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구정 때 파일럿으로 방영되었던 <썸남썸녀>가 4월 28일 드디어 정규 편성 되어 첫 전파를 탔다. 파일럿으로 방영되었던 당시 함께 했던 한정수, 나르샤, 김기방 대신에, 윤소이, 이수경 등 신선한 캐릭터와, 서인영, 강균성 등 예능을 통해 독보적 캐릭터를 구축한 네 사람이 새로이 합류하는 한편,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주목을 받았던 채정안, 김지훈, 심형탁, 김정난, 선우선 등이 잔존하여 '연예인 싱글들의 사랑 찾기'에 돌입하였다. 




첫 선을 보인<썸남썸녀>
각 팀의 조합을 이루자 마자 '소개팅'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던 파일럿과 달리 정규로 편성된 <썸남썸녀>는 새로이 합류한 멤버들과 안면을 트고, 서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썸남썸녀> 특유의 설정인 각 팀의 멤버 중 한 사람의 집에 짐을 푼 각 팀은 제작진이 제시한 미션에 따라 '사랑'과 '연애'에 대한 탐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미 파일럿 과정에서 돈독해진 김지훈, 김정난, 선우선 팀은 연기자 팀답게 '자신을 두고 딴 여자를 만나는' 연애 시뮬레이션까지 실감나게 재연하다, 몰입한 김정난의 눈물 해프닝까지 벌이고 만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연애 스타일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에서, '키스'을 하기까지의 김정난과 김지훈의 세대 차이, 혹은 연애에 대한 관념의 차이가 부딪치며 솔직한 연애관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파일럿에서 예의 솔직한 태도로 호평을 얻었던 채정안 팀에 합류한 윤소이는 채정안의 결혼식 들러리를 설 만큼의 오랜 인연으로 쉽게 친숙해 졌고, 여자 세 명의 솔직한 이야기는 깊이를 더해갔다. 
마치 소개팅이라도 되는 양 남녀 각각 2명씩으로 새로이 구성된 심형탁, 강균성, 서인영, 이수경 팀의 복병은 강균성의 팬인 심형탁이었다. 나머지 두 여성 팀원이 질투를 느낄 만큼 강균성에 열렬한 호응을 보인 심형탁의 팬심은 뜻밖의 '남남 캐미'를 자아낸다. 

'연예인'이라는 제 아무리 소탈하려 해도 화려한 그들의 면모와, 거기에 서른을 훌쩍 넘긴 싱글이라는 현실감있는 존재감이 어우러져, 때로는 환타지스럽게, 때로는 현실감있게 새로운 '썸남썸녀'에 몰입하게 만든다. 거기에, 여성 세 멤버의 팀은 그들의 솔직한 '싱글들의 수다'로, 반면에 여성과 남성이 어루러진 팀은 새로운 연애 상대를 만나기에 앞서 마치 그들이 '썸남썸녀'인듯한 아슬아슬한 경계선이 이 프로그램의 새로운 재미를 자아낸다. 



무르익어 가는 중년의 '청춘 여행'
그렇게 서른의 연애가 '썸'이란 대명사로 화요일 밤의 한 자리를 들이밀고 들어오기 시작할 때, 좀 더 나이가 지긋한 연예인 싱글들의 사랑 찾기도 물이 올라간다. 금요일 밤 자리를 잡아가는 중년의 '썸남썸녀' <불타는 청춘>이 그것이다. 역시나 sbs의 예능 프로그램인 <불타는 청춘>은 외설스럽게 까지 느껴지는 제목과 달리, 고목나무에 꽃이 피듯 풋풋한 밀당을 그려낸다. 

김국진-강수지 라인의 애교어린 밀당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새로이 합류한 김선경의 존재로 이 커플의 긴장은 배가된다. 심지어, <불타는 청춘>에서 가장 순수한 청춘을 대변하는 김도균의 젊은 시절 사진조차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저 드러나는 커플의 징조만이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아니다. 오히려 3,6,9 게임을 20조차 넘기지 못하면서도, 그것을 함께 어루러져 시간 간 줄 모르면서 웃고 즐기는 중년의 어우러짐이 이 프로그램의 진짜 재미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여자 앞에만 서며 대나무 숲을 날라다니고, 톱질을 하는 낡은 근육을 불끈불끈하게 만드는 '불타는 에너지'가 이 프로그램의 재미다.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고전하던 sbs의 예능은 이렇게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일반인 예능의 함정을 넘지 못한 채 종영하고 만 <짝>의 연예인 버전을 변주하여 포석을 깐다. 꽃피는 봄날, 각 연령대의 싱글들은 뒤늦은 나이에 사랑 찾기에 골몰한다. 장기 불황에 빠져 결혼조차 미루거나 여의치 않았던 일본 사회에 뒤늦은 나이에 부는 '맞선 열풍'을 우리의 tv 속으로 옮겨 놓은 듯하다. 



88만원 세대의 연애담은?
하지만, 이런 뒤늦게라도 '사랑'을 찾는 싱글들의 사랑은 여유롭다. <jtbc>가 새로이 선보인 <엄마가 보고있다>에서 등장한 서른 여덟이 되어서도 결혼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구직자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다. 이미 연예계에서 이름을 제법 날린 <썸남썸녀>의 집은 현실의 싱글들에게는 부모님의 도움없이는 구하기 버거워 보이는 번듯한 방이 몇 개씩이나 있는 아파트이다. 그들은 자신의 차로 장을 보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맛집을 즐긴다. 
<불타는 청춘>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서 나이의 중년들은, '청춘'을 불태우기 위해 전국 방방 곡곡 경치 좋기로 이름난 곳을 찾아 나선다. 벚꽃이 피는 마을과, 대나무가 수려한 숲에서 그들은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며, 맛난 것을 먹고, 게임을 한다. 거기 어디에도, 그들 또래 명퇴자의 서러움과, 자영업자의 고민은 없다. 
삼십대에서 많게는 오십대의 연예인들에게선, 현실의 그들이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겪는 여러가지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은 거세된 채, 오로지 '결혼'을 하지 못한 어려움만이 쪽집게 집듯 뽑아져 예능의 포인트가 된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사랑을 찾지 못하고, 결혼도 못한 것이다. 거기엔, 결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지위의 불안정함은 없다. 아니 실제 있어도,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 위해 거세된다. 

그렇게 느긋한 나이의 청춘들이 새롭게 사랑을 충동하는 프로그램이 '공중파' 예능으로 포진하는 가운데, 청춘들의 연애는 어떨까? 물론, <천생연분 리턴즈>라며 역시나 젊은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짝짓기 예능이 등장하기도 하였지만, '리턴'하기엔 역부족인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젊은 층에 화제가 되었던 것은 노골적으로 가상 연애를 다룬 얼마전 종영한 <나홀로 연애중>이었다. 현실의 연애가 버거운 젊은 세대에게, 아이돌 스타와의 가상의 연애 시뮬레이션 예능은 충분한 '보상' 효과를 제시했다. 그리고 진짜 88만원 세대의 사랑은 <초인시대>를 통해 공감을 얻는다. 

남의 집 차고를 빌어 사는 병재(유병재 분), 창완(김창환 분), 이경(이이경 분)에게 연애는 버거운 사치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하고 결혼도 하는'것이 소박한 꿈인 이들에게 현실은 냉정하다. 이경의 차를 보고 급화색했던 연인은, 그 차가 렌트카임을 안 순간 냉정하게 돌아선다. 병재에게 관심이 있는 누리(배누리 분)가 병재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낡은 컴퓨터를 고쳐달라는 요청이다. 하지만, 병재의 관심은 누리의 친구 지은(송지은 분)에게 가있다. 병재, 지은, 누리, 말 하자면 삼각관계인 이들의 관계는 오히려 사랑보다 오해, 그리고, 친구에게 받은 경솔한 말 한 디의 상처보다 자소서가 더 급한 누리의 현실이 짖누른다. 그들의 활동 영역은 포장마차, 피씨방, 그리고 편의점이다. 맛집에, 커피 전문점은 사치다. 쌓아둔 성욕이 '초인'의 매개체가 되는 상황은, 연애 대신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만족하는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상징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모차 몰라, 원하는 것을 알아도 그것을 손에 넣기엔 요원한 현실을 유배된 성욕을 상징하는 <초인 시대>, 연애 권하는 <썸남썸녀>, <불타는 청춘>의 이면이다. 세대간 대립을 상징할 만큼 대비되는 예능의 현주소이다. 

by meditator 2015. 5. 2.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