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밤 11시 15분 <도시의 법칙  in NEW YORK>이 첫 방송을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의 피디 이지원은 이미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히말라야, 뉴질랜드, 캐리비안 편의 피디이다. 이지원 피디는 <정글의 법칙>을 연출했던 경험을 도시에 접목시킨다. 아예 제목부터, <정글의 법칙>이 오버랩되는 <도시의 법칙>은, 정글 대신 도시를 택한, 아니 '콘크리트 정글'에 던져진 연예인들의 생존기이다. 

성시경의 예능 첫 나레이션 도전기이기도 한 <도시의 법칙  in NEW YORK>은 나긋한 성시경의 목소리로 프롤로그를 시작한다. 
하지만 달콤한 나레이션의 목소리와 달리, 전 세계 패션, 금융, 문화의 중심지 도시에 떨궈진 김성수, 이천희, 정경호, 문(로열 파이럿츠) 그리고 백진희의 뉴욕 도전기는 낯선 정글에 떨어진 병만족의 삶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도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철학적 화두를 내걸고 프롤로그를 시작했지만, 그 도시인을 설명하는 돈과 직업과, 안락한 삶의 조건이 박탈된 이방의 도시인들에게 이방의 도시란 낯선 정글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처음 뉴욕을 방문하거나(문의 경우 오랫동안 미국에서 이민을 했던 미국시민권자이지만, 정작 뉴욕에는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머물기는 처음인 다섯 사람의 시작은 그들이 영화 등을 통해 접한 이른바 '뉴요커'의 멋들어진 삶을 연상하는 꿈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꿈이 깨어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뉴욕을 상징하는 맨하탄의 문물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다리를 건너 브루클린으로 건너가면서, 마천루의 숲 뉴욕은 멀어져만 간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브루클린의 공장 지대와 같은 허름한 거리에 서있는 낡은 건물이었다. 유리창이 깨어지고, 문틈이 뒤틀려 있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가구 하나없는 광활한 공간이 바로 그들의 뉴욕 보금자리이다. 
그리고 콘크리트 정글 생존기 답게, 제작진은 출연진들의 지갑과 핸드폰 등을 탈탈 털어가 버리고, 이제부터 당신들의 뉴욕 모험기가 시작되었다고 선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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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타 뉴스)

낯선 도시, 그리고 예상을 벗어난 지역에서 시작된 뉴욕 도전기에 다섯 명의 도전자들은 이른바 '멘붕'에 빠지는 것도 잠시, 발빠르게 도시 생존을 위한 도전에 나선다. 청소를 시작으로. 

뉴욕에 도착한 후, 출연진 중 연장자인 김성수가 강호동이나 유재석은 안오냐는 우스개 소리를 던졌듯이, <도시의 법칙> 출연진은 예능에서는 익숙한 듯 낯선 면면들이다. 
케이블 등의 프로그램에서 MC등을 봐서, 예능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김성수는 출연자 중 가장 연장자로 익히 아는 후배들을 긴장시키지만, 비상 식량으로 '가래떡'을 준비하는 반전의 용의주도함을 보인다. 하지만 정작 뉴욕에서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 그의 실상은, 가장 연장자인 포지션에 반전의 묘미를 가져올 요소가 다분하다. 
이천희는 이미 <패밀리가 떳다> 시즌1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허당'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사람이다. 여전히 종종 몸개그를 보이지만, 이젠 아내와 딸을 가진 가장이 되어 돌아온 그는, 예전의 허당 천희와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특히나, 목공예가로도 자타가 공인한 그의 숨겨진 면모는, 허름한 빈 건물만 덩그러니 던져진 뉴욕이라는 정글에서,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케이블 캠핑 프로그램에서 이미 보여진 그의 여행 경력 역시, 백진희를 위해 텐트를 준비하는 것에서 부터, 예전의 '허당'과는 다른 '능력자'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제작진이 프롤로그에서 부터 '예능 블루칩'이라고 강조한 정경호는, 배우로서는 중견의 위치이지만, 예능에서는 신선한 캐릭터이다. 꽃미남 배우임에도 첫 방송부터 깎지 않은 수염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정색을 하며 제작진과 딜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멋진 배우 정경호를 넘어선 숨겨진 예능 블루칩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세 자매 중 맏딸이라는 백진희 역시 이쁜 여배우라는 수식어를 지워 버린 채, 네 명의 남자와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전혀 꺼리낌이 없다. 허름한 건물도, 지갑을 비워버리는 상황에서도, 언제 우리가 이런 걸 경험해 보냐며, 네 남자보다 호탕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남자들과 함께 하는 생존기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예능 여성 캐릭터로서의 바람직한 출발을 보여준다. 
애초에 프롤로그에서부터 '넌 누구니?'라고 시작한 문은, 이제 데뷔한 지 2개월이라는 일천한 연예계 경험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부터 미국에서 자라온 그의 경험이, 다른 네 사람과 동등한 , 아니 오히려 우월한 입지를 제공한다. 오래지 않은 연예계 경험이, 그리고 오랜 미국 생활이, 자유로운 당당한 캐릭터로 문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들과 함께, 그리고 이들의 조력자로서 등장할 미국이민자 출신인 이미 예능을 통해 그 진가를 발휘했던 존박과 언제나 솔직하고 발랄한 에일리의 합류 역시 다섯 사람과의 또 다른 시너지로 기대된다. 제작진이 가장 경제적인 출연진이라는 평가 답게, 익숙한 듯 낯선 다섯 사람의 조합이 적어도 첫 방송에서 거슬리거나, 되바라지지 않은 채, 기대감을 부여했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출발인 셈이다.

아예 대놓고, <정글의 법칙>의 도시 버전이라며 시작한 <도시의 법칙 IN NEW YORK>는 이방인 뉴욕이라는 도시에선, 정글에 던져진 병만 족과 다르지 않은 신세인 다섯 사람의 도전기로써 첫 방 후 , 적어도 다음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순탄한 출발이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시작된 '여행'을 화두로 내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낯선 이방의 문물을 주마간산격으로 스치듯 여행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현지에 머무르며, 생존기를 써내려가는 <도시의 법칙>은 적어도 첫 방만으로는 차별성을 충분히 갖춘 듯이 보인다. 더구나, '도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철학적 화두에 걸맞게,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생존해 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다섯 사람의 생존기를 통해, 제작진이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요리해 가는가에 따라, 도시에서의 삶, 그리고 무엇보다 첫 시즌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이라는 곳에서의 삶의 필요충분 조건을 반추해 볼 여지도 담긴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부디 프롤로그에서 야심차게 내보인 목적을 잘 수행해 나가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4. 6. 12. 0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