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프린스를 두번 째 회를 맞이했다.

첫 회에 대한 반응을 수용했는지, 선정된 책 [리어왕]에 대한 간략 소개를 넣고, 탁재훈을 아예 책을 읽지 않는 컨셉으로 변화시키는 등 지난 1회에서 불거진 비판에 대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달빛 프린스>라는 프로그램 한 회를 내내 진득하게 보고 있기엔 너무 지루하고 의미를 찾기도 버겁다.

 

 

 

1. 도대체 누가 mc야?

<달빛 프린스>는 아직 캐릭터가 잡혀지지 않은 프로그램의 빈약함을 게스트의 비중으로 채워나가려고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1회의 이서진에 이어, 2회 김수로 등, 그 자신 만으로도 충분히 한 회를 꾸려나갈만한 예능감이 충만한 인물들을 게스트로 불러들였다.

 

1회의 이서진은 그래도 본인이 나서서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2회의 김수로의 경우, 안타깝게도 김수로 라는 게스트는 훌륭했지만, 안타깝게도 역설적으로, mc들의 무능력함을 증명한 한 회가 되어버렸다.

과연, 2회 한 회 동안, 메인 mc 강호동이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강호동은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멘트를 제외하고, 생뚱맞은 공격하라 외에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토크'의 맥은 게스트 김수로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안 그래도 좌석 배치 조차도 김수로를 중심에 놓고, 좌우에 mc들을 배치해 놓으니, 더더욱 강호동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았다.

 

강호동의 마력은, 프로그램을 그의 에너지로 장악할 때 그것을 일필휘지와 같은 힘으로 좌우하며 끌어갈 때 제대로 발산된다. 하지만 <달빛 프린스>의 강호동은 여전히 이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여전히 그를 사로 잡고 있는 것은 자신이 '무식'하다는 컴플렉스인지, 설정인지 모를 그 지점이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선뜻 책을 매개로 한 이 프로그램 전반에 나서서 휘젖지 못하게 하는 장애가 되고 있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그의 '무식'을 무기로 삼고 나갈 계기를 탁재훈이 이미 선점해서, 아예 책을 읽지 않은 캐릭터로 자리잡아 버리니, 더더욱 강호동의 입지는 좁아질 밖에.

과연, 컨셉조차 겹치는 게다가 시너지나 호흡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강호동, 탁재훈 이란 두 mc, '지식'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 강호동과, 책이고 뭐고 주구장창 '딴지'나 걸겠다는 탁재훈의 부조화를 언제까지 지탱할 건지.

 

덕분에, 달빛 프린스는 심각한 결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과연, 김수로처럼 예능감이 충만하지 않은, 한 회 내내,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능력이 되지 않는 게스트가 나온다면? 김수로 정도의 인물이 나와도, 재미없는 <달빛 프린스>인데, 상상만으로 최악이다.

 

이상하게, <달빛 프린스>를 보노라면, 자꾸 <이야기쇼 두드림>이 떠오른다. <이야기쇼 두드림>은 프로그램 배경 조차도 책장이 즐비한 거실같은 분위기이다. 도무지, 피터팬과 책이 무슨 상관이지도 모를 유치한 복장의 mc가 나오는 <달빛 프린스> 와는 그 분위기에서 부터 차이가 난다. 더구나, <이야기쇼 두드림> 정도의 mc진영이라면, 이 정도로 책 하나를 붙들고, 도무지 토크를 해야할 지, 책을 읽어야 할 지 우물쭈물하면서 한 회를 보내지는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문득, 김c의 리어왕에 대한 촌철살인 한 마디가 그리운 건, 지난친 사심일까?

 

 

2. 책을 읽으라는 건지, 읽지 말라는 건지

<달빛 프린스>를 보노라면, 교양에 가 있어야 할 프로그램이 걸맞지 않는 예능의 옷을 입고 어색하게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자꾸 전해진다.

 

여전히 이 프로그램은 책을 이용하겠다는 건지, 책을 활용하겠다는 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1회에 탁재훈이 책을 읽지 않고 나왔다는, 혹은 프로그램의 내용이 되는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보겠냐는 비판에 직면한 제작진이 내세운 묘책은 아예 탁재훈을 책을 읽지 않은 컨셉으로 변용시킨 거였다.

여기서 제작진의 오류는 다시 한번 반복된다.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책에 내용에 지레 섣부른 판단을 내리거나, 책의 내용과 관련된 토크에 딴지를 걸거나, 토크 내용을 귀동냥해서 읽은 척 하라는 건 아니지 않은가?

최악의 경우, <달빛 프린스>는 책을 읽지 말고, 그저 프로그램에서 흘려들은 글 줄 몇 줄을 가지고 책을 읽은 척 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책을 읽지도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지향한다면, 조금 더 신변잡기 식의 토크보다는,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책 속의 문구 맞히기 식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런 형식을 고집하고 싶다면, 문구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이나 주제와 관련된 문제로 바꾸어도 되지 않을까?

제 아무리, 강호동이 물어보고, 탁재훈이 대답해 주는 복습으로, 그저 책 속의 글 몇 줄을 이해시킨다고, [리어왕]이 이해되는 건 아니니까?

정작 [리어왕]의 주제는 인간의 무지몽매한 욕망인데, 주구장창 음담패설식 남자의 코 이야기나 하고 있는 토크 쇼는 재미도, 의미도 없다.

by meditator 2013. 1. 30.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