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방영된 <인간의 조건>,여성 멤버들은 팀별로 나뉘어 밀가루, 설탕, 흰쌀, 그리고 고기를 끊는 미션을 수행하였다. 그 중에서 게스트로 참여한 김민경은 멤버들의 권유에, 자신이 참여했던 고기 외에 다른 것들도 끊어 보기로 하였다. 먹을 것이 거의 없게 된 김민경을 위해 멤버들은 지난 회 현미밥 도시락을 정성들여 싸주었고, 그래도 걱정이 된 김숙은, 쌈밥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김민경을 위해 밀가루가 들어있지 않은 장을 찾아나선다. 밀가루가 들어있지 않는 보리를 발효시켜 만든 고추장에, 쌈장으로 적합한 콩알이 살아있는 된장에, 먹고싶다던 미역국을 끓이는데 꼭 필요한 조선 간장까지 구해 아지트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이 먹고 싶다던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준비해온 김숙의 정성에 급기야 김민경은 눈물을 보이고 만다. 


김민경의 눈물에 정작 당황한 것은 김숙이었다. '네가 한 말을 기억해서 미안해'라고 농담처럼 덧붙일 만큼. 나중에 돌아온 멤버들은 혹시나 미션이 너무 힘들어 김민경이 운 것일까봐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정작 김민경의 운 이유를 듣고, 멤버들은 그것이 비단 김숙의 정성때문만이 아니라, 그간 젖어 살아온 먹거리들을 끊은 데서 나타난 우울증 증상의 하나라는 결론을 내린다. 즉 밀가루와, 설탕, 흰쌀이 주는 달콤한 충족감, 그리고 고기를 먹고 힘을 내던 그 에너지가 상실된 시간들이, 멤버들을 그저 헛헛하게 만드는 걸 넘어, 욕구불만의 우울증 증상까지 이르게 만들었던 것이다. 

단지, 먹고픈 걸 하루 이틀 먹지 못했다는 이유 만으로, 무작정 짜증이 나고, 기운이 떨어지고, 심지어 말하기 조차 싫어지는 금단 증상은, 마치 니코틴이나, 알콜의 금단 증상 못지 않게, 멤버들의 활기를 떨어뜨린다.  그간 이들이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밀가루, 설탕, 흰쌀의 성분에서 비롯된 당과, 고기에서 얻어지는 육식에의 침범당하며 살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tv리포트)

가장 미련스러운 질문이지만,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라는 질문이 있다. 하지만, 인스턴트 식품이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먹거리의 공해가 심해지고 있는 요즈음, 우리는 거기에, 하나의 질문을 더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사는가?

그저 며칠 단 것을 먹지 않았다고 우울해지고, 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기운이 떨어지는 <인간의 조건> 여성 멤버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거울이다. 진화론적으로 인간의 몸은 신석기 시대의 유전적 형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신석기 시대 인간은 사냥에 아직 동물을 가축화하지 못했거나, 가축화 했어도 육식을 즐길 수준은 아니었다. 사냥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고기는 맛도 못볼 시대의 사람들이다. 농사를 지었다고 하지만, 실제 신석기 시대 생산량은 오히려 구석기 시대 채집 상태보다도 인간의 영양 상태를 뒤로 가게 할 정도로 넉넉치 않았다고 하니, 그 당시 인간의 몸에 들어오는 당으로 전환 가능한 탄수화물이 얼마나 미미한 양이었는지는 새삼 확인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유전 형질을 가진 몸으로, 인간은 이제 넘쳐나는 당분과, 육식에 치여, 중독의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인간의 조건>은 증명한다. 

또한 그 반대의 증명도 한다. 그런 고통스러운 금단의 시간을 넘어, 멤버들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마음껏 먹는데도 배가 들어가고, 몸이 편안해 지기 시작했으며, 여태 맛보지 못한 쾌변을 즐기게 되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앞서 중독의 증거와 정반대이다. 그간 우리가 오로지 '맛'을 즐기기 위해, 혹은 시간에 쫓고 때우던 음식들이, 얼마나 우리 몸에 반하는 것들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과자와 빵을 통해 얻던 당분들을, 현미밥이나, 올리고당을 통해서도 보완해 나갈 수 있는 지혜도 얻었다. 아니 싱싱한 딸기 한 알이 주는 달콤함 만으로도 갈등은 해소되었다. 고기가 아니면 만족스럽지 않던 식단은, 콩고기를 발견하고, 생선과 버섯류를 통해서도 상쇄할 수 있음을 알아낸다.

그리고 처음엔 난감해 하던 멤버들은 조금씩 이 미션이 정말 자신들, 그리고 늘 군것질 거리를 달고 살거나, 극단적 다이어트를 통해서만이 살을 깍아내야만 했던 여자들에게 필요한 미션이었음을 깨닫고, 보다 적극적으로 변해간다. 단지 <인간의 조건> 멤버들만이 아니다. 그것을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우리 식생활의 오염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다. 고기가 아니라도, 흰쌀이나, 밀가루, 설탕이 아니라도,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며 살아갈 수 있는 먹거리의 방향을 찾아내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조건>이 좋은 점은, 각각의 미션을 통해, 고통의 시간도, 그리고 새로운 대안의 시간도 그 과정을 통해 대리 체험하며, 스스로의 삶에 가능성을 열어가게 한다는 점에 있다. 


by meditator 2014. 5. 4.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