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방영분에서, 야심차게 시도한 '야자 타임', 이효리가 김구라에게 말한다. 니가 들어와도 시청률은 그대로대?라고, 그러자, 김구라가 화색이 돌며 답한다. 그래도 전보다는 올랐다고. 그러자, 이번엔, 문소리가 던진다. 그게 너때문이라고 생각하냐고?

이전의 세 mc,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에게는 아쉽지만, 김구라가 함께 한 <매직 아이>는 그 이전의 <매직 아이> 보다 훨씬 나았다. '진부한 아이템' 김구라임에두 불구하고, 이전의 세 mc가 진행하던 <매직 아이>에 비해 한결 정돈된 느낌이었다. 심지어 mc는 김구라이고,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은 패널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종종 있을 정도였다. 

<매직 아이>의 김구라는, <썰전>의 김구라도, <라디오 스타>의 김구라도, <세바퀴>의 김구라와도 달랐다. 굳이 규정하자면, <썰전>과 <라디오 스타> 사이, <썰전>을 통해 그가 이철희, 강용석을 통해 얻은 세상에 대한 식견과(예능 심판자의 김구라는 아니다), <라디오 스타>에서 유지되던 여전히 독한 혀로써의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그에게는 원죄가 있는 이효리, 그보다 나이가 많은 문소리라는 문턱에 조심하는 노련함을 유지하고자 한다. 덕분에, 다른 프로에서보다, 한결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식견을 가진 김구라라는 캐릭터가 새롭게 드러난다. 

하지만, 정작 <매직 아이>의 문제점은 새로 합류한 김구라가 아니다. 종종 김구라로써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9회에 이르도록 조율되지 않는 세 여자 mc들사이의 불협화음이다. 
이 불협화음의 근원은, 세 사람의 친근함, 친숙함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 그 어느 프로그램이 mc들의 사이좋음을 전제로 하겠는가. 심지어, <썰전>처럼 때로는 드러내놓고 서로의 다른 이견의 평행선을 달리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매직아이>의 세 mc의 문제점은, 퓨전이 될 수 없는 서로 다른 나라의 요리를 먹는 느낌과도 같다. 

9월2일 방영분에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는 밝히는 문제에 다루었다. 
이에 대해 김구라는 영화평을 예로 들며, 연예계에서 상대적으로 솔직하다는 축에 드는 자신 조차도 영화를 보고 나서 좋다 나쁘다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처지라고 자신의 입장을 토로한다. 그에 대해 문소리는 말한다. 왜 영화를 보고, 좋다, 혹은 더럽게 나쁘다. 양단간의 입장만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냐. 표현의 방식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김구라의 의견을 확장시킨다. 그런데, 그런 문소리의 의견에 대해, 이효리는, '드~럽게 재미없네'라고 부드럽게 말해야 한다고 받는다. 
김구라가 말한 바 표현의 어려움에 대해, 문소리는, 그걸 우리 사회가 모든 사안에 대해 호불호라는 이분법적 논리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며, 좀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확장시킨다. 그런데 이걸 웃기자고 하는 것인지, 이효리는 '말 개그'로 받아친다. 이렇게 되버리면, 문소리가 한 문제제기는 사라지고, 다시, 원래 솔직하게 말하자, 말자의 이분법으로 돌아가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문소리의 민주 노동당적에 대한 토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솔직한 토로에 대해, 김구라를 제외하고, 두 mc에게서, 우스개를 제외하고, 문소리의 의견을 확장시킬 그 어떤 리액션이 등장하지 않았다. 

홍진경은 한 술 더 뜬다. 방송가에서 나름 똑부러진다고 평가받는 홍진경은, 2일 방송분에서 회식 자리의 의견을 내는 경우를 두고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은, 내가 돈 내고, 먹고 싶은 걸 시킨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오히려 게스트들의 원성을 들었다. 홍진경 개인으로는 개성이 강하지만, 그녀의 개성은, 2일 방송분에서도 보여지듯이, 게스트들 조차 그건 아니지 할 만큼, 외람된 입장(?)인 경우가 있는데, 문제는, 홍진경 자신이, 그런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전혀 무지하건, 심지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방송을 보다보면, 문소리는 종종, 틀에 박히지 않은 다양한 문제 제기를 하지만, 그것들이, 이효리나, 홍진경에게 제대로 이해나 되나 싶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김구라가 등장하면서 부터, 이야기의 물꼬가 터져서, 문소리의 생각이 조금 더 펼쳐지게 되는 경우가 생긴 것이지, 그 이전에는, 늘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로 흐르고, 결국, 이효리나 홍진경의 들은 적 있는 자기 경험으로 흘러들어가 또 그 이야기냐는 논란으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2일 방송분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효리와 김구라 사이에는 원죄가 있다지만, 함께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 새삼스레 그걸 다시 끌고 들어오는 이효리는 토크쇼를 과거로 회귀시키는 듯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불행한 과거는 사실이지만, 그걸 다시 끄집어 내서, 토크의 주제로 삼는 것은, 신선한 시도를 지향하는 <매직 아이>에 어울리는 방식은 아닌 것이다. 아니 가끔은 그녀가 이야기할 꺼리가 없어, 과거 경험을 끄집어 내나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효리의 삶은 결혼과 함께 달라졌다지만, 그녀가 프로그램을 이끄는 방식은, 여전히 과거 예능 프로그램을 하던 방식이다. 이효리가 방송에서 반짝 빛나는 순간은, 2일 방송분처럼 대놓고 욕을 하거나, 광희의 무지를 콕 찝어 알아맞추는 감각적인 지점이다. 하지만, 토크의 흐름을 끌어가거나, 확장시키는 지점에서 여전히 이효리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안타깝게도 이효리의 건강한 삶과, 토크쇼를 이끄는 진행자로써의 능력은 별개라는 걸 회를 거듭할 수록 증명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순 있지만, 자신의 경험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홍진경은, 그녀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펼쳐놓던 자부심 넘치는 홍진경's 월드의 옹벽 안에 여전히 있다. 홍진경의 이야기는 그저 여전히 어느 똑부러지는 사람의 목소리일 뿐이다. 문소리의 생각은 트여있지만, 역시나 그걸 다른 두 사람과 조율해갈 능력도 의지도  없다. 

(사진; tv리포트)

김구라가 와도, 이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세계를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그저 그의 생각과 사안에 따라, 제휴, 협력, 혹은 반목을 할뿐이다. 당연히 세 mc가 게스트들과의 토크를 이끌어 가지는 못한다. 사안에 따라 산만하게 반응할 뿐. 그러다 보니,토크쇼가, 게스트들과의 자유로운 토론이 아니라, 김구라 vs 다수의 패널 토크쇼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아쉬운 건, 김구라 역시 각자 한 자부심 하는 세 mc를 다잡으며 자신이 휘어잡고 가기엔 힘이 부치던가, 휘어잡을 의지가 없어 보이니, 여전히 <매직 아이>는 어수선하다. 이효리는 이효리대로, 종종 상대방을 당황시키는 예의 솔직함을 무기로, 자신의 경험을 펼쳐놓고, 문소리는 사안에 따라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홍진경은 뜬금없이, 이래야 하는 게 아니냐며, 토크를 붕 띄운다. 김구라는 나름 식견을 펼치며 토론의 맥을 잡아보려 하지만, 늘 토크는 한 치쯤 공중에 떠있다. <매직 아이>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들은 건강하지만, 토크는 진부함과, 뻔함의 갈피를 벗어나, 신천지를 향해 가다 늘 좌초한다. 장작을 던지며 불을 때본들, 젖은 아궁이에서 매캐한 연기만 피어오늘 뿐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두고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만 보면, <비정상회담>이나, <매직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매직아이>가 여전히 궤도에 오르려다, 힘에 부쳐 미끄러져 내려가는 느낌을 주는 건, <비정상 회담>이 선보이는 치열한 토크의 질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치열할 수 없는 근원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이질적인, 혹은, 그런 주제를 담보해낼 능력이 부족하건, 펼쳐도 호응을 얻을 수 없는 세 mc로 부터 기인한다. 기센 캐릭터만으로 솔직한 토크쇼가 구성될 수 없다는 걸 여전히 <매직 아이>는 증명한다. 


by meditator 2014. 9. 3. 0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