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 3월 8일 자 kbs2 <1박2일 시즌4(이하 1박2일)> 시청률이다.  sbs <집사부일체>가 7.4%, mbc의 <복면가왕>이 9.4%로 동시간대 1위다. 심지어 지난 회차  13회 10.0%에 비하여 제법 올랐으니 이 정도면 상승세일까?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즌4의 첫 회 15.4%가 최고 시청률이다. 첫 회 방송이 나가고 시즌4에 대해 '새 부대에 담긴 새 술'에 대한 희망에 찬 바램을 적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바램이 무색하게, 시즌4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시즌4의 최고 시청률이 첫 방송이 될 거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드리운다. 

우리집엔 <1박2일> 애청자가 있다. 일요일 저녁 온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이라도 먹을라치면 마치 밥상에 빠지면 안되는 김치처럼, 리모컨을 찾는 그 누군가가 있다. 하지만 그 빠질 수 없는 일요일 저녁 밥상 메뉴였던 <1박2일>을 더 이상 찾지 않는다. 그 분의 '말씀'에 따르면 그 시간대 주 시청자가 중장년층인데 도대체 지금의 <1박2일>에는 그들이 '정붙일 만한' 출연자가 없다는 것이다. 시즌 4가 시작한 지 어언 13회차, 계절이 바뀌어간다.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1박2일 시즌4> 
첫 출연의 설레임을 안고 차가운 입김을 씩씩거리며 새벽 거리를 달려 kbs본관 앞에 달려왔던 출연자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원래 있었던 김종민, 이미 <맛있는 녀석들>을 통해 낯이 익은 문세윤을 제외하고는 도무지 캐릭터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존재감 어필을 위해 떼를 쓰고 발버둥을 치는 딘딘 정도가 낫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돌 출신의 라비나, 래퍼 딘딘에 대해 <1박2일> 주시청자들이 정이 들만한 계기가 얼마나 있었을까? 연기자 출신의 김선우나 연정훈은? 

그 실례는 3월 8일 방영된 한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방송은 <1박2일>의 트레이드 마크인 선상 조업을 위해 게임을 진행한다. 가장 첫 번째 스트레스 지수 측정과 이불 덮기 게임이 이어졌다. 지금 하는 시즌4보다 재방송으로 보는 시즌1이 훨씬 더 재밌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시즌1하고 시즌4의 내용이 달랐을까? 바다 조업은 차치하고, 그 전에 조업을 나가는 대상자를 뽑는 게임이라고 해야 그때나 이때나 별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 별 거 아닌 걸 별걸로 만드는 게 바로 <1박2일>의 묘미였다. 

그런데 스트레스 지수 측정 과정에서 딘딘 한 명 정도만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기 위해 '생쇼'를 벌였을 뿐, 다른 출연자들은 마치 '건강 검진'을 받으러 온 사람들 같았다. 그건 이어진 이불 덮기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불을 높이 올려 잠자는 모습처럼 덮는 '슬랩 스틱'적 장치가 애초에 마련된 게임, 하지만 개별적으로 우스꽝스런 포즈를 제외하고 출연자들은 마치 말 잘듣는 아이들처럼 차례를 지켜 게임에 임한다.

예전의 김준호처럼 '잔꾀'를 부리는 사람도 없고, 강호동처럼 시끄럽게 분위기를 몰아가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서로 편을 갈라 이합집산하며 마치 생과 사의 혈투처럼 게임을 긴박하게 만들었던 긴장감은 더더욱 없다. 다른 출연자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마치 시청자처럼 얌전하게 앉아서 지켜본다. 이런 식이니, 그 가운데에서 어떻게든 웃음 요소를 만들어 보려는 '딘딘'의 행동은 그저 해프닝처럼 지나가 버린다. 오죽하면 보다 못한 문세윤이 라비한테 어떻게 말 한 마디 하지 않느냐고 할까.

<맛있는 녀서들>에서 펄떡이던 문세윤조차 시즌 초반에 어떻게든지 웃음을 자아내게 하려던 그 안간힘이 둔해졌다. 하다못해 동전 던지기 하나로도 시청자들이 웃다가 배가 아플 정도로 만들었던 <1박2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보는 것만으로도 맥이 빠져버리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예전의 이승기가 그 스스로 웃겨서 인기가 있었던가? 형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이승기만큼 생생하게 리액션을 해주는 출연자가 있었던가를 웃기지도 않으면서 관람객 모드를 벗어나지 못하는  출연자들은 다시금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국가대표 예능 <1박2일>의 이름값 
하지만, 출연자들이 재미도 없고, 의욕도 떨어져가는 <1박2일>이 더욱 고민해야 봐야 할 문제가 있다. 그건 바로 '시의성'이다. 아무리 시청률이 떨어진다 해도 <1박2일>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런 면에서 토요일 방영된 <놀면 뭐하니?>가 택한 발빠른 대처와 비교된다. 코로나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모든 공연들이 취소된 상황을 <놀면 뭐하니?>는 발빠르게 포착한다. 예정된 공연이 취소된 뮤지션들과 뮤지컬 배우들을 불러 모은다.

그들의 공연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 '국가적 비상 사태'로 인해 포기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까운 팬들을 위해, 그리고 날은 화창하지만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는 시청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방구석'에서나마 조촐하게 '공연'을 기획한 것이다. 이게 바로 '비상 시국'에 대처하는 예능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1박2일>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복불복 선상 조업으로 상승한 시청률로 '자족'할 때가 아니다.  여전히 일요일 저녁이면 재미가 있건 없건 인내를 가지고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어려움을 짚어보려는 '공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지금 <1박2일>에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코로나 시대에 대한 공감 만이 아니다. 자기들은 하던대로 하지만 보는 사람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그 '불감증'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과연 전국민 대표 예능이라는 <1박2일>이 어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왔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그렇지 않고서는 조만간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20. 3. 9.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