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에 가까운 시청률로 고전하던 종편을 구원한 건 대통령 선거였다. 종편 각 방송국마다 주야장창 쏟아내는 각종 정치 관련 프로그램들에 중장년층들은 귀를 기울이면서 종편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종편 정치 프로그램들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았다. 이제는 청와대의 입으로 등장한 사람이 종편 프로그램에 등장해 걸러지지 않은 표현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이용해 정치적 반대편을 저격했듯이, 종편은 그 태생적 보수성으로 말미암아 객관적 공정성을 잃기가 십상이었고 그것은 상당 부분 선거 결과에 반영되었다. 그 과정에서 새삼스럽게 깨달아진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 중에서도 중장년층들에겐 '정치'란 그 어느 것보다도 흥미진진한 오락거리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취향을 재빠르게 반영해, jtbc는 <썰전>을 런칭하였다.

 

 

'성역과 금기없는 각계 각층의 입담가들의 하이퀄리티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라는 취지를 가지고 만들어진 <썰전>은 김구라를 mc로 두 파트로 나뉘어져 진행된다.

 

우선 말 그대로 '썰전'으로, 야권 성향의 시사평론가 이철희와 한때 여당의 저격수로 활동하다 구설수로 국회의원직까지 잃고 이제는 오락프로 mc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당 성향의 강용석이 김구라와 함께 트라이앵글을 이루어, 한주간 핫한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이른바 '뒷담화'를 나눈다. 그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의 완판녀 스토리 같은 가쉽성 소재부터, 낙하산 인사 등의 민감한 이슈까지 다양한 뉴스꺼리들을 이철희와 강용석이 각각 자신의 당파적 입장에 맞춰 해석하고 갑론을박 토론을 벌이고 한 줄 논평을 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또한 한 회마다 마지막에 그날의 상대방의 토크 점수를 매겨 불리한 쪽이 박을 맞은 오락적 요소까지 갖추면서.

썰전 코너의 의의는 jtbc가 종편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타 종편 프로그램이 노골적 정치적 성향을 추구한 것과 달리 여, 야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정치적 오락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낙하산 인사를 돈 문제로 해석해 내듯 종종 김구라 특유의 음모론적 설정에, 강용석의 세속적 해석이 덧붙여져 화두가 폄하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밥상머리나, 게시판을 통해 설왕설래되던 이슈들을 노골적으로 끄집어 내어 각자의 잣대로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굳이 박으로 머리 맞추기란 평가를 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에게 풍부한 판단을 할 기회를제공해 주는 것이다.

 

 

두번 째는, '예능 심판자'란 코너로 '영화, 드라마, 공연, 음반은 물론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떡밥을 에능계의 아나키스트들, 이윤석, 허지웅, 강용석, 박지윤 등이 그들만의 잣대로 주물러 보는 코너이다. 지난 주에 종편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에 이어, 이번 주에 박시후 사건에 대한 정리에서 보듯이, 연예계의 가장 핫한 이슈들에 대해 논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에서도 말해지듯이 '박시후'란 연예인의 사건이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적나라하게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연예 프로의 입장이 아니라, 거기서 드러나는 인터넷 찌라시 언론의 폭로성 기사와 대중의 호기심에 대한 논의라던가, 그를 통해 이른바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시선에 대한 통계까지, 가장 핫하면서도 사실은 꼭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공중파 예능들이 여전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그저 그런 토크 프로그램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갑론을박 되는 소재들을 끄집어내 과감히 수용한 <썰전>의 기획은 신선하고 획기적이다. 또한 비평이란 어찌보면 '순수한' 영역 하지만 이제는 영화 평론가들보다, 리뷰어들의 평이 더 공감을 얻는 세상에서 과감히 그걸 함께 즐길 수 있는 영역화한 것 또한 제대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본다.

단지 아직, <썰전>이나, <예능 심판자>나 많은 주제들을 소화해 내려다 보니, 때론 예능 프로그램 폐지에 대한 토론에서 보여지듯이 겉훑기식으로 그냥 한번 짚어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

 

중구난방으로 떠들기 보다, 단 한 마디라도 '촌철살인'이 되도록, 그것이 바로 <썰전>이 비평 오락 프로그램으로 개척해 나갈 과제라 할 수 있겠다.

by meditator 2013. 3. 22. 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