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숨겨진 재산이었던 100억이 넘는 금괴와 돈이 드디어, 이차돈(강지환 분), 아니 이강석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십여년 만에 만난 어머니는 그에게 잃었던 기억을, 그의 일가를 몰락시킨 장본인이 지세광(박상민 분)임을 숙지시켜준 채 세상을 떠났다. 죽은 박휘순(이차돈의 모) 앞에서 지세광은 자기 아버지의 원수 갚음은 이제 끝났다고 했지만, 돌아온 이강석의 복수는 이제 시작되었다.

 

 

지세광 카르텔에 대한 복수의 묘미

지세광은 이제 현직 부장 검사이다. 그리고 그를 눈감아 주었던 검사는 이제 검찰총장이 되었고, 은비령과의 스캔들을 덮어준 기자는 뉴스 앵커가 되었다. 한때 멀리했던 애인 은비령은 이제 상호신용금고 이사장을 넘볼 경제계의 주요 인사이다. 지세광을 중심으로 한 이들 네 사람의 제휴, 혹은 동맹은 고담시의 투페이스에 좌 캣우먼, 우 조커의 악의 완전체라도 되는 것처럼, 현재 대한민국 악의 근원을 제시한다. 그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검찰 총장의 권력과, 부장 검사의 법과, 안젤리나의 돈과 고호의 언론이 그 모든 것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간다. 몰려다니며 쏙닥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그들의 위상과 어울리지 않게 우스꽝스럽지만 그런 모의의 결과는 한 사람의 목숨을 쥐락펴락 할 만큼 무시무시하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에서 지세광 카르텔의 무시무시함은 배가된다.

따라서, 이차돈, 아니 이제는 자신이 이강석임을 자각한 이차돈의 복수는 이차돈 개인, 혹은 그 처참하게 무너져 버린 일가에서 비롯된 사적 복수이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입시켜 마치 그의 복수 행위가 '홍길동'의 의적 행위라도 되는 양 통쾌함을 느낀다. 이차돈이 아버지의 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물품 창고 앞에서 눈이 빠져라 이강석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지세광 일행에게 한 방을 먹이는 과정은 <돈의 화신>을 줄곧 시청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처럼의 통쾌함을 느끼는 순간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물론, 잊지말아야 지점은 이차돈이 현대판 의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가진 것 없는 지세광의 아버지를 이용해 먹고 죽어가도록 놔둔데 대해 지세광이 그의 지식과 벌률적 권한을 이용해 이강석의 일가를 무너뜨렸듯이, 이제 다시 이차돈이 사고의 트라우마로 좋아진 머리를 이용한 지적 행위와 변호사라는 대한민국에서는 꽤나 통하는 직능을 통해 복수의 사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건 그가 복수를 통해 이 사회의 상징적 부패와 악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과 별개의 또 하나의 진실이다. 그리고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상징적 '악'들의 소거에서 법은 거들뿐, 사적 복수가 동인이 된다는 것은 여전히 '정의'와는 '먼' 대하민국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진실이다.

 

 

 

강지환 화이팅

강지환이라는 배우는 세간의 사람들에게 그닥 좋은 인식으로 받아들여진 사람이 아니였다. 이제 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7급 공무원>이라는 영화를 제외하고는 팬이 아니고서는 그의 필모가 뚜렷하게 기억될 작품도 없었을 뿐더러, 그의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었던 것은 그의 출연작 기사이기 보다도, 그의 소속사 문제로 불거진 여러 사건, 사고 기사에서 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돈의 화신>이라는 작품에 캐스팅이 된 이후에도 그런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주인공이 바뀌니 마네 하는 구설수의 주인공이기 까지 했으니, 드라마를 통해 조우하게 된 강지화이란 배우에게 굳이 따스한 눈길을 주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뻔한 얘기지만, '배우는 연기를 통해 자신을 증명한다'고 강지환은 <돈의 화신>이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존개 이유를 설득해 내고 있는 중이다.

<돈의 화신>이란 작품은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진중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밀고가는 반면, 오로지 주인공만 상황에 따라 널을 띠며 캐릭터의 편차가 심하다. 어린 시절 부잣집 독불장군이던 이강석이 기억을 잃고 고아원의 천재로 자라나 신참 검사가 되어 나타났을 때, 이차돈은 어린 시절과 전혀 다르게 경박하기가 이를 데 없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얄팍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천박할 정도로 돈을 좋아하면서도, 어머니인 박희순의 석방을 위해 애쓰고, 선배 검사인 지세광 앞에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순수함도 놓치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검사직을 쫓겨나 돈을 위해 박희순을 찾다가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걸 알고 지세광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면서는 다시 이차돈의 캐릭터는 진지하다 못해 눈에 불꽃이라도 튈 정도가 되어야 하는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다. 그리고 이제 소복을 입고 곱게 머리를 올리고 '조선의 국모다'를 외치던 코믹 캐릭에서 부터, 전기 감전을 맞으며 어머니를 그리는 절규까지 극과 극을 오고가는 무거움과 가벼움을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이차돈 역에 강지환 말고는 대체제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제작진이 굳이 물의를 일으킨 강지환을 기다리면서 까지 이차돈 역을 맏겼을 때, 의문 부호는 강했지만 한 드라마에서 마치 손바닥 뒤집듯 변해가는 캐릭터를 그게 마치 원래 자신이었던 것처럼 연기하는 배우를 보면서, 그리고 그런 이차돈이란 캐릭터에 상당 부분 드라마의 색깔을 의지해 가는 <돈의 화신>이 지금까지는 꽤나 긍정적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지환'이란 믿음이 생겨난다

by meditator 2013. 3. 18. 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