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사건 전담반 텐(이하 텐)의 시즌2가 마무리되었다.

팀장 여지훈을 연쇄 살인범 F로 둔갑시켜버렸던 '언더스탠드'로 시작하여, 막내 팀원이었던 박민호(최우식 분)의 죽음(?)을 다룬 '박민호 납치 사건'으로 12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마지막 회, 여지훈(주상욱 분)은 이제 더는 당신들이 쓸모가 없다며 텐팀을 해체해 버린다.

하지만, 12 회의 마지막, 교도소의 문이 열리고, 아내를 죽였다는 모범수 한 사람이 출소한다. 8년이라, F의 마지막 연쇄 살인이 벌어진 지, 햇수로 8년이 흘렀다. 햇빛 속에 드러난 그의 실루엣을 잡은 카메라는 암시한다. 그가 바로, F라는 것을, 그리고 아마도 텐팀은 다시 모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투자만 된다면(?), 텐 시리즈는 계속 되리라는 것을.

 

텐 시즌 2의 주제를 한 마디로 정의내리자면, 텐의 시즌 1,2회의 소제목, '언더스탠드'라 할 수 있겠다. 1,2회 수사에 참여하던 남애리는 F라 생각하며 쫓았던 사내의 아지트를 둘러보고 혼잣말을 한다. '언더스탠드, 여기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말 그대로 이해를 한다는 것과, 세상에 드러난 사실 아래 숨겨진 진실이라는 것' 그리고 남애리의 이 정의 그대로 텐 시즌 2는 두 가지 언더스탠드를 향해 달려왔다. 왜?

 


텐 시즌 2는 스스로 F가 되어버린 여지훈의 사건으로 시작한다. 여지훈은 사라지고, 나머지 팀원들이 증거를 맞추어 보니, 모든 증거가 한 방향, 여지훈을 가리킨다. 특수 사건 전담반의 궁극적 목적과도 같은 것이 F의 체포였는데, 바로 그 F가 여지훈이었다니! 사실 여부는 둘째치고, 어느새 한 식구처럼 되어버린 팀원들은 자신들이 믿었던 팀장이 어쩌면 연쇄 살인마일 지로 모른다는 사실에 황망해져 버린다. 흔들림없는 좌표 자체가 사라진 느낌. 하지만, 역시나 특수사건 전담반답게 텐팀은 그런 '페이크' 조차도, 스스로 괴물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던 여지훈의 음모였음을 밝혀낸다.

그러나, F로 추정된 자와의 맞대결 과정에서 비닐에 싸여 숨이 막혀가는 남애리를 두고 범인을 쫓은 여지훈의 모습처럼, 범인을 쫓기 위해 자신을 믿고 따르던 팀원들까지 이용해 가며 F를 잡고자 괴물이 되어버린 여지훈의 모습은 팀원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를 의심했다는 사실도, 다시 그가 자신들을 이용했다는 사실도 팀원 모두에겐 트라우마가 된 것이다. 그리고 시즌2는 그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의 시간이자, 조금 더 서로를 알고, 믿어가는 시간이었다.

 

 

시즌1의 팀원들은 여지훈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상처가 불쌍해서, 여지훈은 냉혈한 같지만 그와 함께 했던 것이라면, 시즌 2의 12회차를 겪으며, 남애리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박민호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맞부닥쳤을 때, 진심으로 여지훈을 이해할 거 같다는 그 말 처럼, 막연한 동정을 넘어, 괴물이 되어서라도 범인을 잡고 싶은, 여지훈의 심정을 공유해 간다.

이렇게 시작은 '짜~'하게 여지훈을 괴물로 만들어 버린 사건으로 시작했지만, 텐2의 주된 내용은 서로를 이해해 가는 상징적 장치들로 가득하다. 즉, F와의 진검 승부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텐2가 텐 시리즈가 가져가야 할 치명적 플롯에 있어서는 마치 '스핀오프'처럼, 좀 맥이 빠지는 시리즈라 할 수도 있겠다. 더구나, 제작진들은 매 회 사건들을 통해, 선문답처럼, 텐 팀의 '언더스탠드'를 위한 화두를 던져댔지만, 과연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상징적 장치로 제대로 닿아갔는가라는 점에서도 의문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시리즈물에 있어서, 직선적인 사건의 전개가 아니라, 에돌아 가는 에피소드를 통해 등장인물 들의 관계를 점검해 보는 건 '미드'에서는 흔히 등장하는 방식이다. 마치 택시 운전사가 길을 모르는 손님을 태우고 삥 돌아 감으로써 택시비를 늘리듯이, 본 사건의 정공법을 잠시 접어두고, 에돌아 감으로써 시리즈의 수명을 늘리는 한편, 캐릭터를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수법이다. 어느 정도 시리즈 물의 지속성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즉, 시즌 3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이렇게 여유롭게 시즌2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이 수법에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 시리즈 물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대를 에둘러 가는 만큼, 조금 더 본 사건이 진행되기를 기대하던 애청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당연히 앞 시즌과의 비교에 있어서 비교 우위를 점하기 힘들기 때문에 늘 비교 절하의 대상이 된다.

 

그런 면에서 <텐>시즌2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더구나, 시즌2의 초반에 여지훈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기에, 더더욱 기대감은 높아졌고, 그 이후의 스토리들이, 본 사건과 관련없는 에피소드들로, 심지어 그 에피소드물의 결론이 상투적으로 흘렀을 때, 더더욱 예전 보다 못하다는 소리가 나올만 했다. 제작진은 선문답을 하려고 했는데, 시청자는 깨놓고 화끈하게 한 판 붙기을 원했달까? 그 덕분에, 아니면 애초에 의도했던 것인지, <텐> 시즌2의 마지막 회는 그간 항상 위험의 안전 지대에 놓여서 애교와 코믹을 담당했던 박민호(최우식 분)를 위기에 빠뜨리는 극약 처방을 함으로써, 이것이 텐이라고 시즌 2의 마침표를 찍는다.

 

 

시즌1,2에 대한 비교나, 시즌 2의 내실성을 논하기에 앞서, 사실 그 어떤 공중파도 시간 내내 이만큼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보편적 '퀄리티'의 우수성은 짚고 넘어 가야 하겠다. 또한 영화에서나 볼 것같은 다양한 화면 구성 역시 스토리의 맛과 또 다르게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도 텐의 성과이다.

 

<신의 퀴즈>나 <뱀파이어 검사> 등이 시즌을 거듭하며 어설픈 사랑 이야기에 빠져 이야기의 본류를 잃거나, 급격하게 시리즈의 힘을 잃어갔던 것과 달리, 적어도 텐은 마지막 회 빗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서, 미소를 띠며 서로를 바라보는 거리감처럼, 팀원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제대로 견지해 냈다. 시즌1이 시리즈를 풀어가기 위해 선보였던 캐릭터들의 향연이, 시즌 2에 와서는 좀 무뎌진 듯 하지만, 남애리의 여지훈을 바라보는 미묘한 시점조차, 더 이상 진척시키지 않음으로써 시즌1의 애매모호함을 어떤 면에선 극복한 측면 조차 있다. 또한 언제 언디서나 확 눈이 뒤집힐 준비가 되어있는 백형사에, 폼잡는 여지훈의 잠언같은 한 마디로 마무리 되는 각 회차 등 캐릭터의 색깔을 놓치지 않고자 노력했다. 캐릭터의 성격은 놓치지 않고, 관계의 긴장감도 유지해 간것, 그것만으로도 텐2는 시리즈 물로써의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한 드라마 안에서도 등장인물이 널뛰기 하는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이 정도면 시즌3 정도는 너끈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by meditator 2013. 7. 1.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