 뒤에 다 집어 넣고 비빈 뒤에 자신이 한 숟가락 먹고 그걸 다른 멤버들에게 권유하는 장면이나 밥풀 묻은 숟가락을 부주의하게 텀벙 찌개에 넣은 모습은 '맛있어 보이는' 수준을 넘어선다. '호의'가 사라진 강호동의 먹방은 부작용를 부른다.

왜 굳이 좋은 취지를 분에 넘치는 음식으로 보는 사람들의 눈쌀을 지푸리게 만드는지, 어디서 본듯한 기획도 기획이지만, 그 기획조차도 항상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맨친>이 아쉽기만 하다. 저녁 시간 배고픈 사람들을 진수성찬으로 꽤어 내려는 얍삽한 시도가 아니었다면, 정말 소박한 엄마의 정이 느껴지는 집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3. 9. 9. 0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