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6일 <식샤를 합시다>가 시즌2로 돌아왔다.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문구가 딱 어울리게, 왠 먹방 드라마에서 그 스토리 보다도 다수의 사람들이 침 흘리며 이번 회에는 또 무엇을 먹을까 기대하게 만들었던 <식샤를 합시다>가 주인공 구대영(윤두준 분)을 제외하고 여타 등장인물들을 새롭게 포진하고 새로운 시즌으로 찾아왔다. 

드라마 속 설정은, 서울에서 온갖 궂은 일, 연애에서 부터, 하다못해 블로그에 실린 맛집에 대한 평가에까지 제대로 풀리지 않았던 일로 인해 심정적, 금전적 타격을 입은 구대영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삶의 터전을 정부청사가 들어서는 세종시로 옮긴다. 
그의 이전 측근들이 그의 블로그를 보면서 그의 상실감을 그리워하는 사이 배멀미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배를 타는 모험을 감수하며 생 오징어 회를 즐기는 구대영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실의도 먹방으로 극복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그런 그가 그만의 노하우로 새로운 자췻집을 구하고, 아래 위층 식구들과 안면을 트고, 얽혀진 사연을 풀어내는 것이 시즌2의 서막이다. 

시즌 1이 1인 가구들의 서식처 오피스텔을 배경으로, 이제 새로운 1인 가구로 홀로 서기를 시작하는 이수경(이수경 분)과 윤진이(윤소희 분)를 등장시킴으로써 1인 가구들의 '홀로' 식사의 어려움을 드라마 속 이야기로 풀어내었다. 서로를 경계하던 주인공들이 자연스레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하면서 이웃 사촌으로, 혹은 '썸'을 타는 사이로 성장해 가는 과정들이 흥건한 먹방과 함께 풀어내어 졌다. 또한 그런 잔잔한 이야기들 뒤로, 매회 조금씩 풀어졌던 무시무시한 묻지마 폭행범의 미스터리와, 폭행범의 미스터리만큼이나 초반 의심을 불러 일으켰던 구대영의 정체에 대한 식욕만큼이나 묘하게 구미를 동하게 만들었던 시즌 1.

그렇다면 2013년 11월 28일 첫 선을 보인 먹방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시즌 1 이후로 어언 1년 여 만에 다시 찾아온 식샤를 합시다 시즌 2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홀로 서기의 두려움에 얹혀진 어두운 동네를 누비는 묻지마 폭행범의 존재로 무시무시하면서도 그 공포를 잊을 만큼의 침이 고이는 먹방 드라마는 구대영의 세종시 집 구하기와, 미스터리하기보다는 그저 이상한 아래 위층 이웃들의 등장으로 대신한다. 더욱이 멀쩡한 미모를 가지고 첫 대면부터 안면몰수를 하는가 싶더니 스토커처럼 사사건건 구대영을 물고 늘어지는가 싶더니 60만원이 넘는 집들이 바가지를 씌우고서는 결국 떡볶이 포장마차 앞에서 실체를 드러내고야 마는 이웃집 여자 백수지(서현진 분)가 첫 회를 채운다. 과거 초등학교 시절 비만아였던 그녀가 자신에게 호의를 보여준 구대영을 남다르게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구대영 엄마가 하던 떡볶이 집 홍보를 위한 의식적 선의였다는 설정은, 여전히 보험 설계사로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고 살아가는 현재의 구대영의 캐릭터와 겹치면서 묘하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시즌1과 달라진 점은?
사실 식샤를 합시다 시즌 1의 매력은 윤두준을 비롯한 이수경, 윤소희 등 주인공들만이 아니었다. 이수경이 일하는 변호사 사무실의 김학문 변호사(심형탁 분), 오도연 변호사(이도연 분), 최규식 사무장(장원영 분) 등 이제는 나름 유명해지거나 익숙해진, 하지만 당시만 해도 신선했던 조연진들의 합류가 식샤를 합시다를 독특한 분위기의 먹방 드라마로 인도했다. 시즌 2로 돌아온 <식샤를 합시다> 역시 아래층 할머니 김지영에, 집주인 황석정, 거기에 회사 선배 김희원까지 역시나 걸출한 조연진을 배치함으로써 주인공들의 후방을 든든하게 만든다. 또한 시즌 1에서 이수경을 사랑하는 짝사랑남으로써 심형탁이 등장하여 진지와 코믹을 오고갔다면, 이제 시즌2에서는 여주인공 백수지를 다이어트를 감수하며 오매불망 좋아하는 짝사랑남으로 5급 공무원 이상우(권율 분)가 등장하여 삼각관계를 예상하게 만든다. 거기에 우유 배달 창구로 등장한 누군가의 얼굴에서 보여지듯이 시즌1에 이어 미스터리한 사건이 역시나 이 드라마의 또 한 가지 볼거리임을 첫 회는 예고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즌1에 비해 달라진 것은 드라마 자체 보다도 드라마를 둘러싼 환경이다. <식샤를 합시다> 시즌 1이 처음 방영되던 2013년 말에서부터 2014년 초반, 아프리카 방송 등에서 비로서 조금씩 먹방이 등장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때만 해도 드라마 속 먹방은 그 자체로 신세계였으며 매회 주인공들과 주변 사람들이 함께 먹어대는 메뉴가 군침을 돌게 만들었고, 세간의 회자되었었다. 하지만 겨우 1년 남짓 지난 시간, 방송가에서 머방은 각종 다양한 예능을 통해 차고도 넘치는 상황이 되었다. 케이블을 비롯하여, 공중파, 종편까지 먹방의 홍수다. 과연 그런 먹방들의 향연에서 식샤를 합시다 시즌 2가 여전히 장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가 시즌2의 관건이 될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르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 첫 회는 여전힌 <식샤를 합시다>의 장점을 보여준 반면, 아쉬움도 남긴 회차였다. 시즌2의 첫 회, 이사을 온 구대영에 대해 이웃집 여자 백수지는 사사건건 까탈스럽게 대응한다. 심지어 이웃과의 첫 식사에서, 백수지는 자신이 식당과 메뉴를 정하겠다며, 비싼 중식당으로 데려가 60만원이 넘는 비싼 메뉴들을 즐비하게 시켜댄다. 물론 그 식당의 100번째 손님으로 무료로 먹게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지만, 아무리 어린 시절 구대영의 선의를 오해함으로써 벌어진 일이라지만 첫 회부터 여주인공을 안하무인으로 설정한 것은 시즌2를 이끌어 가는데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다. 조증과 울증을 오가듯, 기분이 자기 중심적으로 오락가락하는 여주인공을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으로 설득시켜 낼 수 있을지, 시즌2의 부담이 크다. 

그보다 더한 부담은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인 먹방이다. 여주인공 백수지의 어거지로 시작된 중국집의 먹방, 먹방을 위한 무리한 설정이었으나, <식샤를 합시다>가 벌이는 음식과,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출연진들의 장면은 침을 고이게 만든다. 제작진은 시즌2의 차별성을, 그리고 흥건해진 다른 프로그램의 먹방을, 첫 회 탕수육을 둘러싼 부먹과 찍먹의 대결로 대신하려 한다. 세간에 우스개로 조선 시대 사색 탕파를 둘러싼 탕수육 부먹과 찍먹의 대결을 도표로 그려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난히도 탕수육을 먹는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는 차이가 난다. 여주인공 백수지와 구대영의 갈등을 <식샤를 합시다> 시즌2는 부먹과 찍먹의 대결로 현실화 시킨다. 그런데 아쉽게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제시하는 부먹과 찍먹의 이유가 익숙하다. 이미 <수요 미식회> 탕수육 편에서 등장했던 설명들이다. 드라마에 어울리는 그럴 듯한 해명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수요 미식회>의 인문학적 설명을 재연한 것은 어쩐지 아쉽다. 그렇게 이미 타 방송에서 전해진 사실들을 다시 한번 부연 설명하면서, 야심만만하게 부먹과 찍먹의 대결을 내세우려 했다면 안이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과연 이미 여러 방송을 통해 흥건해진 먹방들 속에서 차별성을 가지고 시즌2마저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 <식샤를 합시다> 시즌2의 첫 술은 어쩐지 허기를 때우기에는 너무 뻔한 맛이거나, 부족했다. 그래도 주인공들의 숟가락질에 따라 입안에 침이 고이고 고개가 움직거렸던 먹방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 다음의 먹방에의 기대가 크다. 
by meditator 2015. 4. 7. 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