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의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는 아니다.

6월 3일자 <힐링 캠프>의 시청률은 7.1%로 동시간대 <안녕하세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하지만 달리는 말보다 빠른 게 사람의 세 치 혀라고 했던가, <힐링 캠프>를 통해 전해진 게스트의 '말'들은 시청률의 숫자와는 상관없이 lte급으로 대중들 속에 퍼져 나간다.

 

<안녕하세요>의 일반인 출연자는 그 프로그램에서 눌리는 버튼의 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반짝 검색어로 치솟았다 하더라도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그라들어 개인의 자존을 지켜낼 수 있다.

하지만, 유명인들은 이른바 '공인'이라는 미묘한 처지로 인해 한번 찍힌 낙인 여하에 따라 때론 그들의 생사 여탈권이 좌우되기도 하고, 전쟁의 상처보다 더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공식적 매체나, 인터넷의 뒷담화들도 그 사람의 사연을 제대로 풀어낼 생각은 안하고 그저 이런 '루머'가 있다는 사실만 퍼나르기에 급급하다. 속사정이니 배째고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기자 회견이나, 공식 발표를 해봤자 믿어 주지도 않는다.

바로 그때 구원투수처럼 등장하는게 <힐링 캠프>다.

출연 요청만 들어온다면 만사 ok이다. 까칠하지만 언제나 해명할 꺼리의 물꼬를 거침없이 터주는 이경규, 무슨 말을 해도 호수같은 눈망울로 그저 '당신을 믿어요'라거나 가끔은 눈물도 흘려주는 한혜진, 심지어 그녀의 돌직구는 통쾌하게 가려운 데를 긁으면서도 교묘하게 출연자에의 공감을 도와준다. 거기다 적절하게 양념까지 얹어주는 김제동, 그 어떤 공식적 해명보다 진정성 있게 출연자의 사연을 세탁해 주는, 이보다 더한 '우군'이 어디 있겠는가.

 

(사진, 힐링 캠프에 출연한 박태환, 스포츠 조선)

 

6월 3일 <힐링 캠프>의 출연자는 박태환이었다.

여러 말이 필요 없었다. 이미 예고편에서 보여진 핼쓱해진 박태환의 얼굴만으로도, '수영할 곳이 없다'는 멘트만으로도, 저 사람이 지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를 시청자들은 가슴 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불굴의 의지로 불가능하다 여겨져던 수영에서 그토록 많은 쾌거를 이룬 대한민국의 스포츠 영웅이 왜 저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정황의 옳고 그름을 떠난 분노부터 느껴졌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갑'이라 생각했던 박태환도 또 그의 위에 호령하려는 또 다른 '갑'에게 미운 털이 씌이면 저런 걸 겪는구나 싶으니, 더 감정 이입이 되어 마음이 아프다.

 

<힐링 캠프>의 진행 방식은 현명했다.

다짜고짜 박태환의 아픈 상처를 내보이지 않았다. 살이 쪼옥 빠진 한눈에 보기에도 마음 고생 한게 눈에 훤히 드러나는 박태환의 밝은 면을 우선 내보였다. 요리도 하고, 친구 기성용과 결혼하는 '제수씨(?)' 한혜진과 아웅다웅하기도 하고, 스물 다섯 살 아름다운 청년 박태환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줌으로써 마치 수영을 하기 전에 수영장 물로 몸을 적시듯 앞으로 다가올 사연에 대한 대비를 해두었다.

그 다음에 보여준 건, 대한민국의 스포츠 영웅으로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그의 아픔이었다. 겨우 15살 나이에 국가 대표 선수로 나아가 실격 처리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의 부진한 성적 이후에 모진 여론과 그것을 스스로 삭혀내야 했던 시간들을 토로하게 함으로써, 단지 수영이 좋아서 시작했을 뿐이지만, 혼자 견뎌야 하는 레이스의 시간 외에, 자신을 도와주는 스탭들의 마음에, 국민들의 변덕스런 정서까지 감내해야 하는 외로운 '스타'의 고뇌를 충분히 공감하게 해주었다.

그런 앞선 충분한 박태한에 대한 공감 적시기 덕분에, 그가 덤덤하게 '미운 털이 박혔다'는 그 말이 얄밉게 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태릉 선수촌에서 홀로 빠져나온 사건도, 항명으로 비춰진 홈쇼핑 출연도,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는 수영 연맹 행사 불참도 그럴 수 있는 것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물론 <힐링 캠프>를 통해서 박태환이 했던 이야기들이 박태환과 관련된 기사와 루머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힐링 캠프>를 통해 그의 편이 된 사람들에겐 그 새로울 것없는 이야기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롭고 진정성 있게 들렸을 것이다. 심지어 마지막에 수영 연맹에 쓰는 영상 편지를 보면서 안쓰러움에 눈가가 촉촉해질 만큼.

 

(사진, 세계 일보)

 

물론 언제나 <힐링 캠프>의 구설수 세탁 방식이 먹히는 건 아니다.

얼마전 장윤정의 출연이 그녀에 대한 세간의 여론을 단번에 '호감'으로 역전시킨 홈런이었다면, 오랜 함구 끝에 출연한 설경구의 출연은 안타깝게도 또 한번의 병살타가 되버린 셈이었다. 그건 결국 빨아도 빨아도 깨끗해 지지 않는 세탁물이 있듯이, 인간적 면모를 밝히고, 마음 고생 했던 시간을 토로해도, 애초에 절벽처럼 돌아선 마음은 <힐링 캠프>식 세탁 방식으로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 예전 무르팍 도사가 시끄럽게 판을 벌렸던, 하지만 이제는 <힐링 캠프>가 인간적으로 풀어내는 해명의 시간, 그 시간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출연자의 선택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출연자도 힐링 되고, 보는 시청자들도 공감하며 힐링 할 수 있을 테니까.

by meditator 2013. 6. 4. 0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