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등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물론 이것은 이 글을 쓰는 사람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 학생들이라는 자의적 기준의 한계가 있다) 생뚱맞게도 TVN의 <강용석의 고소한 19>란다. 몇 십년 전 '기네스 북'를 들척이던, 혹은 '시사 상식 사전'을 들척이던 청소년의 호기심은 시대를 건너뛰어 프로그램판 잡학 상식 사전으로 통하는 듯 하다. 그런가 하면 고등학생 딸내미를 둔 친구는 그 집 텔레비젼 리모컨은 TVN에 고정이라며, 딸과 함께 보는 <이웃집 꽃미남>을 비롯해서, <SNL코리아>, <코미디 빅리그>등을 줄줄이 꿰며, <개그콘서트>나 보는 나를 고루하다는 듯 비웃는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 <푸른 거탑>을 모르고서는 어디 가서 화제에 끼어들기가 힘들다.

시청률의 사각지대라 여겨지던, 그리하여 변방에서 울리던 북소리 같았던 케이블들이 야곰야곰 타켓 시청층을 형성하며 자신들만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 가는 중이다. TVN만이 아니다. CJ 계열의 OCN, 올리브TV등 각 채널은 각자의 고유한 영역을 기반으로 각개 약진 중이다. 드러난 전체 시청률 파이는 약소할 지 모르지만, 각 채널 별 충성도로 치자면 공중파 부러울 것이 없는 케이블이다. 종종 피크 시간대 공중파 시청률 파이가 20%대 중반을 겨우 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26일 밤 11시에 새롭게 선을 보인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은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TVN의 편성 방식에 충실한, 그리고 거기서 진일보한 프로그램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로그램은 대통령 선거로 유명해진 이준석, 올인의 실제 인물차민수, 전설의 프로게이머 홍진호에 서울대 천재 소녀, 고대 출신의 연기자에 당구 천재 차유람, 만화가 김풍, 심지어 아이돌이라도 한때 공부 좀 했다는 성규까지,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천재형 인물들을 모아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출연진들이 한정된 시간 안에 게임을 벌이며, 회를 거듭하면서 한 명씩 탈락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게임의 방식은 카드를 두 장 내고 숫자가 큰 편이 이긴다던가, 가위, 바위, 보 내기를 한다던가 단순한 방식이지만, 문제는 마지막에 누군가가 탈락을 해야 하고, 승리자가 되면 어드벤티지를 얻는 것이기에,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합집산과 엄청난 두뇌 싸움, 그리고 그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 관계가 고스란히 보여지는 것이다.

 

아마도 <세바퀴>나 <가족의 탄생>, <안녕하세요> 혹은 그와 유사한 종편의 프로그램을 즐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한 시간이 넘게 갖은 애를 쓰며 서로 속고 속이고, 누가 나를 이용하는가, 이용해야 하나로 골머리를 썩이는 <더 지니엇>란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마치 <개그 콘서트>와 <SNL코리아>의 웃음 포인트가 차이 나듯이.

하지만, 어려서부터 게임을 내 몸과 같이 하며 살아오던 세대라면? 특히나 최근 유행하고 있는 '소셜게임'을 즐겨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마치 <더 지니어스>란 게임의 '유저'가 된듯, 출연자들이, 자신들이 키우는 '아이템'이라도 된 듯, 그들의 선택 하나하나에 마음 졸이며 희비가 오고가지 않았을까?

이렇듯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은 젊은이들이 즐겨하는 '소셜 게임'의 텔레비젼 확장판과도 같다. 그러니 당연히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얼마나 게임의 박진감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1회, 처음 가장 어수룩하게 보였던 성규가 배신을 거듭하며 1등을 달성하고,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던 막후의 반전으로 이준석을 떨어뜨리며 살아남았을 때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은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공중파 예능에서 '힐링'을 내걸고, 너도 잘 살고, 나도 함께 잘 살자는 것과 달리,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속 인간 관계는 녹록치 않다. 말로 맺은 언약은 봄날 꽃처럼 시간이 흐르고 나면 유명무실해 질 뿐이다. 하지만, 가장 똑똑한, 그래서 사람들에게 가장 긴장감을 준 이준석의 탈락은, '배신'이란 단어만으론 설명하지 못할 또 다른 인간 관계의 속사정을 보여주니, '힐링'과는 또 다른 솔직담백한 인간학의 매력이 보인다.

 

더 지니어스:게임의 법칙 1회-1,2,3게임

by meditator 2013. 4. 27. 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