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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아프리카 tv 등 나날이 확장되어 가고 있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뉴 미디어들의 영역은 방송가의 화두이자 과제이다. 제작 여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kbs 단막극의 경우, tv 방영한 내용을 시간차를 두고 바로 인터넷을 통해 재방영함으로써, 제한적인 단막극의 처지를 극복하고자 하기도 한다. 2014년 tvn에서 시도된 <공유 tv 좋아요> 역시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동영상이나 화제의 인물을 방송 포맷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였다. 이런 간헐적인 움직임들을 뒤로 하고, 파일럿 방송에서 백종원이란 화제의 인물를 부각시키며 토요일 밤의 강자로 자리잡은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아마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포맷을 정규 방송의 포맷을 변환시킨 가장 성공정인 사례가 되었다.
그리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마이 리틀 텔레비젼>성공의 뒤를 쫓아 2인자의 자리를 노리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대놓고 선발 주자의 프로그램을 베끼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닌 방송가에서, 올리브 tv에서 매주 목요일 밤 방영되는 <주문을 걸어>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 없었다면 등장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다음 팟을 배경으로, 시청자가 주문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배달까지 해준다는 이 프로그램은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에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통해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아이돌 키와, 배달을 해준다는 토핑을 얹은 포맷이다. 하지만,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를 그럴 듯하게 베낀 듯한 <주문을 걸어>는 그저 어수선하기만 할 뿐, 아직까지 화제성에서도, 정보성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웬만한 요리 프로그램이라면 화제가 되는 올리브 tv 프로그램에서도 유독 이 프로그램만큼은 요리를 하는 것인지, 예능을 하는 것인지 그 정체성을 알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고전 중이다.
<18초>, 동영상을 중계하겠다는 무리한 시도
그런 가운데 sbs가 11일과 18일에 걸쳐 파일럿으로 <18초>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8명의 출연자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 18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려 '조회수'를 놓고 대결을 벌이고, 그 과정을 이경규, 배성재, 그리고 카이스트의 이원재 교수가 함께 중계를 하겠다는 것이 <18초>의 취지이다.
그런 취지에 따라 8명의 출연자들은 각자 자신이 준비한 18초의 동영상을 선보인다. 에로계의 거장 봉만대 감독은, 자신이 올린 영상의 댓글에 따라 영상의 내용을 만들어 가겠다는 '네 멋대로 해라'를 준비했고, 표창원 교수의 그가 지금까지 인터넷 유저들과 함께 해왔던 바 '추리 게임'을 보여준다. 김종민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씌워진 바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회자되었던 각종 코믹한 과학 실험을 시도하고, 김나영은 패션 피플인 그녀의 이미지에 맞게 '리폼'을 비롯한 각종 패션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건강 미인으로 이미지을 얻은 소유는 역시 그녀의 이미지에 맞게 요가를 비롯하여 수상 스키등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자 하고, 아이돌 찬열은 당구를 비롯하여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펼쳐 나간다. 광고 회사 직원들로 이루어진 월급 도둑들은 이미 sns 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발군의 연기를 선보이고, 영국 남자는 영국에서 한국의 음식등을 실현해 보이며 화제성을 이끌어 가고자 한다.
쭈욱 나열해 놓으면 흥미진진해 보이는 8명의 출연진들의 나만의 동영상 만들기, 하지만, 정작 <18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진 이들의 동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흥미진진하지도, 박진감이 넘치지도 않았다. 카이스트 교수까지 초빙하여, 마치 운동 경기의 해설자처럼 각자 만들고자 하는 동영상의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판별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해설'은 커녕, 2회차에 이르러서는 말 한 마디 하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콘텐츠에 대한 해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해설을 그렇다 치고, 애초에, '넌센스'와 같았던 '동영상 중계' 역시 '과욕'이었음을 <18초>는 여실히 보여준다.
그저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 '아프리카 tv'등에서 흥하는 포맷을 성공적으로 정규 방송으로 끌어 왔으니, 그 비슷한 것을 시도하되, <마이 리틀 텔레비젼>과는 차별성을 두겠다는 '야욕'이 어설프게 '동영상 중계'라는 무리수를 두게 만든 듯하다. 아니, 18초의 분량만으로 '등재'되는 동영상의 과정을 좀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실제 봉만대의 영상은 그가 올린 18초 분량보다, 그것을 준비하는 봉만대 감독의 독특한 열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출연자들의 썰렁한 반응, 그 자체가 언밸런스한 분위기로 웃음의 코드가 된다.
하지만, 그런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시행 착오들을 <18초>는 수렴할 준비도, 능력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마치 19세기의 사람들이 20세기의 옷을 입고, 21세기의 콘텐츠를 활용하듯, 가장 전형적인 예능 프로그램의 방식으로, 가장 첨단의 미디어 콘텐츠인 sns를 기반으로 한 동영상 제작을 수용하고자 하니, 웃을 타이밍도, 웃길 타이밍도, 재밌을 타이밍도 놓친 채 지루하기 그지없는 동영상 제작기가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18초>의 문제점은, 8명의 출연진이 가진 차별성을 제작진은 천편일률적으로 이해하거나, 심지어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8일 방송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으로 귀결되는 표창원의 추리 게임, 하지만, 1,2회 동안, 과연 방송을 보는 시청자 중 몇 명이나 표창원의 추리 게임을 따라갈 수 있었을까? 심지어, 그것이 결국 위안부 소녀상으로 귀결 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심지어 그 과정에서 배성재 아나운서는 전혀 모르겠다는 말만 할 정도로 mc진의 이해도가 낮았다. 봉만대 감독의 시도를 두고, 이경규는 <18초>의 영역을 확장시켜주는 시도라 했지만, 1,2회 방영동안 댓글에 따라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봉만대 감독의 획기적인 시도는 빛을 보지 못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나, <18초>나 모두 인터넷의 실시간 유저들의 반응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포맷을 취하지만, 그 양상은 전혀 다르다. 똑같은 조회수를 기반으로 한 방송이지만, 그래도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이합집산에도 불구하고, 출연자가 한 콘텐츠를 통해 연속적으로 시청자들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반면, 18초의 동영상은 그에 비해 훨씬 더 단편적이고, 단선적이며, 콘텐츠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저스틴 비버를 누르는 귀여운 강아지 영상에서 보여지듯이, 당연히 깜짝쇼같은 타 영상에 비해 표창원의 추리 게임이 관심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것이다. 제작진은 그런 18초 영상의 한계를 중계라는 과정을 통해 보완하고자 했지만, 방송에서도 보여지듯이 '중계' 과정은 18초 영상의 한계를 충족시켜 주는데 그닥 성공적이지 못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경우, 초반 백종원이란 화제의 인물이 부각된 것에 비해 어수선한 콘텐츠가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채팅창이라는 독특한 콘텐츠를 방송의 일부분으로 잘 어우러지게 하면서, 기미 작가니, 모르모트 피디니 하는 요소들을 등장시키며 인터넷 방송 영역에만 의존하지 않는 '예능'의 요소를 창출시켜 나갔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성공은 '인터넷 방송'이라는 필요 조건에, 제작진의 능력이라는 충분 조건이 합해진 결과이다.
그에 반해, 후속 주자로 등장하는 <주문을 걸어>나, <18초>는 선발 주자의 장점이 무엇인지 포인트를 정확히 잡지 못한 모습이다. 그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끄는, sns 상에서 화제가 되는 그 무엇을 방송으로 끌어온다고 해서 모두 예능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랬다면 일찌기 이경규가 김구라와 함께 했던 <공유 tv>가 성공했을 것이다. <공유 tv>는 이경규 김구라가 했던 <화성인 바이러스>이 인터넷 확장판이었다. 하지만, 확장만 했을 뿐, 그저 옷만 바꿔입은 <화성인 바이러스>였다. <18초>도 마찬가지다. sns에서 조회수가 높이 올라가는 동영상이 등장한다고 해서, <18초>가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아이돌이 1위를 먹는 동영상의 세계라니!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와 하늘과 땅 차이 아닌가. 아이돌들이 중심이 되는 <인기 가요>의 나날이 하락하는 시청률은 떠올리며, 더 흥미진진한 <18초>가 되어 돌아오려면 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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