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교수는 5월1일자 한겨레 신문 칼럼 <언론도 소통합시다>를 통해 관성에 젖은 언론 행태를 꼬집는다. 강교수는 '각자 당파성에 기인해 반대 정당이 압승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의 캠페인성 기사를 양산해 내거나, 각 정치 세력과 정치인들의 유불리나 이해득실을 분석하는 일에만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독자가 그런 기사를 좋아한다며 독자의 뒤에 숨지만, 결국 '싸움과 당파성을 파는 상인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그 이유로 '당장 여기서'라는 목전의 사태에만 집중하느라 10대 재벌 사내 보유금 분석 같은 한 걸음 더 나아간 '소통'의 방식을 놓치고 있다고 통탄한다. 


그렇다면 강교수가 주장하는 바 '소통 불능'에 빠진 언론이 스스로를 '언로의 죽음'에서 구제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가능성을 5월 3일 방영된 <시사기획 창>이 보여준다. 



샅샅이 훑어 본 19대 정치 자금 보고서
외람되게도 2016년 정치 개혁을 내걸은 이 다큐가 다루고 있는 것은 이제 새롭게 열릴 20대 국회가 아니라 조만간 폐업할 19대 국회이다. 

<시사 기획 창(이하 창)> 탐사팀은 지난 4년간 19대 국회의원들이 쓴 정치자금 1448억원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 국회의원은 한 명당 1년에 1억 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엔 최대 3억원의 정치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지난 4년간 19대 국회의원 292명이 쓴 정치 자금 내역서인, '정치 자금 수입 지출 보고서'를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 지난 3개월에 걸쳐 5만 3천여 페이지, 52만 4천여건의 정치 자금 내역을 데이터화하고, 분석했다. 

도대체 이런 긴 시간을 들인 정치 자금 분석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건 다큐의 내용을 통해 명확해 진다. 

정치 자금이란 대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대신하여 국회에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십시일반 모아진 돈이다. 물론, 정치 자금과 관련하여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있었지만, 기본 취지는 그렇다. 그러기에 정치 자금은 국민들의 의혹을 살 일이 없이 공명정대하게 운영되어야 하고, 사적인 사용이나, 부당한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창>을 통해 살펴본 국회의원들의 정치 자금 사용 내역은 웃프다. 가깝게는 자신의 아들과 딸, 혹은 아내 등 가족들이 벌이는 사업을 돕기 위해 사용되는 것에서 부터, 단란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빵집에서 빵을 사고, 새로 산 와이셔츠, 넥타이 값에 동창회비까지 정치 자금으로 유용된다. 심지어 과속 벌칙금까지 이 돈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엄연히 정치자금 법을 통해 사용될 수 없다고 명시된 동창회비까지 버젓이 정치 자금으로 낸다. 이런 국회 의원들이 292명의 19대 국회의원 중 204명이나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부적절한 사용 내역에 대해 제작진이 문의를 하면, 그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반응이다. 어떻게 다 하나같이 '몰랐다'거나, '실수'이거나, 해당 관계자가 업무에 미숙해서 라고 답을 하는지. 국회의원들만이 아니다. 이런 국회의원들이 크건, 작건 정치자금 유용의 문제를 감독해야 할 '선거 관리 위원회'는 탐사 보도 팀이 데이터화한 내용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다. 아니 뒤늦게라도 알게 된다 하더라도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거나, 취해진다 해도 '경고' 등의 말뿐이다. 모두가 다 알듯이 이제 지는 해가 되는 얼마 남지 않은 회기에서, 이제야 밝혀지고 경고를 받는다 해도 유명무실하다. 



사후 약방문을 통해 20대 국회의 개혁 방향을 제시하다. 
그런데 왜 뒤늦게라도 19대 국회의원의 정치 자금을 들여다 보아야 했을까? 그건 바로, 사후 약방문인 19대 국회의원의 정치 자금 사용 내역을 통해, 20대 국회의원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고비용'의 정치 자금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치 자금과 관련된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국회의원과 일부 언론들은 현재의 정치 자금이 비효율적이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이상적 제도로, 결국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만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그럴까? <시사 기획 창>이 살펴본 우리나라 국회의원 한 사람이 쓰는 비용은 한 달에 천 여만이 넘는 세비를 비록하여, 사무실, 보좌관, 심지어 집기 사용에 필요한 비용까지 모조리 국가가 지원해준다. 영국의 국회의원이 자신의 사물실을 운영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과는 완연히 다른 형편이다. 

무엇보다 정치 선진국이라 하는 영국은 2009년 정치 자금과 관련된 스캔들 이후, 국민들이 국회의원의 정치 자금을 감시할 수 있도록, 각 국회의원이 쓴 자금들이 상시적으로 공개된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쓴 자금을 데이터화 하여, 국회내 윤리 위원회에 제출하고, 이 윤리 위원회는 이를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여, 감시를 일상화한다. 

이런 영국과 같은 제도에서라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처럼 주차하기 편하다 하여, 대부분의 만남을 호텔에서 뻔질나게 하는 '갑'의 행태를 보일 수는 없을 것이며. 또한 4년 동안 쓴 자금을 차기 국회의원 선거 관리에도 정신이 없는 선관위에 4년이 지난 후 보고하는 형식에서라면 현재와 같은 '눈가리고 아웅'의 형태는 얼마든지 방조될 수 있다는 것을 다큐는 지적한다. 

결국 19대 국회의원 정치 자금 보고서를 통해 <시사 기획 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20대 국회의원의 활동 방향이자, 고비용 정치 자금의 현재의 정치 구조에 대한 이의 제기이다.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갑질' 행태가 문제가 되자,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세비를 비롯한 항목을 30% 삭감하겠다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여타 정치적 사안이 등장하자, 세비 삭감은 어느새 없었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여론이 비난의 방향으로 가면 삭감하는 모양새만 취하다, 잠잠해지면, 자신들이 자신의 세비를 20%나 삭감하는 몰지각한 행태를 여야 막론하고 벌이는 현재의 국회의 관습, 국회법, 그리고 선관위법에서는, 정치 자금의 유용과 고비용의 정치 자금 관행은 사라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정치 개혁의 시작은, 지금껏 관행적으로 사용되고 눈가리기 식으로 넘어갔던 '정치 자금'에 대한 새로운 입법, 즉 '갑'이 아닌 '봉사'하는 존재로서의 국회의원에 대한 법적인 새로운 규정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3개월에 걸친 정차자금 보고서 분석은 밝힌다. 

by meditator 2016. 5. 4. 07:01