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kbs2의 대표적 예능 두 편에서 금연을 실천 중이다.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이 그것이다.

지난 주부터 금연을 다루고 있는 <1박2일>의 경우, 이번 미션이 꼭 필요한 20가지 물건만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기에, 게스트 박성관을 포함해 일곱 멤버 중 담배를 피는 김준현, 김준호, 양상국이 담배를 포기해야 해서 불가피하게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금연을 하게 되었다.
그에 반해, <1박2일>은 차태현을 제외한 그래서 대신 합류한 홍경민, 김주혁, 김종민, 김준호, 데프콘, 정준영 등이 담배를 피기 때문에 아예 작정하고 금연 섬이 증도로 여행을 떠나면서 금연을 주제로 내걸었다. 

피치 못한 선택이었든, 작정하고 내세운 주제였든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은 4박5일이라는 시간과 1박2일 동안 멤버들의 금연을 다룬다. 


	1박2일 방송 화면 캡처, 가위로 담배를 자르고 있는 사진
(사진; 1박2일; 조선일보)

삶에 밀착한 그리고 <1박2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기간을 금연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조건>은 외압에 의해 금연을 하게 된 멤버들의 모습이 시시각각으로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삶에 꼭 필요한 물건을 택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담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거부감, 그리고 당장 담배를 빼앗기고 난 후의 공허감과 분노,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자신이 의존하던 담배가 없어 보여지는 아노미 상태들이 고스란히 담긴다.
<인간의 조건>에 비해 짧은 시간이지만, 어쩔 수 없이 20가지 삶의 물품을 위해 포기하는 심리적 포기의 절차도 없이 다짜고짜 금연을 강권당한 <1박2일>의 멤버들의 반응은 보다 예능적이다. 마지막으로 담배 한 모금을 피기 위해 질주한다던가, 담배 한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갖가지 꼼수를 피우는 모습이라던가, 그것을 지키지 못해 입수를 하고, 재판을 통해 흡연을 단죄하는 과정 자체가 그들은 절박한데 우리는 웃긴 전형적인 코미디의 모습을 지닌다. 

말 그래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묘미는 '리얼리티'이듯이, 즐겨하던 담배를 졸지에 빼앗긴 멤버들의 외압에 의한 금연 만큼 실감나는 상황은 없다. 담배를 피고 싶어하고, 어떻게라도 한 모금이라도 피려고 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그들이 절박할 수록, 그 절박함이 '리얼'하게 공감되기에 더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조건>이나, <1박2일>이나 그 어느 때보다 자신들이 의존하던 니코틴 성분이 떨어져 의욕도 없고, 무기력한 멤버들의 모습이 비춰지는데, 그것이 무능이나, 나태함이 아니라, 절박함으로 여겨져 수긍하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게임이라도 해서 흡연 욕구를 잊으려는 멤버들의 절박함이 안쓰럽기도 하고, 이기면 담배 한 가치를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까짓 담배가 뭐라고 저러는가 싶어 안쓰러운데 우스운 상황이 날 것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런데 문득, 과연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의 4박5일, 1박2일을 통해 금연을 일상에서도 실천하게 된 멤버가 있을까 하는 질문이 던져지는 것이다. 물론 단 12시간만 담배를 피지 않아도 몸에 니코틴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과, 운동을 하면 담배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교훈이 누군가의 금연 의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조건>이나, <1박2일>의 금연 프로그램이라는게, 전혀 자의적이지 않았으며, 그 과정이 강권적이었다는데서 그것이 자발적 금연으로까지 이어질까 회의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조건>에서는 선택의 과정이 있었으며, 미션 자체가 대리 체험이라는 방식이기에 <1박2일>과 같이 분류하기는 어패가 있을 수 있다. 

'금연'을 처음 예능 프로그램으로 도입한 것은 <남자의 자격>이었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과제 중 아니 101가지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금연을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금연은 지금 <인간의 조건>이나 <1박2일>의 금연과는 달랐다. 다짜고짜 금연을 해! 라는 외적 강권이 아니라, 평균 연령 40세를 넘은 멤버들의 건강 검진을 통해, 금연이 얼마나 그들에게 절실한 과제인가 공감을 통해 담배를 끊을 결심을 유도했다. 물론 그 과정에 지금 <인간의 조건>이나, <1박2일>에서 보여지는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에 담배를 둘러싼 술래잡기 식 해프닝도 있었고, 역시나 몰래 담배를 핀 이윤석의 한겨울 입수 식의 '단죄'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담배에 의존해 온 멤버들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 금연침도 맞고, 향후에도 금연을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장치들이 조심스레 마련되었었다. 

(사진; 인간의 조건; osen)

그런 <남자의 자격>식의 금연에 비교하자면,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의 금연 프로그램은 금연의 과정이 타율적일 뿐만 아니라, 금연에 대한 배려는 적고, 금연 과정의 괴로움이나 고통, 발버둥을 예능적 대상으로만 삼는 가학성에 치중된 듯이 보인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이제 담배를 피는 건 나쁜 일이다. 담뱃값에 수백 가지의 화학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문구가 새겨질 만큼 담배가 나쁘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전히 담배를 '담배인삼공사', 이제는 이름도 멋들어 지게 'kt&g'를 통해 공공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담배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기호품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 역시 또한 사실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짜고짜 즐기던 기호품을 빼앗긴 멤버들의 모습은 흡사 문을 잃어버린 채 우왕좌왕하는 실험실 쥐를 연상케 되는 불편함이 한편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타율에 의해 자유 의지가 강탈된 상황을 보며 즐기는 가학성의 껄쩍지근함이랄까. 

물론 피지 못하게 선택해야 할 물품에도 들지 못하는 담배 없이 4박5일을 견딘, 혹은 격하게 운동을 하며 1박2일을 버틴 멤버들은 혼돈 속에서 결국 담배 없이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유호진 피디의 말대로 금연이란 것이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결국 담배를 끊어야 하는 것이기에, 때로는 그 어떤 설득보다 단칼에 끊는 과정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룻밤이 지나도록 여전히 호시탐탐 담배를 피울 계기를 찾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마치 게임이 나쁘니까 게임 그만해 라고 야단치는 부모님과, 그것을 피해 어떻게든 게임을 해보려고 전전긍긍하는 타율적 금기식의 훈육 방식을 보는 듯한 불편함이 남는다. 

중독된 게임이든, 화학 성분의 흡연 습관이든 분명 나쁜 것이다. 하지만 나쁜다고 해서 무조건 단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금연이라는 주제는 나쁘지 않았지만, <남자의 자격>에 비해 다짜고짜 던져진 과제에 우왕좌왕하는 하는 과정을 시청자가 즐기게만 만드는 <1박2일>의 그것은 조금 더 멤버들에 대한 진지한 배려가 아쉬운 과정이었다. 


by meditator 2014. 3. 17.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