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향 다채널의 sns 시대에 일방 통행 고정된 채널을 가진 방송에게 언제나 sns의 바다는 자신이 넘어가야 할 파고 처럼 보이나보다. 잊을만하면, sns를 기반으로 한 예능이 출사표를 던진다. 6월 9일 8시 50분 sbs를 통해 방영된 <SNS 원정대 일단 띄워>가 바로 또 하나의 sns 예능이다. 


야심차게 시도된 sns와 결합된 예능이 몇몇 있었다. <화성이 바이러스>를 함께 했던 이경규와 김구라, 그리고 김성주가 올 2월 역시나 같은 방송사 tvn을 통해 선보인 <공유 tv 좋아요>가 그 선두 주자다. 제목에서부터도 sns의 '좋아요' 컨셉을 따온 것처럼,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이야기들을 각 패널들이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말이 sns지, 마치 <화성인 바이러스>의 속편같았던 프로그램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는 이야기들을 소화하는데, 20세기 사람들이 21세기의 문물을 바라보는 듯했으며, 정작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는 내용을 적절하게 시의적으로 tv 속으로 끌어들여 공감을 얻고, 관심을 끄는데 실패한 채 조용히 사라졌다. 얼마전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였다가 정규 방송으로 편성된 <매직 아이>의 경우도, sns는 아니더라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를 활용한 경우다. 정규 방송에서 다 보여지지 않은 토크의 나머지 부분을 자신들이 만든 팟캐스트를 통해 방영하고, 실시간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물론 이 두 프로그램이 아예 작정하고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체 틀을 sns나 인터넷의 기반을 활용하고자 한 것이고, 굳이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내건 두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요즘 방송에서, 자신들이 한 방송 내용을 sns에 올려 그 반응을 실시간으로 검증받고자 하는 경우는 이제 더 이상 희귀한 사례가 아니다. 

하지만, <공유 tv 좋아요>나, <매직 아이>에서도 보여지듯이, 요즘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새로운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도는 있지만, 정작 그것을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것이 적절한가 라는 지점에서 지금까지는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왔다. 즉, 활용은 해야겠으되, 쌍 방향과 일방 통행이라는 매체의 성격이 다른 sns 등과 tv라는 매체가 어떻게 만나져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은 피상적이거나, 형식적인 측면이 강했던 것이다. 

일단띄워
(기사; tv데일리)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겠지만, <SNS 원정대 일단 띄워>는 그 형식적 적용의 틀에서 진일보한 성과를 보인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일단 띄워'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 여행을 하는 이 프로그램이 가이드는 다름 아닌 sns이다. 출연자들이 각자 자신의 sns에 여행에 필요한 숙소, 가볼만한 여행지, 먹거리에 대한 질문을 띄우고, 거기에서 나온 팔로어들의 답을 따라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브라질 월드컵 특집으로 브라질을 여행하기 위해 모인 오만석, 김민준, 정진운, 서현진, 오상진, 박규리는, 브라질에 떠나기에 앞서 그곳에서 자신들이 머무를 숙소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그것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sns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작진의 통보를 듣는다. 허겁지겁 각자의 sns를 통해 숙소를 수소문하던 출연진, 뜻밖에도 선뜻 자신의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제공하겠다는 브라질 사람을 조우(?)한다. 
하지만 현재 브라질 상황이 함부로 나돌아 다니는게 위험할 만큼의 상황인데다가, 출연진들이 가는 그곳이 바로 위험 지역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출연진들은 공항을 나서서 아파트를 제공한 현지인을 만나기까지는 긴가민가했었다. 하지만 정작 만난 당사자 기레미씨가 한국에 다섯 번이나 머물렀던 '친한파' 브라질인으로 한국어에 유창하며, 그가 내어준 아파트가 생각 외로 넓고 편안하자, 출연진들은 미리 제작진이 준비한 것이 아니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파트만이 아니다. 난생처음 가본 브라질에서 출연진들을 인도한 것은 정말 sns였다. 브라질의 전통 시장이며, 그곳에서 맛볼 과일이며 음식들을 친절하게 소개해 준 것도, 통역과 가이드를 해줄 사람을 구해준 것도 바로 sns였다. 또한 출연진 중 k팝스타인 정진운과 박규리는 가는 곳마다, 그들이 이곳에 와있다는 소식을 들은 현지 팬들의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처음 무모해 보였던 sns를 기반으로 한 여행은, sns를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유영으로 점차 바뀌어 간다. 출연진들은 난생 처음 가본 나라에서, 단지 sns를 통해 만난 사람의 아파트에 머물고, 그곳을 통해 소개받은 통역과 가이드의 도움을 받고, sns를 통해 알게 된 곳을 방문하고, 먹거리를 찾아 먹는다. 무모한 시도가, 그 어떤 현지 가이드나, 소개서보다도 알찬 여행의 가이드로 변모한 것이다.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을 제작진과 미지의 나라에 긴장하던 출연진들은 현지에서 그들을 반겨주는 팬들을 비롯하여, 마치 요술 방망이처럼 원하는 것을 다 알려주는 sns에 점차 감동하며 여행의 묘미를 즐기기 시작한다. 

<sns원정대 일단 띄워>는 실시간으로 자신들의 여행을 sns를 통해 공유한다. 인터넷 상의 내용을 소개한다던가, 자신의 영역을 인터넷과 나눈다는 형식적 연장이 아닌, 프로그램을 sns의 바다에 띄우고, 적어도 첫 회로 보자면, sns는 <sns원정대 일단 띄워>를 구명하는데 성공적인 듯 보인다. 가이드나, 소개서의 도움을 최소화한 채 sns의 지침만으로 가능한 여행, 21세기에만 가능한 신기한 여행이다. 


by meditator 2014. 6. 10.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