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너를 기억해> 첫 회가 방송된 이후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글이 올라왔다. 2014년 CJ드라마 공모전에 제출한 자신의 드라마 시나리오와 내용이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작가 지망생의 글은 곧 일파만파 '표절'시비로 이어졌다. 이에 <너를 기억해>의 작가 권기영은 다음 날 2013년말부터 노상훈 감독과 함께 이 드라마와 관련된 작업을 계속해 왔으며 2014년 7월 14일 이 작품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앞서 드라마 지망생의 저작권 등록일 8월 21일보다 앞선 시점이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절'관련 여론이 잦아들지 않다. 다음 날 이 드라마의 제작사인 CJE&M은 문제를 제기한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글이 본선에 올라 경합되었지만 아쉽게도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고, 오르지 못한 작가의 시나리오 파일을 폐기되어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음을 단언했다. 또한 이미 2013년말부터 작가와 감독 등이 작품과 관련하여 나눈 이메일등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고 덧붙이며 '표절'논란을 종식시키고자 했다.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개운치 않은 '표절'의 그림자 
절차상의 문제, 그리고 저작권 등록일 등 법적 문제로 볼 때, <너를 기억해>의 표절 문제로 일단 표면적으로 마무리된 듯 보인다. 하지만, 막상 이 문제를 접한 네티즌 등 시청자의 입장에서, 개운치만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너를 기억해> 1회의 전개 중, 프로파일러 아버지와 아들 형제의 설정, 그리고 그중 한 명을 아버지가 '싸이코패스'라 짐작하여 '감금'하기에 이르렀다는 설정은, 누구나 쉽게 생각해 내기에는 너무도 고유한 독특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마치 신경숙 작가가 '표절' 시비와 관련하여 일본 작가의 '우국'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을 했지만, 누구나 두 작품을 나란히 마주하면 '표절'을 연상하듯, 프로파일러 어머니와 두 아들이라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설정과 <너를 기억해>의 프로파일러 아버지와 두 아들의 설정은 지나치게 흡사하다. 더욱이 아들 중 한 명이 싸이코패스고, 그 아들의 존재를 착각한다는 설정에 이르르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너를 기억해>의 '표절' 시비는 법적, 혹은 절차적 문제와 별개로 두고 두고 <너를 기억해>와 권기영 작가의 짐으로 남을 것이다. 특히 작가는 전작 <내 연애의 모든 것> 첫 회, 아론 소킨의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첫 회 설정과 유사한 설정을 그대로 본따와 논란이 되었던 바 있기에 더더욱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셜록인 듯, 셜록같지 않은, 셜록같은 
그렇다면 표절의 문제를 차치하고 드라마로 들어갔을 때 <너를 기억해>는 어땠을까? 1,2회에 걸쳐 두 번의 범죄 현장에 남은 표식과 관련하여 화면에 각종 도표가 띄워지며 공감각적 이미지를 한껏 배가시키는 연출은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다. 거기에 이현(서인국 분)과 차지안(장나라 분)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역동적인 카메라의 움직임 역시 익숙하다. 심지어, 2회에 들어서면서 차지안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며 차지안으로 하여금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이현의 스타일에 이르르면 떠오르는 한 편의 작품이 있다. 바로 영국 드라마 <셜록>이다. 

<너를 기억해>는 프로파일러 아버지 이중민(전광렬 분)와, 그의 앞에 나타난 싸이코패스 범죄자 이준영(도경수 분), 그리고 싸이코패스로 오해받은 아들 이현의 과거 사연을 한 축으로 한다면, 그 과거의 사연이 현재로 이어져 벌어지는 이현과 차지안의 진실을 향한 사건 수사가 또 다른 한 축을 고정한다. 그 중 현재에 방점을 둔 이현과 차지안은 역시나 한국 드라마 답게 사건을 수사하다 연애를 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1,2회 이제 막 관계를 풀어가기 시작한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오히려 연인의 단계에 앞서 마치 셜록과 왓슨의 관계를 보는 듯하다. 천재 범죄학자로 미국에서 범죄학 관련 강의를 하고 뉴욕 경찰의 범죄 수사 컨설팅을 해주었다던 이현은 과거 사연과 관련된 메일을 받고 다짜고짜 한국으로 건너 와 한국 경찰의 컨설팅을 해주는 캐릭터이다. 캐릭터 소개에서 셜록인 양 한다지만, 드라마 속 그의 캐릭터와 설정은 과거의 사연을 제외한다면 셜록과 너무도 흡사하다. 거기에 그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가는 카메라의 움직임, 그리고 그의 사건 수사와 관련된 프로파일링을 설명하는 장면 역시 '셜록'과 흡사하다. 


이미 과거부터 이현을 스토킹했다는 사연을 차치하면, 이현의 뛰어난 범죄 추리 능력에 늘 허를 찔리고, 하지만 그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분통을 터져하면서도, 사건 수사를 위해 그의 뒤를 허덕이며 쫓을 수 밖에 없는 차지안은 영락없이 여자 왓슨이다. 그렇게 <너를 기억해>의 현재 이현과 차지안, 두 사람의 캐릭터와 두 사람이 사건을 수사하는 장면들은 영국 드라마 <셜록>이 없었다면 존재하기 힘든 설정들이다. 단지, 스물 아홉 서인국이 연기하기에 능력자 이현의 캐릭터가 좀 버거워보이고, 아직은 여자 형사 차지안의 캐릭터가 몸에 배지 않은 장나라라는 단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아이디어와 영국 드라마 <셜록>을 차치하고서도 <너를 기억해>는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드라마이다. 한 싸이코패스 범죄자와 인연을 맺은 부자의 악연, 거기서 시작된 현재의 범죄, 저마다 하나씩 사연을 품은, 그래서 미스터리해질 수 밖에 없는 등장 인물들이 자아내는 궁금증, 그리고 그것이 아니라도 저마다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범죄 수사를 중심으로 얽혀들어가며 풀어내는 재미 등, 굳이 주인공을 '연애담'으로 엮지 않을 지라도 충분히 흥미진진할 드라마처럼 보인다. 부디 그 무엇을 본딴 아류나, 표절이 아니라 좋은 캐릭터의 향연으로 <너를 기억해>를 기대해 보고 싶다. 
 
by meditator 2015. 6. 24.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