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가 않네 서울 생활이란게
이래 벌어가꼬 언제 집을 사나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나오네

월세내랴 굶고 안해본게 없네
이래 힘들라꼬 집 떠나온 것은 아닌데
점점 더 지친다 이놈에 서울살이


11월 11일  mbc 다큐 스페셜에서 <전, 월세 대란, 서민은 서럽다> 편이 방영되었다. '62주 연속 ' 등 주식 상한가를 치듯이 천정부지로 오른 채 내려오지 않는 전세 대란은 또 한편에서, 월세의 확산을 포함한다. 
집주인은 30%가 되었든 40%가 되었든 마음대로 전세를 올리고, 하지만 전셋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결국 낮은 은행 금리 등으로 인해 그 돈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지 못하자, 이젠 적극적으로 월세로 전환해 가는 중이다. 가진 것 없는 세입자들은 주인들의 입맛에 따라 바뀌어가는 월세에, 그리고 이젠 더 이상 올려달라는 전세에 맞출 수가 없어서 또 월세로, 지상의 방 한 칸 얻기가 버거워져만 간다. 


9월 28일 <무한도전>에서는 노홍철이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장미 여관의 육중완의 집을 찾아가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방 하나는 작업실로, 또 하나는 침실 겸 의상실로 이루어져 있다는 육중완의 집은 이른바 옥탑방이었다. 방송에서는 서울 살이 5년 만에, 빛을 다 갚고 마련한 옥탑방을 자랑스레 선보이는 육중완을 그려내 보였다. 
하지만, 그 자랑스레 선보인 옥탑방은, 그의 집이 아니다. 그의 노래 '서울 살이'에서처럼, '월세내랴, 굶고 안해본 게 없네'의 바로 그 '월세'이다. 육중완 만이 아니다. '장미 여관'의 멤버 전원이 형편이 다르지 않다. '이래 힘들라꼬 집 떠나온 것은 아닌데'라지만, 그들의 서울 살이는 버겁다.
장미여관만이 아니다. <전, 월세 대란, 서민은 서럽다>에 등장한 서민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게 고시원이냐, 단 칸 월셋방이냐, 옥탑방이냐의 차이일뿐, 기껏해야 섭취하는 단백질이 계란후라이가 되는 삶을 지탱하며 사람들은 월세를 버텨낸다. 하루에 삼백 건이 넘는 올린 전셋값을 내라는 주인의 문자 폭탄, 정신적 고문을 버티어 낸다. 
무한도전 가요제 말미 소감을 피력하는 장면에서, 장미여관의 멤버는, 우리네 같은 밴드에게 무한도전의 기회란 소중한 것이라며 울먹인다. '월세 내랴 굶고 안해본 게 없는' 장미여관 멤버들에게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의 출연은 하늘에게 내려온 두레박이다. 하지만, 아이들과 점점 집을 줄이고, 옥탑으로 올라간 가정의 아내가 바라본 서울 하늘은 먹먹하다. 한참 꿈을 펼쳐야 할 청춘은 월세에 짓눌린 삶을 호소한다. 그들을 길어올려줄 두레박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장미여관의 서울 살이 1절의 마지막 가사 '점점 더 지친다 서울살이'는 그들 모두의 돌림노래가 되어간다. 

<전, 월세 대란, 서민은 서럽다> 편에서 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전세 중심이었던 주택 시장이 급격하게 월세로 바뀌어 가면서 사람들이 채 거기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월세를 매달 따박따박 낼 만큼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부유'와 같아 지는데, 매달 지불할 월세는 저승사자처럼 변함없이 버티고 서있다. 
거기에 한 술 더떠서, <전, 월세 대란, 서민이 서럽다> 제작진이 서울 시내 대학가 및 주요 주거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원룸, 빌라, 아파트, 주상복합 그리고 고시원까지 총 다섯 가지의 주거 형태를 방문 및 전화 조사한  결과 '1 제곱미터 당 가장 비싼 월세를 내고 있는 곳은 고시원으로 나타났다. 고시원의 1 제곱미터 당 월세 가격은 62,500원으로 주상 복합 아파트의 34,300원보다 두 배 가까이에 달했다. 또 같은 주거 형태라 할지라도 월세가 전세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원룸 전세의 경우 1 제곱미터당 11,700원이었지만, 원룸 월세의 경우에는 25,500원으로 두 배 이상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가난할 수록, 더 비싼 집에 살고 있는 현실이다. 여전히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아니 '안한다는' 원칙이 득세하는 세상이다. 


월세에 쫓기다 못해 밥을 굶고, 연애는 꿈도 못꾸고, 결혼조차 엄두도 내지 못할 서민의 삶을 구제할 방법은 '공공 임대' 주택 밖에 없다는 해결 방법은 인지상정일 수 밖에 없다.  <전, 월세 대란, 서민은 서럽다>뿐만이 아니라, <sbs스페셜> 등 타 다큐 프로그램에서도 언제나 도달한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결론이 oecd국가는 물론, 이웃 홍콩조차 30%에 달한다는 공공임대 주택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나 대통령 선거의 주된 정책이었지만, 결과는 미비했다. 다큐 스페셜 제작진이 밝히듯이, 그간 선거 유세동안 자신만만하게 외쳤던 공공임대 주택만 제대로 지어졌어도, 이런 전, 월세 대란이 없었을 것이란 분석처럼, 대한민국의 현실은 집 가진자, 그리고 그 집 값의 반등으로 이익을 보려는 자들의 이해의 척도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채 다시, 박근혜 정부의 행복 아파트 정책까지 도달했다. 당장 요즘 이슈가 되는 감사원장 후보자의 위장 전입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나라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치고 위장전입 한 번 안해본 사람이 없는 정부에서 과연, 전, 월세 대란에 서러운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 아파트가 제대로 지어질 수 있을까?

데이비드 스터클러의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인가>라는 책에서는, 1929년 ~1933년 미국 대공황기 사람들의 소득은 1/3로 떨어졌지만 사망률은 물론, 질병 감염률도 떨어지고, 자살률조차도 감소로 돌아섰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즉 대공황기 미국 국민은 한층 살기 어려워졌지만, 프랭클린 루브벨트 정부가 제시한 뉴딜 정책으로 인해, 일자리와, 공중 보건 프로그램 등으로 국민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이 통계의 메시지는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경제난 그 자체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말은 mbc 다큐 스페셜의 결론에도 부합한다. 우리 시대 여전히 사람들을 서럽게 만들고, 자살율 1위 등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누군가의 이익에서 자생적으로 빚어진 듯한 '전, 월세 대란'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이다. 


by meditator 2013. 11. 12.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