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72회 <썰전, 그간 패널 중 한 사람으로 출연했던 김희철이 이제 더 이상이 <썰전>의 일원이 아님을 밝힌다. 그러면서, 그간 연예인들의 각종 사건에 동료 연예인의 한 사람으로 <썰전>의 한 코너인 '하이퀄리티 미디어 비평'을 지향하는 '예능 심판자' 코너에 참여하는 것이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늦었지만, 그래도 바람직한 결정이다. 


아이돌 통신을 자처하며 '예능 심판자' 코너에 참여한 김희철은 본인은 당찬 각오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에 김희철의 출연은 마치 '삼성'이 '공정거래 위원회'의 한 자리를 차지한 셈이나 마찬가지의 모양새였다. 1부 '썰전' 코너에 대놓고 아직도 박원순과 안철수의 저격수임을 자부하는 강용석이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1부에는 대놓고 여당을 편드는 강용석의 맞은 편에, 그런 강용석을 편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이철희가 존재한다. 하지만, '예능 심판자'에는 그런 이철희가 없다. 더구나, 제 아무리 친분이 깊어져도,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불꽃이 튀는 이철희와 강용석과 달리, 애초에 불꽃튀기는 입장 차이는 커녕,  점점 더 '연예부 기자 뒷담화 방담'과 같은 모양새를 취하는데다, 그나마도 출연자들의 친분이 깊어지면서 '예능 심판'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김희철'이 이제 더 이상 출연을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섭섭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허지웅의 모습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마도 '예능 심판자' 초기의 허지웅이었다면, 이철희처럼, 김희철과 친하지만, 예능 심판자 코너에서 나가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허지웅은 그간 친숙해진 관계를 들며, 함께 했던 술자리를 아쉬워 하면서 김희철의 퇴장을 아쉬워 한다. 한 술 더 떠서, 박지윤은 '웃자고 하는 소리겠지만, 누굴보고 진행을 하라며 '사심'을 드러낸다. 도대체, '예능 심판자' 코너의 정체성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의심스러운 장면이다. 


김희철의 출연은 그 자신이 말했듯이, 이미 자신은 알고 있는 주변의 사건들이 앞으로도 <썰전>을 통해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한에서 곤란해질 자신의 처지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곤란한 처지 혹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이미 그간 <썰전>을 통해 수차례 증명되어 왔다. 그와 같은 소속사인 여자 아이돌과 남성 힙합 듀오 멤버와의 연애 스캔들과 관련하여,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혀 아니라는 듯이, 여자 아이돌의 편을 들었지만, 결국 이후의 과정은 그의 그런 '장담'이 결국 자기 소속사 사람 챙기기였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되었다. 문제는 자기 소속사 사람을 챙기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는데 있다. 자기 소속사 사람이야,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다 치더라도, 그렇지 않는 타 소속사 연예인에 대해서는, '예능 심판자'의 패널로서, 혹은 '아이돌 통신원'의 발빠른 입으로 '비판'에 앞장 선 듯한 모양새를 보였기에 불공정한 처신으로 논란이 되었다. 

당장 17일 방송분만 봐도 그렇다, 소속사 아이돌들의 연애 이야이와 관련하여, 김희철은 억울한 듯이, 연애 하는 게 죄냐고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는 지난 과정, 안그런듯이, 마치 그들이 연애 하는 것이 죄라도 되는 양, 자사 소속 아이돌의 연애 사건을 덮어 주기에 급급해 왔다. 반면, 박봄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자신이 4년 전 기자들과의 회식을 통해 그 사건을 알고 있었음을 자랑스레 언급한다. 물론, 아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이 무슨 문제겠냐마는, 더구나 사안이 하물며 개인적 스캔들이 아니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과연 박봄이 김희철과 같은 소속사였어도 저렇게 앞장서서 내가 잘 아는데 식으로 이야기를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김희철 본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가 몸담고 있는 거대 기획사가, 연예 산업 전반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엄청난 상황에서, 그가 '비평'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넌센스였다. 그런 '넌센스'를 김희철 자신의 결단으로 회수를 결정한 이 즈음, 이를 계기로, '예능 심판자' 코너 역시, 1부의 '썰전'처럼 본격적인 '독한 혀'들의 전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제 아무리 친한 사이가 되었어도, 여전히 각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첨예한 시각차이를 감추지 않는 이철희 강용석 두 사람처럼, 2부의 '예능 심판자' 역시 '미디어 비평'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종종 드러나듯이 김구라처럼 '비평'의 대상이 되는 프로그램조차 보지 않은 상태로 '썰'을 푸는 그런 해프닝은 이제 더 이상 드러나지 않기를 바란다.  차라리 이 기회에, 자신은 연예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함을 대놓고 언급하는 강용석등이나, 아줌마의 편항된 기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자부하는 박지윤 대신, 예전에 특집에 잠깐 선보였던 문화 비평가 그룹처럼, '비평'다운 비평을 할 수 있는 진짜  '예능 심판자'들의 코너로 변신해 봄은 어떨까?


그나마 김희철은 본인의 현명한 결단으로 '썰전'에서 물러나지만, 사실, 김희철과 같은 사례는 현재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일비재하다.  김희철과 같은 소속사인 수영이 mc로 출연하는 <한밤의 tv 연예>의 편향성이나, 규현이 mc로 자리잡은 <라디오 스타>의 팔이 안으로 굽기 식의 진행이나, 출연자 섭외는 하루 이틀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종 정치적 사안이나, 사내 인사의 민주적 절차와 관련돼서는 '공정'을 외치는 방송가가, 비단 이런 '카르텔'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무심(?)한 이유는무엇인지, 그래서 안슬프게도 '김희철의 결단'이 대견하다. 이런데, 다음 회에, 김희철과 같은 소속사 누군가가, 김희철을 대신하여 그 자리에 앉는 건 아니겠지?


by meditator 2014. 7. 18.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