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따지고 보면 축구만큼 이상한 운동도 없다. 굳이 잘 쓸 수 있는 손을 놔두고, 오로지 발과 머리로만 공을 움직이는 이 운동이, 오랫동안 전세계인의 마음을 빼앗아 왔다. 그리고 여전히 지금대한민국에서도 매일밤, 만리타국 브라질에서 벌어지는 축구 시합을 보기 위해, 아침이 밝아오도록 사람들은 불을 밝힌다. 


도대체 축구란 무얼까? 어떻게 해서 이렇게 가장 불리한 조건의 신체적 상황을 활용한 스포츠가 발달하게 되었는가? 바로 그 비밀을 <2014 브라질 월드컵 기념 특집 다큐- 축구의 기원>을 통해 알아본다. 월드컵 개최지 브라질 탐방도 좋고, 세계 각국 축구 선수와 우리 선수단에 대한 응원도 좋지만, 월드컵을 계기로 이 오리무중 스포츠의 기원에 대한 공부야 말로, 어쩌면 가장 월드컵 특집에 어울리는 인문학적 접근이 아닐까, 바로 그런 접근을 <축구의 기원>이 시도한다. 

우선 축구의 기원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동굴 벽화'에 대해 논해보자, 
왜 인간의 조상들은 자신들이 머물던 동굴의 벽에 심혈을 기울여 벽화를 남겼을까? 
여기에 여러가지 의견이 있다. 자신이 잡고 싶은 동물을 신에게 기대어 비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당시에 사진이나 글이 없었기에, 교육적 목적으로 사냥하는 장면을 상세하게 그려놓았을 것이다. 아니다. 유희적 동물인 인간이기에, 참을 수 없는 예술적 욕구를 벽화로 승화시켰을 것이다. 물론 이 중 어느 하나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신에게 비는 마음도, 유희적 욕망도, 교육적 목적도 그 어느 것도 다 타당한 근거를 지닌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으로까지 올라갈 수 있는 축구 역시 다양한 기원을 가진다. 
우선적으로 들 수 있는 것은 태양신에 대한 숭배이다. 만물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 주는 태양을 숭배하던 기원전 무렵의 부족들은 태양을 닮은 원형 주물을 만든다. 그리고 그 주물을 가지고 하던 숭배 의식은 태양이 땅과 만나는 상징으로, 그 주물을 땅에 튕긴다. 오늘날의 다수의 민속적 경기들이 애초에 그 시작이 제례였던 것처럼. 축구 역시 그 시작은 태양신과의 조우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그런 원시적 제례 의식의 시작을 기원전 브리타니아와 멕시코의 원시 부족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태양신에 대한 숭상에서 부터 시작된 제례 의식은 그것이 본격적으로, 군사적 교육을 목적으로 한 훈련과 결합하면서 보다 '경쟁적' 경기의 형태로 완성되어 간다. 브리타니아를 점령했던 로마군 치하에서, 그리고 기원전 2000년 경 한나라 무제 당시에서, 정해진 영역 안에서 공을 놓고, 겨루는 본격적인 경기가 발전한다. 로마군 점령 당시 브리타니아에서 축구 경기는 골을 상대방 진영에 가져다 놓기만 하면, 격투기를 불사한 경기가 벌어졌으며, 한 나라에서도, 양 팀의 네 개의 골문을 만들고 거기에 공을 차 닿게 하는 방식으로, 군인들의 하체 훈련과 집단성을 키웠다. 이런 방식은 프랑스로 오면, 마을과 마을 사이의 축제 기간에 벌어진 '땅따먹기' 방식의 전마을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전방위적 경기로 발전되기도 한다. 오늘날 축구 경기를 이른바 '총성없는 전쟁'으로 정의내리는 입장이, 이렇게 축구의 시원을 살펴보면, 근거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축구의 기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고대의 혹은 중세의 경기까지만 해도, 오로지 발만을 사용하는 특수한 조건의 스포츠로서 축구가 정립되지 않았다. 발로 경기를 하다, 손을 사용해 튕겨나온 공을 잡거나, 마지막에 공을 안고 달려 정해 놓은 지점에 터치하는 경우처럼, 당시의 경기들은축구와 럭비 등이 혼용된 형태였다. 

그러던 것이 영국에서 보다 본격적으로 경기로서 발전을 거듭하면서, 오로지 발만 쓰는 형태와, 손도 사용하는, 럭비의 형태를 띤 경기 방식이 대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국 캠브리지 대학 학생들을 중심으로 '발'만 사용하는 형태의 경기 규칙을 정립하게 되고, 바로 이 과정이 오늘날 현대 축구의 시원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것은, 두 개의 대립되는 경기 형태 중 보다 원시 축구의 형태를 온존한, 그리고 보다 손발을 다 사용함으로써 접근이 쉬운 럭비보다 더 신체적 제한을 둔 축구가 전세계인의 보편적인 스포츠가 되었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한 결과이다. 

이렇게 <축구의 시원>은 그저 전세계인의 흥밋거리인 축구가, 시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태양신 숭배에서 부터, 전쟁 대비 훈련, 그리고 마을 대항 축제까지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는 인문학적 정보를 재연 상황을 통해 충실히 알려준다. 원제 'The origins of football'은 스페인 완다필름에서 2013년 제작된 다큐이다. 


by meditator 2014. 6. 26.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