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프로그램까지 합쳐서 네 번째 미션이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오해는 없어야 하겠다. 단기별로 주어지는 과제가 '~없이 살기'라고 해서, <인간의 조건>이 미션 수행 프로그램이 아니다. 즉, ~없이 잘 살아내기가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삶의 일부분이 부재한 그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이 너무 풍족하고 충만한 삶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 삶에서 중요한 하나를 빼어봄으로써, 즉 문명의 단식을 통해 본연의 자신을 되돌아 보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조건>인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프로그램 제목을 '~없이 살기'로 지었겠지 왜 '인간의 조건'이라고 했겠는가.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돈없이 살기'의 미션을 부여받은 여섯 명의 개그맨들은 좌충우돌 일주일을 보내며 또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는 화두로 되돌아 갔다.

 

 

'돈없이 살기'가 '돈벌이 체험하기'로?

체험 마지막 허경환은 말한다. 미션은 '돈없이 살기'인데, 그 미션의 본래의 취지에 천착하지 못한 채 너무 돈벌기에 급급했던 거같다고. 그렇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지갑을 빼앗기자, 특히나 허경환이 당장 부산을 다녀와야 할 상황에 맞닦뜨리자 허겁지겁 돈을 벌어야 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그 상황은, 미션이 마무리 될 때까지 상당부분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광경들이 섣부르게 '~없이 살기' 미션의 한계를 지적하는 여론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장 기름값이 필요하고, 당장 한 끼를 때워야 하는데 호주머니는 비었을 때 다급해 질 수 밖에 없다. 아니,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엉터리 도인으로 변한 김준호의 '인생은 돈'이라는 한 마디처럼 오직 '돈'을 위해, '돈'의 논리로, '돈'을 벌며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그것을 빼앗긴 사람들이 막힌 출구 앞에서 당황해 하며 쩔쩔매는 실험실 생쥐처럼 구는 건 어찌보면 당연지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인간의 조건>의 미션에는 한편의 이야기처럼 '기승전결'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가장 의지하던 무언가를 빼앗겨 당황한다. 그리고 그것의 부재를 채우려 쩔쩔매며 다양한 모색을 한다. 하지만 그런 좌충우돌이, 미션 중반을 넘어가면서, 그 무엇인가가 부재한 삶이 익숙해 질 즈음부터는 전혀 다른 각도로 미션을 바라보기 시작하게 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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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왜 벌어야 하지?

물론 자신의 분야가 아닌 일들을 하면서 개그맨 여섯 명들이 뼈저기게 느낀 것은 그래도 자신들의 직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쉽다는 것이었다. 장동건이 와도, 얼굴을 가리면 물건을 팔 수 없을거라는 박성호의 말은, 그 어떤 직업에의 헌사보다 감동적이었다. 쉽게 구할 수 있을 거라던 아르바이트 자리도, 혹은 만만하게 벌 수 있을거라 여겼던 단 돈 만원도, 막상 해보니 그 어떤 것도 쉽지 않다는 걸 여섯 명의 개그맨들은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했던 시청자들은 공감했을 것이다.

또한 한시적으로 돈을 벌어 자급자족해야 하는 생활은 역설적으로 쳇바퀴처럼 돈의 노예가 되었던 자신의 삶에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왜 애써 돈을 벌어야 하지?'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려는 거지?' 그리고 반성도 해본다. 돈이 없다는 사실에 너무 당황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데 너무 급급했다고.

물론 그 과정에서 일관되게 꼭 돈이 없어도 된다며 꼭 필요한 돈만 벌려고 했던 김준현의 '안빈낙도'형 선택도 아르바이트로 정신없던 여섯 명의 선택 중 하나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여유로운 김준현도 결국은 사자 탈을 쓰고 땀 범벅이 될 수 밖에 없듯이 '돈'이 없으면 당장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먹고 사는 걸 때우기만 한다면, 그 다음에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혹은 그 이상 굳이 벌 필요가 있을까? 라는 질문은, '돈'으로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에 휘말린 우리들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지점이다. 그래서, 애써 돈을 벌어 멤버들을 위한 만찬을 즐겁게 차리고, 생일 케잌과 선물을 사는 마지막의 결론은, 어찌 보면 미담을 위한 상투적 해피엔딩일수 있지만, 우리가 돈을 쫒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를 설명해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차별이 고착화되어 그 문제가 사회적으로 곪아가고 있는 이즈음, '돈없이 살기'란 미션을 통해 '왜 돈을 벌어야 하지' 따위의 질문을 던지는 자체가 너무 낭만적이거나, 사치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한 의식을 담보하지 않은 사회 성원에게선, 제도의 변화나, 사회의 개혁 자체가 아예 꿈도 꿔볼 수 조차 없으니, 낭만적이라도, 때론 무엇을 위해 돈을 버나?라는 원론적 질문 정도는 한번쯤 던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게 너무 소박해 보여도 <인간의 조건>의 묘미이다.

by meditator 2013. 4. 28.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