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처음 함께 <썰전>을 시작했던 강용석 변호사가 일신 상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하차하게 되자, <썰전>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 위기는 비록 아쉽지만, 그래도 신선한 젊은 피 젊은 보수 논객 이준석으로 수혈되었다. 하지만, 4.13 총선과 함께 찾아온 정치의 계절은 <썰전>에겐 혹한이 되었다. 두 패널 이철희 소장과 이준석씨가 모두 여야 국회의원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이다. 과연, 이철희를 대신할만한 분석적 패를 <썰전>은 마련할 수 있겠는가? 대중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3%이상의 꾸준한 시청률과 목요일 밤 종편 종합 1위, 예능 1위(닐슨 코리아 기준)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썰전>은 전화위복이란 이런 것이다를 스스로 증명해 냈다.
유연한 진보와 과격한 보수의 신선한 콜라보
6월 17일 비례 대표 국회의원의 존재 유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유시민 의원은 자신이 <썰전>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L'과 '리'가 출마하게 된데서 '땜빵용'이라며 애교스럽게 표현했다. 한때는 가장 까칠한 논객이었던 정치인 유시민은 이제 마치 '거울 앞에 선 국화'처럼 원숙하게, 그리고 쌀알을 주렁주렁 달고 고개를 숙인 벼처럼 포용력을 가진, 그래서 본인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그에게 대권을 희망하게 만드는 희망적인 분석가로 돌아왔다. 심지어 종종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 따위가 무색하게 전원책 변호사는 말끝마다 '단두대'를 들먹이며 6월 16일 방송에서 처럼 비례 대표 국회의원 무용론 등의 직설을 퍼붓는 반면, 유시민 의원은 오히려 융통성을 발휘하는 듯한 발언으로 '명분'까지 두둔하는 상반된 모양새를 보인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쌈쟁이 진보와 현실 긍정의 보수란 프레임은 <썰전>을 통해 어긋나기가 일쑤이고, 바로 그 점에서 유시민, 전원책 두 새 패널의 <썰전>은 그 이전의 진보와 보수 프레임에 충실했던 이철희, 강용석-이준석의 <썰전>과 차별화되고, 새로운 재미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가장 날카로운 분석과 함께, '단두대'를 운운하며 개혁을 부르짖는 보수와, 그를 살살 말리며 현실 인정을 설득하면서도, 결코 원칙을 저버리는 않은 두 패널의 '만담'같은 정치 분석은 종편 예능 1위에 걸맞게, 웃기려고 작정하고 덤비는 그 어떤 예능보다 재밌으면서 유익하다.
하지만, <썰전>은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된 두 패널의 '만평'에 머무르지 않았다. 외려 두 패널이 안정적으로 새로운 <썰전>을 정착시켜 나가자, 그 안정적 흐름 위에 '특집'처럼 정치 평론의 각을 벌여 나가기 시작한다.
지난 5월 12일 4.13 총선이 마무리 된 후 166회 <썰전>은 1부 저술 활동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유시민 작가 대신 진중권 교수를 대타로 등장시킨다. 동네에서 개아빠와 고양이 아빠로 종종 마주친다는 두 사람은 이전의 유시민 의원과 다르게 '기승전 파이트'의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눙치고 얼르는 유시민 의원과 달리, 진중권 교수는 달변의 전원책 변호사에게 놀란 듯하면서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쳐 이전의 유시민 패널과 다른 긴장감을 선사했다.
다양한 정치인들로 꾸며진 '특집'
하지만 정작 이날 <썰전>의 백미는 이후 2부로 이어진 <젊은 정치인 특집>이었다. 낙선한 <썰전>의 이전 패널이었던 이준석 노원병 새누리당 후보와, 선거 이전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더불어 민주당 김광진 현 의원이 함께 자리를 한 것이다. 비록 이준석 과거 진행자는 이미 <썰전> 패널을 역임했듯 젊은 정치인으로 일찌감치 방송에 등장했지만,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 김광진 의원과 함께, 노회한 논객들에게선 맛볼 수 없는 '젊은 정치'의 세계를 선사했다. 이철희와 상대한 이준석은 그저 새누리당 입장을 대변했지만, 김광진 의원과 조우하니, 선배 정치인들과는 다른 야심을 가진 새로운 정치 세대의 대변자로 보였다. 새 얼굴 김광진 의원은 때론 그래도 국회의원을 역임한 경력과, 하지만 경선 패배와 함께 이준석과 함께 노회한 정치의 벽 앞에서 그래도 두드리기를 멈추지 않는 패기를 선보였다.
그렇게 <젊은 정치인 특집>을 선보였던 <썰전>은 그에 뒤이어 6월 9일에 이어 16일 2부로, <웰컴 특집>을 선보인다. <썰전>의 터줏대감으로 더불어 민주당 비례 대표 국회의원이 된 이철희 소장과, <썰전>을 비롯하여 jtbc의 정치 관련 프로그램에 얼굴을 종종 보였던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기념으로 <썰전>에 등장한 것이다.
9일 방송에서는 이철희 의원의 비례 대표 국회의원으로 들어간 이유과 고뇌에 대한 해명의 자리를 마련하는가 하면, 3선이 된 김성태 의원의 여유를 선보였고, 역시나 여야로서 뼈있는 덕담으로 화기애매한 자리를 선보였다. 이젠 국회의원이 된 두 사람, 그 중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의 핵심부에 자리한 두 사람은 이젠 안방 마님이 된 유시민, 전원책 패널과도 다르고, 햇병아리 젊은 정치인 두 사람과도 다른, 정치 현장의 소리를 전달한다.
여유로운 진보 유시민과 과격한 보수 전원책과 더불어, 종종 특집을 통해, 젊은 층의 정치 외면 시대에 젊은 정치의 가능성을 열고, 정치 무능론의 시대에 정치에 대한 재미와 가능성을 열어가며 <썰전>은 프로그램의 지평은 넓혀감은 물론,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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