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이라도 김제동을 대학 축제 등 실제 그가 mc를 보는 현장에서 본 사람이라면 그가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장'에서 얼마나 펄떡이며 뛰노는 다이내믹한 mc인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tv에서 만난 김제동은 강호동이나 이경규 등 선배 mc들 옆에서 주눅들어, 명언이나 날리거나, 스스로 하는 일이 없다 자책하는 캐릭터일 뿐이다. 그나마 안타깝게도 김제동이 제일 웃긴 경우는 그 자신이 말하듯 울궈먹고 또 울궈 먹어 이제는 그때문에 결혼조차 미뭐야 하지 않나 싶은 노총각 캐릭터로 웃기는 <무한도전>의 경우이다. 더구나 이른바 '정치색'을 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섭외 1순위에서 기피 연예인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슬슬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던 김제동이 모처럼 예의 역동적인 그의 기량을 조금이나마 펼쳐보인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2월 20일 파일럿으로 찾아 온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이하 톡투유)>이다. 


jtbc 에서 여러 신선한 예능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 방송가에 기피 mc였던 김제동이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맡았다. 다시 돌아온 mc김제동, 그게 jtbc인 이유가 있었다. 몇 년 전, 한참 잘 나가던 김제동에게 손석희 사장이 제의를 했단다. <백분 토론>에 나와 달라고, 그런 거 할 줄 모른다고 하는 김제동에게 <백분토론> 400회 특집에 나와서 소감 정도만 말해주면 된다고 간단하게 청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 전날 도착한 방송 원고, 거기에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라고 씌여 있었다고 한다. 여타 제반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게 <백분토론>에까지 등장한 김제동은 특정 정치색이 짙은 연예인이란 이유로 방송가의 기피 인물이 되어, <힐링 캠프>의 보조 mc로 연명하게 되었다. 그러니, 김제동을 그렇게 만든 손석희씨 입장에서는 빚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된 것이고, 이제 jtbc 사장이 된 손석희씨는 김제동의 톡투유를 제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빚쟁이의 입장으로 김제동은 jtbc의 파일럿 예능으로 돌아왔다. 

<김제동의 톡투유>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은 꽤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각 방송사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유명한 인사들에서 굴곡있는 삶을 잘 극복해온 사람들이 강사로 등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청중의 고민을 들어주는 형식의 프로그램들 말이다. 김제동이 보조 mc로 출연하고 있는 <힐링 캠프>에서도 일찌기 인기 철학자 강신주를 비롯하여, 연예 기획사 대표 양현석 등을 데리고 청춘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해 왔었다. 
첫 선을 보인 <김제동의 톡투유> 역시 인기 만화가 강풀과 인기 강사 최진기가 역시나 한 자리를 차지 하고 등장했다. 



하지만 김제동은 <톡투유>는 여타 멘토링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심지어없프로그램의 시작에서 부터, 중간중간, 그리고 말미에 까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출연한 사람들, 그리고 고민을 토로한 사람들, 그 누구도 딱히 고민이 해소된 것은 없을 것이라고, 없다고, 없지 않냐고. 그런 김제동의 반문에 방청객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그런데 한 시간여의 방송 시간이 지나고, 스케치북을 올린 사람들의 반응은 즐겁게 함께 웃다가 간다고, 웃다가 울다가 간다고 호평 일색이었다. 그와 함께 한 시간 속에 어떤 묘약이 있길래.

김제동은 예를 들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자신이 버리 쓰레기로 인해 반장 아줌마한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당구나 치러 가자며 공감이 엇나가버린 강풀과 달리, 반장 아줌마네 집 앞에 똥이라도 싸주겠다며 공감을 해주는 코디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억울함이 풀려 버린 사례를 통해, 그저 이 프로그램이 방청객들의 고민을 함께 들어주는 시간임을 강조한다. 그저 그렇구나 하고 손뼉을 마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프로그램의 자리를 좁힌다. 

하지만, 그저 함께 공감해 주는 <톡투유>의 시간은 도발적이었다. 첫 시간의 주제를 '연애'로 삼고서는 노래를 하러 나온 요조가 반문한다. '연애' 꼭 해야 하는 것이냐고. 왜 연애를 못하면 덜떨어진 사람 취급을 하냐고. 연애도 선택이라고. 노총각으로 <무한도전>에서 교주노릇을 하던 김제동도 솔직하게 말한다. 외롭지만, 홀로 있는 것이 자유롭다고. 하지만, 프로그램은 그저 그렇게 연애는 선택이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 과학 강의로 정평이 높은 최진기가 연애하기 힘든 시대의 실체를 밝힌다. 일본의 예를 들어, 실제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이 결혼하는 남성들이, 그녀들보다 열 살 이상 많은 경우가 빈번하며, 그런 이유가 바로 경제력에 기인함을 짚는다. 그리고 그런 일본의 경우가 곧 한국의 실제가 될 것임을 예언한다. 즉, 청년들이 연애를 못하는 것은 그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연애를 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주지 않는 사회적 조건에 있다며 연애의 사회학을 짚는다. 나아가, 프랑스가 출산 장려책을 위해 미혼모의 아이들을 법의 테두리 안에 포용했듯이, 기존의 고정 관념을 뒤짚는, 예를 들면 연예 비용을 국가가 대는 것과 같은, 결국은 '복지' 정책이 젊은이들의 연애조차 풍성하게 만들 것이란 결론에 이른다. 
물론 이런 도발적인 분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풀이 덧붙인다. 연애라는 것이 그저 사랑의 감정이 아니다. 질투 등 수많은 감정의 교류로, 살아가면서 이렇게 풍부한 감정의 파고를 한번쯤은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렇게 다양한 입장과 해석이 공존하면서, 이 시대의 연애 담론은 풍성해져 간다. 무엇보다, 나의 문제인 연애가, 우리의, 이 시대의 문제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내가, 우리가 되어 가면서, 그저 방청객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저절로 공감이 되어가기 시작한다. 명절이면 자꾸 비교를 하는 손님들, 그리고 부모님들에 대한 이야기에 서로서로, 그건 너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는 다 지 자식만 생각하지, 남의 자식은 생각 안한다는 솔직한 고백에서 부터, 그저 '그러게요'라며 넘어가면 될 것이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등을  토닥여 주는 식이다. 우리 딸 이쁘다는 말에, 우리 엄마라서 좋다는 말에, 함께 울컥해지기까지, 그렇게, 조금씩 프로그램은 공감의 온도를 높여간다. 

김제동의 장기는 바로 이 지점이다. 별 말을 하지 않는데, 그저 살아오던 이야기를 나누는데, 실제 아무 것도 해결 된 것이 없는데, 한 짐을 내려놓고 가는 가뿐한 느낌이 들게 하는, 어쩐지 뭉클해지는 바로 그것말이다.  일찌기 <야심만만>에서 김제동을 인기에 올려놓은 것은 그가 풀어낸 명언이 아니라, 공감의 지점을 잘 잡은 포인트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소속사에 가장 많은 돈을 벌게 해주었다는 방송에 한번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연일 매진 사례를 행진하고 있는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의 이유 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진솔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짚어줄 수 있는, 그리고 그 자신이 자신만만하게 자랑하는, 대본 한 장 없이도 몇 시간 사람들을 울리고 웃길 수 있는 mc 김제동의 능력이기도 하다. 

굳이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배우들을 예능으로 불러오지 않아도, 물설고 낯설은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스튜디오에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한 시간여가 즐거울 수 있는 프로그램, 역시 jtbc의 또 한번의 탁월한 선택이다. 부디 <김제동의 톡투유>가 정규 편성이 되어 매주 함께 울고 웃으며 마음의 짐을 함께 나누어 질 수 있기를. 
by meditator 2015. 2. 21.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