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가족애를 추구하던 <사남일녀>가 결국 낮은 시청률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종영하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새롭게 선보인 것은, 요즘 인기 좋다는 먹방과 리얼 버라이어티를 합체시킨 <7인의 식객>이다.


'단순한 음식 소개가 아닌 한 나라를 이해하는 창으로서의 음식 기행'을 추구한다는 <7인의 식객>은 인류학적 정보를 위해, 수능 인기 세계사 강사 고종훈씨를 섭외,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하지만 그런 정보성 내용을 제외하고 보면, 제목은 7인이지만, 고정이 아니라는 명목 하에 8명의 출연자를 섭외하고, 그들을 음식 알아 맞추기 게임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직접 발로 뛰며 여행을 하는 배낭 여행 팀과, 가장 화려한 볼거리와 이름난 음식을 먹고 다니는 팀으로 나누어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는 방식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일찌기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도 이와 비슷한 음식 기행을 선보인 바 있으며,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이긴 팀과 진 팀으로 나누어 가장 비싼 여행과 가장 저렴한 여행으로 여행의 극과 극을 다룬 사례는 예능에선 낯설지 않은 컨셉이다. 

(사진; 뉴스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가 있는 먹방처럼, 여행 전문 케이블 tv가 따로 존재하듯이, 누군가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집을 지키는 시청자들에겐 이미 누군가 했던 익숙한 컨셉일 망정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나, 매번 미션이 주어지고, 그 미션을 통과해야 어드벤티지가 주어지는 배낭 여행팀의 행로는 시안 역을 찾아 간식까지 사며 허겁지겁 뛰어가는 그 모습에서 이미 눈길을 사로 잡는다. <정글의 법칙>의 고생담을 작정하고 타깃으로 삼은 듯 고생스런 여행이란 목적이 분명한 배낭 여행팀은 그 팀원의 말처럼, 90분이라는 시간 안에 시안 역에 도착하기 위해 이십 여분을 달려가고, 겨우 기차를 탔는가 싶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을 배경으로 한 22시간의 기차 여행이 이어진다. 여행의 종착지에 도착해서는 또 어떤가. 22시간의 기차 여행을 마치고 땅에 발을 딛었는가 싶었는데, 사막의 오아시스 둔황을 가기 위해 다시 2시간 여 사막길을 따라 차를 타고 가야한다. 그러고서는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면서 특전으로 제공한 것이 온통 모래 언덕뿐인 명사산 여행이었다. 

두 팀으로 나뉘어진 <7인의 식객> 첫 번째 여행의 주제는 국수 기행이었다. 실크 로드를 통해 밀이 전파되고, 그 밀이 중국의 요리법이 만나 탄생한 국수에 대해 알기 위해, 여행 팀들은 밀이 전파되어 국수가 된 그 과정을 역으로 거슬러 여행을 한다. 

'국수'는 이미 다큐멘터리를 통해 여러 번 다룬 익숙한 주제이다.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우리나라의 국수 문화를 다루었고, 요리 전문 tv 올리브 tv에서도 우리나라와 외국의 국수 문화를 직접 발로 뛰며 전달한 적이 있다. 특히나, <7인의 식객>이 다루고 있는 국수의 전파 과정은 이미 <누들 로드>를 통해 상세하게 소개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7인의 식객>이 지향하고 있는 인류학적 바탕이 깔린 리얼 버라이어티는 당연히 내용 면에서 <누들 로드>와 비교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수능 인기 강사까지 초빙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회 <7인의 식객>에서 소개된 내용은 그저 외국에 가서 새로운 음식을 맛본다는 먹방의 의미를 넘어서지는 못한 듯하다. 

서경석 일행이 처음 간 음식점에서 일행들은 당나라 시대의 국수를 비롯하여 다양한 음식을 맛보았지만, 그들을 통해 시청자들이 전달받은 건, 인류학적 탐험 자세라기보다는 외국 여행지에서 타문화의 음식을 맛본 여행객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맵다', 맛있다'라는 그들의 반응으로는 당나라 시대의 음식 문화를 시청자들이 간접 체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국수 만들기 체험 정도가 인류학적 탐험에 어울리는 시도로 보여졌다. 배낭 여행 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배낭 여행이라는 보다 '날 것의 체험'이 그래도 서경석 팀에 비해서는 훨씬 더 진솔한 맛 기행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신성우나, 이영아는 적극적으로 타문화으 음식에 접근하는 태도가 긍정적이었고, 그런 그들을 통해 전달되는 이방의 음식은, 때론 겨드랑이 냄새같을 지언정, 색다른 문화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7인의 식객
(사진; tv데일리)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7인의 식객> 자체가 맛 기행이라는 목적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신성우 팀의 손헌수는 과연 이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멤버라기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행동을 보인다. 신성우의 표현대로, 여행을 가서 만나게 되는 그 지역의 음식은, 바로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이기에,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음식을 먹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더구나, 제목 자체도 <7인의 식객>인 프로그램에서 입이 짧아, 이방의 향취에 도무지 적응을 못하고, 고추장을 더하는 손헌수가 과연 <7인의 식객>에 어울리는가 싶은 것이다. 

그러나 손헌수의 입짦음에 짜증이 난 것도 잠깐, 첫 회 <7인의 식객>은 맛 기행이라는 취지를 깡그리 잊어버릴 정도의 사건을 벌인다. 미션 성공으로 주어진 명사산 기행에서, 타조를 타고 모래 언덕 투어를 떠난 일행이 그만 모래 폭풍 속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제작진이 머무는 곳의 의자와 식탁이 나뒹굴고, 서서 있기가 힘들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모래 폭풍 속에 신성우 팀은 오로지 낙타에 의지한 채 버려진다. 굳이 '버려졌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들을 따라가던 카메라 팀이 그들을 놓쳤고, 제작진은 일찌감치 목적지에 먼저 와있는 상황에서, 신성우를 비롯한 세 명의 팀원이 모래 폭풍 사이에 갇혀버린 것이다. 제작진은 경찰이 와서 신속하게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그 과정, 제작진과 떨어져서, 제작진이 헐레벌떡 그들을 찾으러 가는 과정을, 리얼 버라이어티의 일환인 양 상세하게 프로그램 말미에 보여준다. 

그런데, 요즘처럼 사건, 사고가 빈번하게 되풀이 되는 상황에서, 제작진의 케어를 받지 못한 채 모래 폭풍에 사라진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건, 목숨을 걸고 리얼 버라이어티를 해야 하는가 싶은 분노이다. 물론 다음 회 예고를 보면, 출연진들은 무사히 그 모래 폭풍을 빠져나온 듯하다. 하지만, 충분히 사막의 모래 폭풍이 예견된 상황에서, 그 어떤 대안도 없이, 제작진마저 손을 놓은 상황에서 출연진만을 떨어뜨려 놓은 것은 '방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제 아무리 <정글의 법칙>의 날 것을 타겟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7인의 식객> 첫 회의 모래 폭풍 해프닝은, 그런 수준을 넘어, 안전 불감증처럼 보여졌다. 이미 연예인의 해외 여행 프로그램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례도 있는 바, 제 아무리 리얼 버라이어티지만, 제작진마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하는 건, 무신경과 준비 부족으로만 보여지는 것이다. 

덕분에 배낭 여행의 긴박감도, 뱀을 목에 두르고 춤까지 선보인 김유정의 고군분투을 입힌 호사스런 여행의 맛도 함께 모래 폭풍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 프로그램을 이어간다면, 원래의 취지는 살리되, 출연진의 위험을 담보로 한 흥미끌기는 지양하기를 바란다. 맛있는 외국의 먹거리를 먹으러 목숨 걸고 갈 일은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by meditator 2014. 5. 31. 0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