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휴식 끝에 <유키즈 온더 블록(이하 유키즈)>이 돌아왔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격의없이 사람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퀴즈도 풀던 프로그램, 그런데 다시 돌아온 <유키즈>의 두 사람 유재석가 조세호는 거리로 나서는 대신 마스크를 쓴 채 방송국으로 들어온다. '코로나 19' 때문이다. 

유재석이 mc인 <놀면 뭐하니?>가 코로나 19라는 특별한 상황에 방구석 콘서트라는 응급의 처방으로 대응했듯이, 유재석을 앞세운 <유키즈> 역시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격리의 상황에 맞춰 좁은 공간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없는 두 사람, 하지만 그들 대신 제작진이 맞이하러 간 거리의 사람들, 과거의 출연자들, 그리고 대구에서 밤낮없이 봉사 활동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로 인해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욱 빛난,  100일 만에 돌아온 <유키즈>의 진가가 외려 돋보였다. 

 

   

 


텅 빈 거리, 그곳에 사람이 있다 
지난 방송분을 보여주며 시작된 <유키즈>, 사람들로 가득찼던 거리, 그 시절이 무색하게 이제는 거리에 인적이 드물다. 그저 대비되는 두 장면만으로 우리가 지금 무엇을 잃고 있는가를 실감하게 만드는 상황, 하지만 여전히 그곳에 사람들이 있다. 

거리에서 만난 택시 운전을 하시는 분은 열심히 소독을 하지만 손님이 없다며 안타까워하신다. 오죽 벌이가 시원찮으면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의정부 집까지 일부러라도 가서 끼니를 때우고 올까. 백발이 성성한 버스 운전사는 당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자식들에게 '마스크'를 열심히 쓴다며 안심을 시키셨다고 한다. 택시 운전을 하시는 분도, 버스를 운전하시는 분도, 모두 지금의 상황을 걱정하시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 어려운 시절도 견뎠으니 지금도 다함께 이겨내자 하시며 사람들의 발이 되는 지금 이곳에서의 자신들의 일에 최선을 다하실 것을 다짐하신다. 

백발이 성성한 그분들이 살아온 시절, 그 시절에 대해 그 이후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쉽게 잊었다. 그리고 그분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살아온 시절 대신 우리가 살던 강팍한 시대를 앞세웠다. 그런데 막상 시절이 '하수상'하고 보니, 더 어려운 시절이란 그 단어 한 마디가 위로의 지렛대가 된다. 여전히 백발이 성성한데도 사람들의 발이 되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어르신'에 고개가 숙여진다. 

<유키즈>가 보여준 위로는 바로 코로나 19가,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우리가 잃어가던 '사람사는 방식'에 대한 환기이다. 작년에 시끌벅적하게 함께 퀴즈를 맞추던 식당을 다시 찾아간 <유키즈>, 그곳에는 여전히 함께 퀴즈를 맞추던 주인들은 건재하지만, 그들이 맞이할 손님들이 없다. 손님이 없어도 행여나 올 손님들을 기다리며 소독약으로 닦고 또 닦고 있는 가게 주인들, 흥겨웠던 그 시절이 무색하게 매출이 급감한 시절에 그래도 그이들은 '낙담' 대신 함께 견뎌보자는 덕담을 놓치지 않는다. 

사회적 격리가 가져온 가장 큰 심리적 공황은 바로 전염병과 나 자신의 대면이라는 공동체적, 사회적 방어막의 상실이다. 전염병에 걸린 가족의 임종이나 장례조차도 제대로 치룰 수 없는 상황, 우리네 최대의 경조사인 함께 어울려 보내는 장례식의 미덕조차도 결례가 되는 세상, 오죽하면 가장 안된 일이 이 시절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커플이라 할까. 축복도, 조의도 그 모든 것을 무색하게 삼켜버리는 전염병 앞에서 우리는 그저 거침없는 전염병 앞에 나약한 한 개인으로 무력하게 던져진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린다. 

 

 

공동체 정신의 부활 
바로 그런 심리적 공황 상태에 대해 <유키즈>는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출연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매출이 떨어지는 것도, 손님이 없는 것도, 혹시나 전염병의 우려가 있는 것도 '나 하나'만 겪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건물주들은 집값을 내리는 '착한 일'을 하여 손님이 없어 지쳐가는 임차인들에게 힘을 보탠다. 베이커리를 하는 배용호 사장은 당장 자신의 매출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자신보다 더 가난한 이들에 베푸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코로나 앱을 만든 대학생은 보상이 아니라 어서 빨리 자신의 코로나 앱을 더 이상 쓸 일이 없는 시절을 기원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겪는 일, 그러니 우리 모두가 함께 잘 견뎌내자는 그 말에 찍힌 방점은 마치 나 혼자 전염병에 맞서 싸우고 있는 느낌에 시달렸던 개인들에게 큰 위로를 준다. 

그 위로의 정점은 뜻밖에도 전염병이 가장 창궐했다는 대구로 부터 온다. 보훈 병원에서 일하던 정대례 간호사는 코로나 19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대구로 달려갔다고 한다. 이런 저런 질문에 그저 괜찮다고만 하여 그 괜찮다는 말의 행간에 담긴 의미에 유재석은 그만 왈칵 눈물을 흘리고 마는데. 

도시 봉쇄까지 언급되며 시절을 험악하게 만들었던 상황, 하지만 그곳에 한 사람이라도 손길을 더 보태려고 달려간 사람들이 있다. 앞서 보훈 병원의 정대례 간호사는 코로나 19가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장담을 하며 보는 이들을 위로한다. 이제 막 임관을 마친 아직도 앳된 학생의 모습이 그대로 남은 김슬기 소위를 비롯한 간호 장교들이라고 다를까. 이성구 대구 의사회의 호소문에 한 걸음에 대구로 내려간 서명옥 전 강남 보건 소장을 비롯한 다수의 자원봉사 의료진들 역시 여전히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일원임을 뜨겁게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현장의 의료진이 전한 상황은 열악하다. 의료진이 사용하는 마스크, 의료용품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 거기에 인력까지 부족하여 숨막히는 방호복을 입고 열 몇 시간을 근무하는 열악한 조건, 그럼에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전하는 말은 '괜찮다'였다. '저희가 잘 이겨내도록 하겠다.' '감사하다'였다.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전해진 평범한 감사의 언어는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다른 말 덧붙일 필요 없이 유재석이 흘린 눈물처럼. 

이곳저곳 약국을 기웃거리다 길게 늘어선 줄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겨우 마스크 두 장을 구하고 나서 찾아오는 허탈함에 어쩔 줄 몰라한 저녁, 오랜만에 찾아온 <유키즈>는 그래도 이 시절을 함께 견뎌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따스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아직 엄동설한이던 우리의 마음을 녹인다. 우리 모두 언젠가 빛좋은 공원에 둘러앉아 함께 커피라도 한 잔 나눌 수 있는 그 평범한 날에 대한 소망을 품게 해준다. 

by meditator 2020. 3. 12.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