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회를 마친 <낭만 닥터 김사부>, 하지만 단 2회 동안 벌어진 일을 놓고 보면 거의 미니 시리즈 16부작을 맞먹는다. vip에 대한 우선 치료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소년 강동주(유연석 분)는 병원 응급실을 난장판으로 만들다, 부용주(한석규 분)란 의사의 일격에 무너지고 만다. 다친 동주를 치료해주며 부용주는 더 괜찮은 인간이 되는 것으로 복수를 하란 말을 남기고, 그 괜찮은 인간이 되기 위해 동주는 이를 악물고 팔자에도 없는 의학 공부를 하여, 아버지가 죽은 병원의 인턴으로 돌아온다. 




도대체 장르가 몇 개? 롤러코스터식 드라마?
소년의 성장기같았던 드라마는 그가 인턴으로 돌아오며 급 의학 드라마로 전환된다. 인턴 주제에 까칠하게 굴던 동주는 그 못지않은 존재감을 가진 '미친 고래' 선배 윤서정(서현진 분)을 만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급의 '조련'을 당한다. 하지만 한국식 의드가 언제나 그렇듯, 의학 드라마로 시작된 드라마는 그런 선배 윤서정에게 매력을 느낀 동주의 다짜고짜 들이댐으로 대번에 '로맨틱 멜로'로 전환되고, 그건 다시 윤서정이 좋아하는 전문의 문태호(태인호 분)가 등장하며 '급 삼각관계'의 갈등이 전개된다. 

거기에 두 사람이 타고 가던 차가 교통 사고를 당하고, 병원으로 실려온 윤서정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문태호를 찾아간 동주가 그와 간호사의 밀담을 목격한 장면, 이어 문태호의 급사, 그리고 이어진 윤서정의 회상 장면에 이르면, 어디서 많이 본듯한 '막장'의 향기까지 느껴지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등산에서 실족사한 윤서정을 더 느닷없이 나타난 부용주가 들쳐업고 가면서 이 드라마의 앞날에 대한 의문만 남긴 채 1회를 마무리한다. 단 1회만에 몇 가지 장르의 미니 시리즈 한 시즌을 다 본듯한 설정들이 속도감있게 전개되며 드라마는 말하는 듯하다. 이래도 안볼래? 종합 선물세트가 여기 다 있는데?



2회도 만만치 않다. 병상에 누운 윤서정도 잠시, 사라진 윤서정을 향해 끊임없이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기던 강동주의 <하얀 거탑>으로 드라마는 또 방향을 튼다. 원장의 무리한 딜에 자신을 증명해 보이려 했던 동주,  돌아온 건 vip의 수술 중 사망과 돌담 병원으로의 좌천이다. 

하지만 강동주의 <하얀 거탑>은 돌담 병원 행으로 막을 내리고, 거기서 부터는 B급 코믹 버전이 시작된다. 카지노에서 술에 젖어있다 응급 환자를 만나게 된 동주, 그의 의학 진기명기가 펼쳐지나 했더니, 정작 진기명기를 보이는 건 다시한번 느닷없이 등장한 부용주, 강동주의 손목아지 해프닝 후 비로소 돌담 병원이 전면에 등장한다. 

마지못해 돌담병원에 눌러앉은 동주 앞에 5년만에 나타난 윤서정, 두 사람이 미처 다하지 못한 병원에서 사랑하기를 찍나 싶더니, 김사부라는 부용주의 진기명기 2탄에 이어, 윤서정의 자해 소동까지. 도대체 이 드라마가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 하며 2회를 마무리한다. 

제빵왕 김탁구같은 강은경 작가의 진기명기 
장황한 설명을 통해 보여지듯이 단 2회 동안 <낭만 닥터 김사부>는 의학 드라마에서 막장 드라마까지 온갖 장르와, 그 장르에서 익숙한 클리셰들을 범벅하며 돌진한다. 심지어 몇 번 안되게 바람처럼 나타나 '진기명기'를 선보이는 부용주의 캐릭터는 일본 만화에서 익숙한 '사부'의 캐릭터같다. 마치 은둔자 고수 사무라이 분위기랄까?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 익숙한 면면들이 뒤엉켜 섞이다 보니, 그것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의학 드라마인가 싶더니, 연애를 하고, 연애를 하는가 싶더니, 배신과 죽음으로 점철되고, 그게 다시 '야망'의 거탑을 향해 돌진하는가 싶더니, 사무라이식 대결을 벌이질않나, 고수의 진기명기를 선보이질 않나, 그러더니 단 2회만에 자기 손목에 가차없이 메스를 대는 여주인공까지, 근자에 이렇게 다이내믹한 드라마가 있었나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문득 '빵'이라는 소재를 내세워 온갖 통속적 요소를 다 때려넣으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2010년작 역시나 강은경 작가의 <제빵왕 김탁구>가 떠오르는 것이다.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한 주인공의 순수한 열정을 기본적 주제로 내세웠지만, 그 주제를 이끌어 가는 드라마의 서사에는 주말 드라마 뺨치는 '통속적' 요소들로 채워졌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처럼 이제 2회지만 의술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하면서, 사랑과 욕망으로 변주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종합 선물 셋트'처럼 선보인 <낭만 닥터 김사부>는 최근 몇 년간 강은경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제빵왕 김탁구>와 흡사하다. 그러니 뻔한 듯한데 보면 시간은 어느새 한 시간 여가 후딱 지나가 있고, 진부한 듯 한데 다음 회가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으니, 이런 템포와 이런 롤러코스터같은 서사라면 당분간 <낭만 닥터 김사부>의 독주를 막긴 힘들지 않을까?

by meditator 2016. 11. 9. 0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