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2일에 걸쳐 kbs2tv는 새로운 시도, 창극 시트콤 <옥이네>를 선보였다. 우리 소리와 코믹한 시트콤의 콜라보레이션, 옥이네는 한 편의 난장을 보는 듯 어수선하기도 하였고, 조금은 오글거리기도 했지만, 그다지 어색하지만은 않은 조합이었다. 


창극 시트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우선 창극이 무엇인가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겠다. 흔히 우리 소리라 하면, '판소리'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렇다면, '판소리'와 '창극'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판소리 열 두 마당 등, 전통의 우리 소리로 알려진 판소리는 북을 치는 고수 한 명을 두고, 광대 한 명이 극 한 편을 온전히 끌고가는 1인극을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전통적으로 1인극이던 판소리가 20세기 들어 근대적 극장인 원각사의 설립과 함께 형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극장의 공연을 위해 1인극이 남창과 여창으로 나뉘고, 각각의 배역이 나뉘고, 배역에 따른 사실적 연기를 하게 된 창극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일제 시대 암흑기를 맞아  크게 위축되었던 창극은 해방 후 국립 국악원이 설립 된 이후 여러 창극 단체가 결성되었으며, 1962년 국립 창극단이 결성된 이후 서양 오페라에 비견되는 우리의 음악극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거창한 역사가 아니더라도, 한때는 당대의 명창이던 조상현, 안숙선 명창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창극이 안방 극장을 찾아들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문화의 급격한 발전 아래, 판소리 전통의 계승이라는 장르적 한계에 갇혔던 창극은 어느새  tv에서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렇게 이제는 이름조차도 생소해져가는 창극이 시트콤과 합체를 했다. 1월 1일, 2일에 걸쳐 방영된 <옥이네>가 그것이다. 
시트콤으로 돌아 온 창극의 배경은 우리 것의 잔향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전주, 전주 한옥 마을 골동품 가게가 바로 옥이네 집이다. 여주인공 옥이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파는 골동품을 자식처럼 아껴서 팔기조차 아까워 하는 골동품가게 주인이요, 옥이는 그 할아버지의 사라진 아들의 무남독녀 외동딸이자,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pd이다. 

전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걸맞게, 이야기도 전주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임진왜란 당시 각지에서 소실된 왕조 실록과 달리, 전주 유생들에 의해 지켜진 왕조 실록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그 역사적 전통이 오늘에도 면면이 이어져 가고 있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시트콤으로 담았다. 선비 사(士)자를 심볼로 내세우며 현재에도 여전히 일본에 의해 수탈된 문화재를 찾아오기에 고심하는 비밀 결사 단체 '검은 선비단'의 활약이, 창극 시트콤<옥이네>의 숨겨진 이야기이다. 우리 소리로 풀어내는 창극에 걸맞는, 적절한 소재의 이야기로, 극중 등장하는 각종 국악의 배경 음악과, 극중 인물들의 소리가 우리 문화재 지킴이라는 검은 선비단의 이야기와 이질감없이 어우러져 풀어진다. 

판소리나, 창극이나 대중을 상대로 한 공연의 형식이요, 서양의 오페라에 대응하는 우리의 음악극이듯이, <옥이네>는 이런 음악극의 요소를 고루 살리고자 한다. 극중 남주인공 격인 풍남문(이현우 분)을 흠모하는 아니, 모든 남자들을 흠모하는 노처녀 아나운서로 등장하는 안세련(이예림 분)의 노처녀가를 비롯한 코믹한 '혼자소리'에서부터, 10년간 이별한 부녀의 정을 풀어낸 남창과 여창의 합주, 2회 마지막 조선 왕조 실록을 빼돌리려 한 김관철 관장(박상규 분) 일행에 맞서 모인 검은 선비단의 웅장한 의분을 담은 '떼소리'까지 다양한 창극의 요소를 담으려 애쓴다. 

물론 아쉬운 점은 남는다. 일단 여주인공 역을 한 화영의 경우, 창극에 어울리는 발성은 물론, 그저 노래를 부르기에도 조금은 버거운 음량에, 시트콤을 '오버'라 해석한 과잉된 코믹 연기가 그녀의 미모로 덮어지지 않는 아쉬움을 남긴다. 극중 감초 역할의 이예림 역시 발군의 소리와 달리, 과잉된 연기와 캐릭터에 아쉬움을 남긴다. 여전히 시트콤= 오바 연기라는 잘못된 해석이 극을 관통하는 듯하여 시청자들의 집중을 흐트린다. 그와 함께 전체적으로 창극으로서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소리들이 등장했지만, 첫 시도로서의 노력 이상으로 잘 어우러졌는지에 대해서는 반성할 여지를 남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학'을 한 정서로 하는 우리 소리를, 시트콤이라는 현대적 장르와 콜라보레이션 하고자 한 시도 자체는 반길만하다. 우리 문화재 탈환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검은 선비단의 수장 할아버지 한길이라는 코믹하면서도 우직한 캐릭터를 통해, 그리고 그의 곁에서 얽히고 섥힌 가족들의 다양한 사연과 캐릭터를 통해 풀어내고자 하는 이야기가 가진 흥미진진함과, 거기에 곁들인 우리 소리가 신선했다. 때로는 '오글거리는' 소리의 등장이, 시트콤의 코믹한 요소로 여겨질 만큼. 부디 다듬고 발전하여, 창극 시트콤이 그저 우연한 시도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by meditator 2015. 1. 2.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