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키 유천은 아이돌 시절부터 감성이 남달랐다. 그 또래 소년, 혹은 청년들에게, 그 아버지 세대처럼 일생에 세번 울어야 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울음이 남들 앞에 쉽게 드러내놓기엔 어쩐지 나약해 보이는 감정 기제로 받아들여 지는 것과 달리, 그는 쉽게 잘 울곤 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1등을 했을 때도, 그룹이 위기에 빠졌을 때도, 길고 힘들었던 일본 활동 후에 도쿄돔에 섰을 때도, 그는 자신의 소감을 맑은 눈물로 대신했고, 그의 눈물을 소녀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리고 이제, 배우가 된 박유천은 울지 않는다. 대신 그의 눈물은 tv속 그가 연기하는 주인공들이 대신 흘려주고, 소녀팬들 대신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박유천의 전작 <보고싶다>에서도 그랬다. 흔히 드라마에서 눈물은 여주인공의 몫이거늘, 드라마 <보고싶다>에서 눈물로 화제를 끈 것은 한정우 역의 박유천이었다. 14년 만에 처음 수연이인 듯한 여자를 보고 빗속에서 흘리던 눈물, 그녀가 자기라면 너부터 죽이겠다는 말을 듣고 그녀의 엄마가 싸다 준 도시락을 먹으며 토해내던 눈물이 화제가 되었었다. 마치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이 그가 아이돌 시절부터 박유천의 감성이 무엇인지를 조사하기로 한 것처럼 그의 눈물을 적재적소에 써먹고 있다. <쓰리데이즈>도 다르지 않다. 

(사진; 시사 포커스)

1회, 드라마가 시작되자 마자 한태경이 된 박유천은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도 대통령 경호관으로써의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 대통령의 시장 방문 수행에 나섰던 한태경은 VIP의 포인트를 놓치는, 즉 대통령을 몸으로 막아야 하는 경호관의 기본도 놓치고,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뒤로 미루고 경위서를 작성하고 나오던 한태경은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눈물을 흘린다. 그저 하늘을 바라보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 한 방울, 하지만 한태경은 씁쓸한 미소를 지을 듯 말듯하며 그 눈물을 닦아낸다. 

그리고 5회, 다시 한태경이 눈물을 흘린다. 
이번엔 흑흑거리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절규한다. 아니라고 말해달라며 보호를 받으며 가는 대통령을 쫓으려 한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던 경호실장을 경호관이라는 신념에 따라 쏘고,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에 대통령이 양진리 사건과 관련된 특검의 수사가 틀리지 않다는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1회 한태경이 흘린 눈물은 담백한 슬픔이다. 아버지를 여의 아들의 슬픔, 그리고 아버지로 인한 걱정 때문에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그럼에도 아버지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회한의 눈물이다. 정류장에 앉아, 한 방울 흘러내리기도 전에 닦아내는, 하지만 보는 사람은 저 사람이 지금 얼마나 침통해 하는 가를 공감하기에 충분한 눈물이었다. 엄밀하게 1회의 눈물은 그저 슬픔이다. 직무를 다하지 못했지만, 대통령은 그저 밀가루 세례를 받았을 뿐이고, 자신은 경위서만 작성하면 되는 정도의 실수이고, 아버지의 죽음은 슬프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에게 아버지는 존경스러운 분이었다. 

하지만 5회 그는 자신의 손으로 경호실장을 쏘았다. 한태경이 행동을 할 때마다 함께 오버랩되는 경호실장의 지시 사항에서도 알수 있듯이, 경호실장은 그의 또 다른 아버지다. 경호관이라는 직무에 들어선 그를 보살펴 주고, 방향을 제시해준 정신적 아버지 같은 존재다. 그런 사람을, 한태경은 스스로 쏘았다. 그는 이미 그 전에 알았다. 자신의 아버지와 대통령이 양진리 학살 사건에 주모자임을 하지만 경호관으로 훈련된 그는 대통령이 누군인지 상관없이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경호실장이 가르쳐 준 메뉴얼에 충실했다. 하지만, 그 다음 대통령에게 들은 대답은 그에게 안그래도 자기 스스로 정신적 아버지 같았던 사람을 스스로 쏘았다는 충격에 빠진 한태경을 또 한번 흔든다. 자신이 존경했던 친아버지의 세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태경은 통곡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그의 세계는 온전히 남아 한태경을 지켜주던 1회와 달리, 5회 한태경에게는 친아버지의 정신적 유산도, 그리고 신념을 만들어 준 경호실장도 이젠 그에겐 혼돈의 그것일 뿐이다. 자신이 의지해 왔던, 자신을 떠받치던 세상이 무너진 것이다. 

장르물이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쓰리데이즈>의 한 축은 지탱하고 있는 것은, 눈물어린 한태경의 정서이다. 대뜸 1회부터 눈물을 흘리며 시청자들을 한태경의 시선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5회에 이르러, 그의 통곡을 통해 어찌보면 억울한 경호실장 함봉수의 죽음을 애도한다. 드라마는 한 축에서 대통령과 그의 정적들 사이에 피튀기는 두뇌 싸움이 벌어지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 한태경의 슬픔과 고뇌의 흐름을 병존하여 가고, 여타 장르 드라마와 달리 감정적 공감대를 진하게 불러들인다. 슬픔과 고뇌가 현실태로 드러나는 액션씬은 액션을 위한 액션을 넘어 하나의 감정씬처럼 시청자들에게 전율을 일으킨다. 말간 눈물을 흘리던 믹키 유천은 이제 그저 배우 박유천이 되어, 한태경으로 깊은 감성 연기를 보인다. 

(사진; 무비조이)

신화 속 영웅 들은 아버지가 없다고 한다.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 떠난 주인공들은 결국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때로는 아버지를 죽이곤 한다. 신화학에서, 이런 살부의 메시지를, 성장으로 해석한다. 아버지의 세계에 발목이 붙들려서는 아들은 성장할 수 없다는 뜻이며 아버지의 세계를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준비하고 만들어 간다. 

그런 신화 속 주인공들 처럼, <쓰리데이즈>의 한태경의 아버지들은 죽었다.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는 죽고, 그가 만들어놓은 세계는 파괴되었으며, 경호관으로서 정신적 아버지였던 경호실장은 경호관으로서 그가 신념처럼 믿었던 세계를 뒤흔들고 그의 손에 죽어갔다. 하지만 아직 그에게는 상징적 아버지가 한 사람 더 남았다. 대통령, 그가 지켜야 하는 대통령, 세대적 상징인 아버지이다. 결국 그 아버지를 뛰어넘어 자신의 세계를 만들며 성장하는 이야기, 그것이  <쓰리데이즈>가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3. 21. 0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