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연애의 발견>이 16부작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청률은 여전히 7% 대(10월 7일 7.6%, 닐슨 코리아)에서 머물고, 단 한번도 월화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한 적도 없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여름(정유미 분)이 결국 누구와 이루어질 것인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질 만큼, 화제성넘치는 드라마였다.

그리고, 정현정 작가의 대부분의 전작처럼, 역시나 <연애의 발견>에서도 한여름은, 그녀의 첫사랑 강태하(에릭 분)와 이루어 졌다.

 

멋진 성형외과 의사 애인 남하진(성준 분)을 놔두고, 전에 사귀었던 애인을 잊지 못해 오해를 사고, 결국 그로인해 이별을 반복한 끝에 다시 첫 사랑의 그 남자를 찾아가는 <연애의 발견>의 그 어떤 것이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앗아간 것일까?

 

첫 회, 드라마는 다짜고짜, 인터뷰라도 되는 듯, 과거의 연인이었던 한여름, 강태하의 카메라를 향한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지난 사랑을, 하지만 여전히 감정이 섞인 채 발언하는 두 사람에게서, 여전히 마음 속 한 구석에 쟁여놓은, 이루지 못한 사랑의 흔적을 끄집어 내게된다. 모든 완성되지 않은 첫사랑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혹은 남자는 죽을 때까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등등,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첫사랑에 대한 격언들은, 우리가 어설퍼서 완수하지 못한 미션이 된 첫사랑에 대한 쓸쓸한 되새김질로 가득차있다.  왜? 아마도 말 그대로 '첫'사랑이기에, 대부분 성취하지 못한 사랑이기에, 처음이 가진 처녀지의 기억과, 그 처녀지를 일군 서투른 농부의 또 다른 경험이, 실패한 자에게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아주 경제)

 

이렇게 드라마는, 사랑을 해보았던 사람들에게 대부분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는 '실패한 사랑'의 기억을 낚아 올린다. 그리고 그것을 반추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기적처럼, 그 실패를 되돌이킬 기회를 준다. 애인 남하진의 소개팅 장소로 돌진한 한여름은, 그 장소에서 우연히도 전 애인 강태하를 만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적나라한 연애사가 시작된다. 말 그대로 '양 손의 떡'을 쥔 전형적인 어장관리녀 한여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게 또 실감난다. 왜? 그것 역시 '솔직히' 연애를 해본 사람들이 한번쯤은 경험해본 감정이니까.

동물의 세계도 아닌 인간 세계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공평하게 하나의 짝을 만나서 사랑을 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따박따박 수학 공식처럼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교통사고같은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연애의 발견>은 바로 그 지점, 흔한 멜로 드라마의 삼각 관계를 인터뷰의 형식을 통해 솔직담백하게 접근해 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이는 치졸한 모습들, 혹은 오해를 살만한 행동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감정들을, <연애의 발견>은 가감없이 드러낸다.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연애라는 것이, 사랑이란 감정 노동을 빌어, 결국은 내 짝을 쟁취하고야 마는 원초적인 짝짓기의 요식 행위이기에, 일찌기 도끼를 들고 대결을 벌이던 원시시대 이래, 승패가 분명하게 판가름날 수 밖에 없는 전투라는 것을 <연애의 발견>은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 승리의 과정은 '나쁜 년', 나쁜 놈'이라는 도덕적 댓가보다도 본능적으로 우선한다는 것 역시 가감없이 드러낸다.

 

물론 이런 두 남자를 양 손에 쥐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설정, 남하진과의 관계을 이어가면서, 여전히 전 애인 강태하를 놓지 못하는 식의 도돌이표 해프닝은, 솔직한 토로임에도, 애청자들을 중반부 많이 지치게 했다. 아마도, 그나마 '나쁜 년' 한여름을 정유미라는 선하고 사랑스러운 배우가 연기하지 않았다면, 시청자들을 외면하고 말았을 상황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젊은 시청자들은, 정유미의 솔직한 사랑스러운 연기에, 그리고 욕하면서도, 사실은 우리도 그렇지 하는 인지상정으로 <연애의 발견>의 개근 티켓을 딴다.

 

그러나 <연애의 발견>이 그저 흔한 삼각 관계와, 진정한 사랑의 쟁취에만 방점이 맞혀져 있지 않다. 마치 하루를 마치고 일기를 쓰듯이, 연애와 사랑에 대한 '성찰'에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러기에, 이제와 남하진을 사귀고 있는 한여름이 강태하를 만나 다시 흔들리는 사건은, 그저 사건이 아니라, 5년 전 강태하를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어진 한여름의 트라우라로 이어진다.

언제나 자상한 남하진의 인내도, 어릴 적 입양 과정에서 같은 고아원에서 자란 동생에게 남겨준 상처로 이어진다.

가장 그럴 듯해보이는 연인 한여름, 남하진은, 결국 이제 다시는 실패하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른 연인 코스프레를 하는 슬픈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묻는다. 진짜 사랑을? 그리고 엉뚱하게도, <연애의 발견>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사랑은, 그 누굴 만나느냐가 아니라, 올곧게 자기 자신으로 선 주체적 자아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강태하랑 헤어진 한여름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었듯이, 자신을 접고, 남하진과의 사랑에 적합한 여자가 되고자 한다. 남하진 역시, 어린 시절의 슬픈 기억을 덮어두고, 누군가의 착한 아들, 멋진 남자로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그런 위선적인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조차도 왜곡시킨다고 <연애의 발견>은 말한다.

그래서 한여름이 강태하를 다시 만나 흔드리는 것, 남하진이 안아름을 저버릴 수 없는 것은, 묻어두었던 자기 자신을 되찾아 가는 과정이라고 드라마는 말한다.

그래서, 한여름의 뻔하디 뻔한 삼각 관계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찾아가는 '자아발견'의 과정으로 승화되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이 드라마를 보는 젊은이들에게 공감과 메시지를 남기면서,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와 차별성을 가지게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한여름이 다시 강태하를 만나는 것은, 그저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만이 아니다. 방기했던 자기 자신을 추스려, 다시 자기답게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선언 같은 것이다. 그래서, 뻔뻔하게 강태하 앞에 나타난 한여름이 티없이 밝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연애의 발견>은 가장 솔직한 연애 담론에, 자기 성장드라마까지 곁들여, 젊은이들의 절실한 감성을 건드려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지지를 얻는다. 때론 뻔하고 되풀이 되는 해프닝이었지만, 그래도 사랑의 본류에 가식없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속에서 놓치지 않는 본질에 닿으려 했던 정현정 작가와, 작가의 감성을 200% 구현해낸 연출팀, 그리고, 그것을 더욱 설득력있고 사랑스럽게 연기한 배우들의 합이 만들어 낸 성취이다.

 

물론 현실의 그림자 따위는 찾아볼 길 없는 잘 나가는 선남선녀의 그림같은 사랑이야기라는 환타지, 순수 청춘 소설같은 감수성에서 한 치도 넘어서지 않는 정서 등의 한계는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그 한계마저도, 그저 한계가 아니라, 정현정 작가의 다음 작품의 화두로 남길, 가능성으로 접어둘만큼, 뻔한 사랑 이야기에서, 그나마 <연애의 발견>은 진솔하게 청춘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길을 열었다.

by meditator 2014. 10. 8.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