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라디오 스타다.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서 이제 더 이상 메인 mc로서 프로그램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패널로서 장렬하게 산화하겠다고 선포했던 이경규, 그의 공약은 현재 진행중, 그 도정이 드디어 <라디오 스타>까지 도달했다. 6월 29일에 이어 7월 7일 연달아 <라디오 스타>는 '킹경규와 네 제자들'을 내걸고 이경규 사단을 소집했다. 




6월 29일 프로그램 초반, 이경규는 <라디오 스타> 출연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히 토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출연자를 '탈탈' 털어내는 것이 장기인 <라디오 스타>에 제 아무리 예능의 제왕으로 오랜 시간 군림해 왔던 이경규라 한들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 <라디오 스타>의 mc진들 김국진을 비롯하여 김구라, 윤종신은 다들 한때는 이경규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기에, 이경규를 너무도 잘 알아, 그래서 더 이경규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은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는 김구라를 붉은 장군 복식의 이경규에 대비하여, 푸른 장군복을 cg로 입히며, 전의를 돋구웠지만, 정작 이경규가 부담스러워한 것은 김구라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시간'의 내공을 자랑하는 꼿꼿한 김국진이었다. 어쨋든 선비같은 김국진이든, 물불 안가리고 떠들고 보는 김구라든 부담스럽긴 매일반, 하지만 부담스럽다고 하면서, 종종 그들의 노골적인 언사에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시늉을 하면서도, 백전 노장 이경규는 이젠 그런 '폭로' 조차도 여유롭게 자신의 일부분인 양 여유롭게 '패널'로 2회분 <라디오 스타>를 장악해 냈다. 엠씨들의 '폭로'조차도 결국은 이경규라는 웃음의 제국에 또 다른 '경의'가 되었다. 

츤데레 이경규와 나이불문 우정어린 벗들 
이경규를 제외한 출연자의 면면은 익숙한 듯 새로웠다.  이경규라고 하면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다니는 규라인 서열 이윤석, 거기에 서열 2위라고 주장하지만 늘 어딘가 아쉬운 윤형빈, 그리고 그의 출연만으로도 검색어에 올랐던 배우 한철우에, 최근 이경규와 <예림이네 만물 트럭>을 함께 하고 있는 음악인 유재환까지. 이경규야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출연하자마자 '눕방'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듯이 그의 등장만으로도, 그리고 그의 몇 마디 말 만으로도 스튜디오를 흥건한 웃음으로 채우기엔 넉넉했지만, 6월 29일 첫 회 방영분에서 그의 규라인 '제자'들의 소개 분량은 언제나 그렇듯 버럭 이경규와 그의 그늘에서 전전긍긍하는 '라인'들의 에피소드로 친근했지만, 종종 그래서 지루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함께 한 패널이 좀 약하지 않냐는 mc의 지적에 이경규의 솔직한 토로가 이어졌고, 한철우가 한번이라도 웃기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자폭성 멘트까지 덧붙여 졌다. 

하지만 2부의 분량을 장담했던 이경규의 확신답게, 익숙한 웃음으로 판을 벌렸던 규라인의 출연은 2부인 7월 6일 방송분에서는 그저 방송가의 흔하디 흔한 줄타기 '라인'을 넘어, 그들의 '진한 우정'으로 넘어가면서 '감동'으로 진해진다. 

한때 규라인이었으면서도 연신 '규라인'의 '이간질을 시도하는 김구라의 방해 공작에 때론 넘어가는 듯하면서도, 결국 이경규의 제자들은, 그저 독불장군 이경규의 그늘 밑에서 숨죽인 '시녀'들이 아니라, 그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벗'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천하의 박찬욱 감독을 한 대 패버리겠다면서 웃음을 주었던 이윤석은 그저 이경규의 시중드는 사람을 넘어, 믿음과 존경의 관계가 되었고, 이경규 성대 모사에 재미가 들렸던 윤형빈을 통해 '츤데레'한 형님 이경규의 면모가 드러났다. 무엇보다, <나쁜 녀석들>출연자 중 유일하게 뜨지 못한 한철우에 대한 '치킨집 알바' 운운에서 부터, 시작된 에피소드는, 윤종신의 말처럼, 막연한 위로나 동정이 아니라, 어려움을 나누는 벗의 자세를 알게된다. '선배님~' 외에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유재환조차 '공황장애'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환우가 된다. 때론 이경규의 전화가 부담스럽고, 이제는 '폭로'에 재미가 들린 '제자'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규라인을 기꺼이 자부할 만큼, 이해에 맞춰 기꺼이 이합집산하는 방송가의 풍토에서 진득한 우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웃음의 제왕 그 비결은?
이런 나이를 막론한 우정과 더불어, 2회분의 <라디오 스타>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이경규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웃음의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면모이다. 자신의 입으로 B급 방송이라며 출연을 위해 방송 작가가 귀찮을 정도로 카톡 메시지를 주고 받는 이경규에서부터, 결국 <라디오 스타>의 출연 자체도 더 이상 나이가 들면 할 수 없을 공연을 위해 기꺼이 나왔다는 노골적인 홍보에, 혹시나 방송인이라는 편견이 자신의 작품을 훼손할까 시나리오를 2년에 걸쳐 고치고 또 고치는 프로패셔널한 예술인으로서서의 면모까지, 나이가 무색하게, 스스로의 일에 완벽하게 매진하는 열정적인 한 인물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그런 열정 속에서 얼핏얼핏 비춰지는 '공황 장애'나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이루는 연예인의 압박감과 딸의 사춘기보다 자신의 갱년기가 더 고통스러웠던 유명세의 그늘은 웃음기 머금은 페이소스로 남는다. 한 시대 '웃음의 제왕'으로 머물기 위해 기꺼이 '패널'로 연예대상을 넘보는 이경규가 감당한 열정 페이 역시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이경규의 2회 보장 장담에도 불구하고, 2회분의 <라디오 스타>는 웃음 폭탄으로서의 성과로서는 아쉬운 성과로 마무리되었다. 첫 회에서 보여진 익숙한 '규라인'의 면면이 아마도 더 감동적이었던 2회의 시청으로 이어지지 않은 듯하다. 또한 '패널'로서 '폭주'하고 있는 이경규의 출연이 잦아진 만큼, 그가 보여준 웃음 폭탄의 여파도 그 파급력이 줄어든 탓도 크다. 이는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젼> 출연의 소모성으로 지적된 바 있다. 공연이 아니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란 이경규의 지적이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의 운명을 예견한 셈이 된 것이다. 최근 <런닝맨>에 이어, <snl코리아>, 그리고 <라디오 스타>까지 이경규의 행보는, <런닝맨>과 <snl코리아>를 통해 '갓경규'의 면모를 확인했다면, '츤데레'한 형님 이경규를 알 수 있어 좋았지만, <라디오 스타>는 조금은 더 아껴 두어도 좋았을 패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부디 '패널' 이경규가 소모되지 않고, 종종 웃음의 폭탄으로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by meditator 2016. 7. 7.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