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도구 중에는 매화틀라는 것이 있다. 바로 임금님의 '똥'을 담아낸 기구이다. 이 기구에 담긴 똥은 바로 뒷간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다. 의원들에게로 가져가 의원들이 똥의 모양과 냄새를 통해 임금님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대장 내시경의 조선시대 버전이랄까? 그러나 6월 첫 날 방영된 < ebs다큐 프라임-당신의 대변은 안녕하십니까>는 그런 '진단'의 수준을 넘어선다. 바로 현대 의학으로 치유할 수 없는 아토피, 알레르기에서부터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크론병까지 치유의 방법을 '똥'으로부터 찾고, '똥;의 변화를 통해 고치고자 한다. '의원'이 된 '뒷간'이랄까?





불치의 현대병, 그 해법은 '똥"?
현대 의학으로 치료될 수 없는 불치병들 답게, 다큐에는 오랫동안 일상 생활을 못할 정도로 각종 병으로 고통 받아온 환자들이 등장한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대학 병원 30년째 슈퍼 박테리아 씨디피실리균으로 인한 크론 병으로 인한 설사와 복통으로 30여년 째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 환자가 있다. 한국에는 역시나 크론병으로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휴학을 하고만 16세 지원이가 있다. 각종 항생제와 약이 이들에게는 백약이 무효다. 
그런가하면 엄마들이라면 공감할 전신의 소아 아토피로 고생하는 소윤이가 있다. 온몸이 간지러워 단 몇 분도 잠을 못 자는 날도 있는 소윤이는 동시에 변비로 고생을 하고 있다. 과민성 대장 증상으로 화장실을 들락거려 사회 생활이 편치 않은 조진철씨가 있는가 하면 일주일이 되도 화장실에 가기 힘든 남유주씨도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들의 '똥'을 검사해 봤다. 검사 결과, 이들의 똥에는 이른바 좋은 세균이 현저히 적거나, 나쁜 세균 천지였다. 



세균이 왜? 우리 몸 전체에는 100조의 미생물, 세균이 산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똥은 수분을 제외하고 나면 반 이상이 세균인 세균 덩어리이다. 한 마디로 똥은 세균에게는 아마존 밀림이다. 정상적인 인간의 몸이라면 500여 종의 세균이 똥에서 발견되어야 정상일 정도다. 

그런데 검사 결과 크론병을 앓고 있는 지원이는 좋은 세균은 없고 나쁜 균인 클로스트로늄이 장악을 했다. 아토피를 앓는 소윤이는 몸 속에 균이 거의 없다. 과민성 장 증후군 조민철씨나 남유주씨도 나쁜 균이 많다. 또한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대부분 장내 균의 생태계가 단조롭다는 것이다. 

그간 인류의 의학은 치유할 수 없는 병의 비밀을 풀기 위해 인간 유전자의 비밀 지도를 해독하는데 골몰했다. 하지만 나날이 급증하는 현대병들은 인간 유전자의 해독만으론 역부족이었다. 다큐에서는 한 사람으로 등장했지만, 현대병이라 지칭되는 이들 병의 증가는 폭발적이다. 

                                       2008년           2010년       
   크론 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   1만2334          1만 8332       30%증가
               만성 변비             48만              61만            30% 증가
        과민성 대장 질환자          149 만             155만         32% 증가 



현대인들은 '깨끗한 환경', 그리고 '결벽'에 가까운 습관, 거기에 더해 서구화된 식습관, 항생제 남용 등으로 인해 깨끗해진 장을 가지게 되었다. 즉 장내 생태계가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잘못된 약 남용으로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장내 세균이 급속하게 사라지고, 천식, 알레르기 등의 자가 면역 질환과 슈퍼 박테리아 감염증인 크론 병등이 범람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쁜 균의 압도적 점유는 그 어떤 '약'으로도 치유될 수 없다. 

심지어 장내 세균의 활약은 그저 난치병으로 여겨지는 각종 현대병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의 분비물인  세로토닌의 95%가 장내 세균에 영향을 받는다고 결론이 나왔다. 즉 장내 면역 체계가 뇌에 정보로 전달되고, 그 결과에 따라 세로토닌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결국 건강한 정신 건강을 위해, 건강한 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내 생태계의 회복 프로젝트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다큐 프라임>은 '똥'과 그 안의 '세균'에 주목하고자 한다. 30년간 크론병에 시달린 미국의 환자는 타인의 건강한  똥을 장내 이식하는 '분변 이식술'을 통해 30년간 고질적으로 시달리던 복통과 설사에서 해방되었다. 그저 남의 똥을 좀 빌렸을 뿐인데, 건강한 세균이 우글우글한 타인의 똥이 환자의 대장으로 들어가 대장 생태계를 변화시킨 것이다. 

사례의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똥, 좋은 세균이 많은 똥을 만들기 위해 12주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유익한 균을 많이 만들어 나쁜 균을 제압하는 방식이다. 똥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가 되는 먹는 것을 변화시켰고, 락토바실러스, 비피스테리움같은 유익한 균들을 채워갔다. 그 결과는 놀랍다. 그 어떤 항생제와 치료로도 낫지 않던 사례자들의 악성 질환이 덜해지거나, 나아진 것이다. 



그저 똥만 변화시켰을 뿐인데! 하지만 이는 그저 외눈박이 현대 의학이 헛짚은 경로였을 뿐이다. 사실 순조로운 출산을 통해 엄마의 산도를 지나오는 신생아는 산도 내에 '충만한' 좋은 균 락토바실러스의 혜택을 입어 세상의 모든 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 실제 제왕 절개를 통해 태어난 신생아와 정상 분만을 한 신생아의 태변을 검사하면 세균의 분포도가 현격히 차이가 난다. 즉, 면역력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동물의 경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엄마의 뱃솟 주머니에서 자라난 코알라는 6개월쯤이 되면 엄마의 똥을 먹는다. 보기에는 좀 '거시기'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아기 코알라는 엄마 똥에 들어이쓴 소량의 독성 물질을 통해 그냥 먹으면 죽을 수도 있는 유칼리투스 잎을 소화시킬 미생물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간 우리 사회가, 우리 의학이 '더럽다', '위생적이지 않다'고 치부했던 '똥'과 그 안의 '세균', 즉 마이크로 바이움(microbiome)이 현대인의 불치병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으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그 방식이 그간 의학이 했던 흑백 논리식의 약을 통해 병을 제압하는 식이 아니라, '스님들의 식습관'에서 그 해법을 찾듣 건강한 장내 생태계를 지향하는 균형과 조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다. 
by meditator 2016. 6. 2.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