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저문다. 2020년을 되돌아 보는 '트렌드 로드', 그 2회가 28일 밤 방영되었다. 화두는 '코로나',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한 삶이 이어져왔던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과연 '트렌드'마저 '언택트'하게 바뀌었을까? 과연 서로와 서로가 소원해지는 시간 사람들은 무엇으로 그 틈을 메꾸며 살아왔을까? 1회에 이어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교수와 함께 MZ세대 대표 셀럽 에릭남이 참여하여 2020년의 트렌드를 살펴본다. 

 

 

코로나 - 공간에 대한 열망을 키우다 
코로나 시대, 이제 집은 그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 아니다. 수업을 듣고, 재택 근무를 하는 기능이 '다층적'으로 증가했다. 이른바 '레이러드한 룸'이라는 공간의 새로운 기능이 주목받게 된 시기이다. 

집을 떠나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까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공연장을 들르던 '동선'이 줄었다. 1주일 동안 누리던 공간이 1/5 정도 줄어든 셈인데, 이를 사람들은 마치 자기 자신이 1/5 줄어든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진단한다. 이렇게 공간이 축소는 '코로나 블루'와 같은 현상을 낳으며 사람들이 공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는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바깥 세상이 위험해진 만큼 내 공간에 대한 열망은 외려 커져갔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필요에 따라 모듈을 사용하여 천장에서 필요한 가구를 올리고 내리는 공간의 적극적 '창조'가 새로운 공간 디자인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비싼' 집은 언감생심, 꿩 대신 닭이라고 '차'라도? '차' 소비가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단절'되었다지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자 하는 '열망'은 잦아들지 않았다. 그러한 사람들의 본능적인 '속성'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남의 집 프로젝트'이다. 

온라인을 통해 취향을 공유한 사람들이 집들이처럼 남의 집을 방문하는 모임이다. 한 달에 한 두 번 코로나 시대 불가능해진 여행을 '남의 집'으로 잠시 떠난다. 이 잠시 동안의 '방문'이 뭐라고 그 전날 잠을 못자고 설레이기도 한단다. 가드닝을 한 정원에서 '소풍'과 같은 시간, 그램책을 통해 낯선 이와 속마음을 터놓고 서로 위로를 나누는 시간, 이러한 소규모의 '취향'을 매개로한 내밀한 교류가 언택트가 트렌드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여전히 관계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증명한다. 

 

 

나를 증명하는 시간 
사회적 접촉이 한층 줄어든 시간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이에 대해 김난도 교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자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받아왔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를 증명해줄 타자가 없는 상화, MBTI처럼 자기 정체성을 증명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계룡 선녀전>의 웹툰 작가 장혜원씨는 색다른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수학'이다. 장혜원 씨가 함께 수학을 공부하는 모임, 참가자들은 이 수학 공부의 포인트는 바로 시험을 안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다는 희열보다는 수치를 통해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이라고 한다. 

이들만이 아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 수학 관련 서적이 39.8%나 증가했다. 지난 5년 사이 처음있는 일이다. 이렇게 수학에 대한 수요는 어디로 부터 비롯되었을까?알 수 없는 세상 수학처럼 정답이 있고, 노력을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쾌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그에 더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해낼 수 없는 사람들이 수학처럼 몰두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견인해내고자 한다고 김난도 교수의 정의한다.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이자, 도구로서의 수학이다.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산'을 택한 사람도 있다. 미대에 들어간 김강은 씨는 졸업 무렵 그림으로 먹고사는 게 쉽지 않다는 '장벽'에 봉착했다. 코로나로 인해 활동마저 제한됐다. 여행을 갈 수도 없고, 여력도 없던 시절 무작정 동네 앞산을 올랐다. 

숨이 차올랐지만 산봉우리에 오르니 생생하게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확인'받았다. 그때부터 강은 씨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오른 산을 그렸다. 산을 통해 느낀 삶의 즐거움을 그림을 통해 표현했고, 그런 그녀의 그림음은 'SNS를 통해 인기를 끌었다. 

강은씨만이 아니다. 코로나 시대 등산 인구가 늘었다. 그 중 20대는 87%나 증가했다. '등린이', '산린이'와 같은 신조어가 탄생했고, 산과 관련된 해시태그가 280만 개에 이를 정도로  MZ 세대에게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산을 오르고 수학을 공부하며 자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젊은이들 하지만 그들이 견뎌야 하는 시절을 혹독하다. 2008년 금융 위기에 이은 코로나 팬데믹은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앗아갔다. 해고와 직업난, 직업 훈련의 기회라는 3중고가 젊은 세대에게 얹혀졌다. 부모보다 못하는 첫 번 째 세대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얻었다. 우리나라 만이 아니다.

한때는 잘 나갔던   LA의 UX-UI 디자이너(앱과 웹을 구성하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 크리스 준은 6개월째 실직 중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 실업률이 폭등하며 2차 대전 이후 최고의 실직자 사태를 낳았다. 그 중 밀레니얼 세대가 500만 명에 달한다. 유럽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프랑스에서는 전체 청년 중 1/4이 구직중이다.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대부분 시간제나 임시직인 경우가 많다. 어느 나라라 할 것 없이 코로나로 MZ세대는 기회마저 얻기가 쉽지 않다. 인류 전체의 시련이다. 이제 해가 바뀌면 2021년 우리의 삶은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새해의 '희망'을 옅보기 쉽지 않은 시간, 그래도 이 길고 긴 터널의 끝을 기원하며 한 해가 저문다. 

by meditator 2020. 12. 28.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