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동이> 후속으로 7월 4일 <연애 말고 결혼>이 첫 방영 되었다. 

<연애 말고 결혼>은 드라마 시작 전 홍보용 영상에서 부터, 결혼하고 싶은 여자 주장미(한그루 분)와, 결혼하고 싶지 않은 남자 공기태(연우진 분)를 대립시킨다. 하지만 정작, 1회가 시작하자, 주장미가 결혼하고 싶은 남자는 공기태가 아니라, 그의 친구 이동훈(허정민 분)라는 예상을 깬 상황 설정에서, <연애 말고 결혼>의 관전 포인트가 발생한다. 

연애만 하고 싶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대립 지점의 설정은, 아주 오래된 로맨틱 코미디의 상황 설정이다. <연애 말고 결혼>도 다르지 않다. 집안으로부터도 모자라, 친구 어머니까지 나서서 맞선을 주선하는 상황에 놓인 공기태와, 사귄지 1년이 되자 당연히 결혼을 꿈꾸는 순수한 여자 주장미의 구도는 매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구도이다. 하지만, 그런 원칙적 구도를 <연애 말고 결혼>은 살짝 비틀면서 볼 재미를 만들어 낸다. 주장미와 1년을 사귀었음에도 공기태와 마찬가지로 그녀와 전혀 결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는 이동훈은, 주장미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하자, 지금까지와의 태도를 돌변해 그녀를 밀어낸다. 그 과정에서, 헤어지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무작정 연락 안하기, 친구의 입을 빌어 혹은 문자로 이별 통보 하기를 넘어, 결국 주장미를 스토커로 신고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공기태는, 지금까지 이동훈을 따라다녔던 여자들과 달리, 눈물로 진심을 내보이는 주장미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연애 말고 결혼’, 연우진·한그루 케미가 빚어낸 ’특급 공감’(종합)


이렇게,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을 살짝 비틀면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낸 <연애 말고 결혼>이라는 드라마의 첫 회에서 흡인력을 발휘한 것은, 바로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맛깔 나는 연기이다. 그 중에서도 주장미 역의 한그루는 첫 주연이 무색하게, 로코의 여주인공으로서, 사랑에 빠지고,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하는 갖가지 감정 표현을 진솔하게 내보인다.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의 눈물어린 눈망울에 공기태의 마음이 흔들리는 상황이 공감이 가도록, 그러면서도 순수함이 미련함이나 우둔함으로 보이지 않게 씩씩한 여자 주장미라는 캐릭터를 전혀 몸사리지 않고 표현해 냄으로써, 캐릭터로 승부해야 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첫 장을 성공적으로 열어 제낀다.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당찬 여동생의 모습도, <따뜻한 말 한 마디>의 사랑에 몰두하는 여동생의 모습도 여전히 드리워져 있지만, 기존 한그루가 했던 캐릭터들이 좀 더 한 발 성숙해진 모습으로, <연애 말고 결혼>의 주장미는 등장한다. 

주장미만이 아니다. <보통의 연애>를 시작으로, <아랑사또전>, <남자가 사랑할 때>까지 상대적으로 정적인 캐릭터를 맡아왔던 연우진 역시, 성형 외과 의사의 직업을 가진, 이른바 '차도남'이라는 뻔한 캐릭터를, 3년 동안 집안과 인연을 끊고 사는 사연이 있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꺼이 선 자리에 나가 물 세례를 받아주는 냉온의 양면성을 잘 표현해 냈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호의을 얻을 수 있지만, 그 호의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른바 '케미'라고 칭해지는 두 주인공의 '열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에서, <연애 말고 결혼>은 이미 성공적인 무기를 장착한 듯 보인다. 

공기태 역의 연우진 만이 아니다. 주장미와의 해프닝을 '싸가지'답게 제대로 연기해낸 이동훈 역의 허정민이 없었다면 <연애 말고 결혼> 첫 회의 흥미는 상당히 반감되었을 것이다. 잠시 멋진 미소를 짓고 등장한 한여름 역의 정진운이나, 차도녀 의사라기엔, <신의 선물, 14일>의 제니가 떠오르는 한선화의 연기는 아직 유보적이지만, 잠시 모습을 비춘 것만으로도 그 사연이 궁금해지는 부모 세대 김갑수, 김해숙, 박준규, 임예진의 포스넘치는 존재가, 어쩌면 뻔한 코스로 진행될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보완해 갈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 

<연애 말고 결혼>의 출발은 순조롭다. 뻔한 듯 하면서도, 상황은 뜻밖의 해프닝으로 다음 회의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고, 배우들의 연기는 맛깔나게 캐릭터를 표현해 내며 그들이 어울리어 빚어내는 다음을 고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복병은 숨어있다. 가족의 성황에 못이겨 결혼으로 내몰리는 남자, 그 남자와 친구의 애인이든 무엇이든 우연치 않게 얽혀들게 된 여자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란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첫 회의 뜻밖의 설정처럼,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 사랑으로 이어지는 로맨틱 의 정석을 뛰어넘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사랑과 그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색다른 견해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그것이 흔하디 흔한, 더구나 7월에 들어서면서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들 속에서 <연애 말고 결혼>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관건이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7. 5. 0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