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프라임은 2020년 방송대상을 받은 <인류세> 시리즈에 후속작으로 <여섯번 째 대멸종> 5부작을 4월 18일부터 방영한다. 46억년 지구의 역사에서 그간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여섯 번 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다. 소행성 충돌, 빙하기 등의 지구 환경 변화가 가져온 지난 멸종과 달리, 여섯 번 째 대멸종의 주범은 '인간'이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 (중략)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몇 마리의 새조차 다 죽어가는 듯 격하게 몸을 떨었고 날지도 못했다. / 죽은 듯 조용한 봄이 온 것이다 .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중에서 

 

 

'죽음'의 철새 중간기착지 

죽은 듯 조용한 봄, 그저 레이첼 카슨이 지은 '내일을 위한 우화'일 뿐일까? 비행기에도 항로가 있듯이 새들 역시 '항로'처럼 이동경로가 정해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9개 정도의 철새 항로 그중 규모가 큰 것이 '동아시아 항로'이다. 호주, 동남아, 중국, 시베리아, 알래스카에 이르는 이 항로를 '비행'하는 철새들이 꼭 중간에 들르는 '허브' 국가가 있다. 맞다. 바로 우리나라이다. 우리나라의 새 종류는 500여 종에 이른다. 하지만 그 중 텃새는 불과 95개 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400여 종이 넘는 새들이 '철새'로 저 긴 여행 중 중간 기착지로 우리나라에 잠시 머문다. 

갯벌은 장기간 여행을 하는 철새들의 중요한 보금자리이다. 그래서 갯벌을 지키기 위해 환경단체들이 앞장서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갯벌만 지키면 될까? 

미국의 조류 보호단체 오듀본 협회의 스티븐 마제스키는 매일 아침 뉴욕 빌딩 숲 사이를 헤맨다. 바로 건물 유리창에 부딪쳐 생명을 잃거나, 잃을 위기에 있는 새들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쳐야 얼마나 부딪친다고? 

앞서 말했다시피 '허브' 기착지로서 수많은 새들이 찾는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 2만 마리 정도가 유리벽에 부딪쳐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한 해 800만 마리 규모이다. 북미의 경우 연간 3억~ 10억마리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도시 곳곳의 유리벽은 너무도 일상적인 풍경이다. 건물 유리창, 방음벽 등등. 흑산도의 방음벽은 철새들의 야생 서식지를 관통한다. 새들은 눈 앞에 보이는 숲을 향해 돌진하다 목숨을 잃는다. 유리벽에 부딪친다고 목숨을 잃나? 

하늘을 날기 위해 적합한 구조적인 신체를 가진 새는 평균 40~70km의 속도로 난다. 소형 조류의 경우 유리벽에 부딪쳐 '계란'이 깨지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더구나 자신들의 상황에 맞춰 진화된 새들은 측면에 눈이 있다. 당연히 3차원적 인식이 부족하니 인간이 만든 도시 공간은 그들에게 '죽음'의 공간이 된다. 신도시 방음벽 주변을 탐문한 조류보호단체는 불과 2~3시간 만에 6~70마리의 사체를 발견한다. 

유리벽만이 아니다. 몽골에서 3천 km날아온 겨울 철새 독수리, 사냥 대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독수리에게 한국은 이제 더는 먹이를 구하기 쉬운 곳이 아니다. 농약에 중독되어 죽은 오리를 먹고 다시 2차 중독이 되는 사태 등 2살까지 살 확률이 채 28%도 안되는 상황, 멸종의 단계에 놓였다. 또 다른 멸종 위기종인 흰목 물떼 새의 경우 하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자 공사장 자갈 틈에 둥지를 트는 신세가 되었다. 

 

 

그물 속에서 죽어가는 상쾡이 
바다로 눈을 돌리면 상괭이가 죽어나가고 있다. 토종 새돌고래, 웃는 낫이라 웃는 돌고래라 칭해지는 상괭이이다. 가족 단위로 2~3마리씩 연안의 얕은 바다에 모여사는 상괭이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 물고기와 달리 '폐호흡'을 하는 바다 생물이다. 멸종 위기 종으로 포획이나 유통이 금지된 상괭이, 제주 경찰에 한 해에만 4~50건의 죽음이 신고된다. 하지만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상괭이 시체에서 보여지듯 한 해 1000 마리 이상이 '폐사'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상괭이가 죽어갈까? 그 '범인'은 연안 낚시 그물인 '안강망'인 경우가 많다. 자루 모양의 안강망은 바다에 드리워져 그물 안의 모든 것들을 싹쓸이 하는 방식의 조업 방식이다. 고기들은 조류에 따라 안강망 안으로 들어가고 상괭이는 그런 물고기들을 따라 안강망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폐호흡을 하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설 수 없는 상괭이들은 안강망 안에서 '질식사'하고 만다. 안강망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실제로 지켜지고 있지는 않다. 실제 태안에서 잡힌 상괭이들의 97.8%가 어린 상괭이들, 재생산을 책임져야 하는 연령대인 이들 상괭이의 '폐사'는 곧 상괭이 종의 멸종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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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여섯 번 째 대멸종 
육지의 유리벽, 유리창, 바다의 그물, 그뿐일까? 시선을 세계로 돌려보자. 태국의 타키압 마을 농민들이 폭죽을 터트리고 있다. 코끼리를 쫓기 위해서이다. 기후가 변화하고 있는 태국, 정오에서 부터 4시까지 더위가 극심해져서 농사일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물도 부족해지고, 고무나무 채취가 안될 정도다.

높아진 기온과 가뭄으로 숲이 메마르자 먹이와 풀을 찾아 코끼리들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에게 마을의 밭은 잘 차려진 한 상이다. 익어가는 파인애플 밭이 코끼리 떼가 지나가자 파인애플 나무가 뿌리채 뽑히고 뭉개졌다. 불빛만으로도 쫓을 수 없자 폭죽을 터트리고, 그 폭죽에 스트레스를 받은 코끼리 떼는 더욱 포악해지고, 찻길을 활보한다. 코끼리의 위태로운 하루, 90%의 코끼리가 감소 추세에 있다.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 동부 노천 광산의 오랑우탄은 남벌로 인해 반동강이가 난 숲의 보금자리를 잃었다. 광산의 불빛과 석탄을 실어나르는 트럭의 소음이 가득한 광산 주변 나무에 홀로 둥지를 틀었다. 생애 대부분을 나무에서 보내는 오랑우탄 집을 지을 나무와 열매가 있어야 하지만 이제 이곳에서는 그런 것을 찾기 힘들다. 사람들이 먹다버린 깜부탄 열매를 주워먹는 오랑우탄에게 이곳은 먹을 것도, 물도 찾기 힘든 '화성'과 같은 곳이 되었다. 결국 아스팔트 너머 사람들 마을로 찾아든 오랑우탄에게 분노한 농민들은 총을 쏘아대고, 죽은 오랑우탄의 시신에서 130 여개의 탄환이 발견되었다. 75%의 보르네오 오랑우탄이 사라지고 있다. 

2019년 호주 산불로 8000 마리 이상의 코알라가 죽어갔다. 물 대신 유칼리투스 수액을 먹고 사는 코알라들, 결국 인간이 건네주는 물을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애초에 이 호주 산불 자체가 뜨거워진 지구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건조한 가뭄이 계속되었던 상황이 그 전에는 본 적이 없는 들불이 만들어 냈고, 그 결과 많은 호주 생물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지구 온난화, 서식지 파괴, 남획 등 숲, 호수, 산 등의 자연과 그 자연에 깃들어 살던 생물 등 생태계 전반에 걸쳐 100배에서 1000배나 빠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과연 이 위험한 폭주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by meditator 2022. 4. 20.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